파죽지세(破竹之勢) 우먼파워의 빛과 그림자
파죽지세(破竹之勢) 우먼파워의 빛과 그림자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20.10.14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전)전주대 교수

“…지금 우리 군대의 사기는 대단히 높다. 마치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 ‘파죽지세破竹之勢’와 같다. 대나무 마디 몇 개를 쪼개면 나머지는 저절로 쪼개진다.”

3세기 중후반에 위(魏)나라 정복 후 진(晉)나라를 세워 무제(武帝 재위 265-290)에 오른 사마염(司馬炎)이 다시 오(吳)나라를 칠 때 20만 대군의 사령관 두예가 주저하는 장수들에게 한 말이다(서기 280년). 실제로 진나라 군대의 진격으로 오나라 군대가 백기 항복해 천하가 통일됐으니 ‘파죽지세’가 오늘날 널리 쓰이게 된 배경이다. (이동진, ‘동서양의 고사성어’ 해누리, 2004년). 비슷한 뜻으로 ‘욱일승천(旭日昇天)’이라는 말도 있으나 일본 ‘욱일기’와의 연상 효과로 필자 개인으로는 쓰지 않는다. 

파죽지세, 우리나라 여성들의 막강한 힘과 영향력 관련해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는 없을 것 같다. 남성 중심 가부장제인 호주제의 완전폐기 법제화 성공(2005년) 이후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보여준 여성들의 뚝심과 놀라운 성과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의 정치권 및 입법, 사법, 행정 3부와 시민운동단체 진출은 과거의 솜털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사랑’과 ‘내조’의 DNA가 강골 근육질의 드센 기운으로 돌연변이 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일당백의 기세와 쥐락펴락 리더십으로 담당부처를 장악한 강골 여성 장관들도 눈에 띈다. 취재 기자들과 방송 카메라들 가운데서 국회의원들과 대놓고 막말 언쟁을 벌이거나 훈시 풍 발언도 마구 쏟아내니 파죽지세의 한 예다. 

반면에 장삼이사(張三李四) 보통 여성들의 경우는 썩 다르다. 파죽지세와는 아예 거리가 멀다.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갖가지 무질서 행위, 상스럽고 민망하기 짝이 없는 반문화적 행위, 심지어 ‘막가 파’ 스타일의 비례 무도함과 천박한 분위기와 무관하달 수 없는 여성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만원 지하철의 좌석에서 손거울과 화장품들을 꺼내 놓고 갖가지 표정 연기로 화장에 열중하는 여성들이 한둘이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벌이는 거의 일상화된 스킨십 데이트와 남의 시선을 가리지 않는 대담한 애정표현 행위로 자존심과 품위에 생채기를 내는 여성들도 적잖다. 지하철 좌석을 흙 묻은 운동화로 더럽히거나 음식점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어린 자식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려는 여성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남이 살짝 타이르면 ‘왜 남의 집 일을 간섭하냐’, ‘당신이 뭔데 금쪽같은 내 새끼의 기를 꺾느냐’ 반발하는 여성들도 있다. 자식 비위 맞추기와 과잉보호에 의한 ‘기 살리기’의 폐해가 결국 아이들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눈 감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다. 

이제 여성들이 다시 나설 때다. Again 2005! 호주제 폐지를 관철한 15년 전 여성들의 결기를 다시 모을 때다. 여성들의 자존심과 품위를 떨어뜨리는 자해 풍조가 더 확산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나른하고 펑퍼짐한 일상생활에 때깔 좋은 문화의 옷을 입혀서 생활문화의 격을 높이는 데 여성들이 앞장 서주십사는 뜻이다. 일상생활에서 천박한 수준을 면할 정도의 품위유지에 여성들이 힘을 모아 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기도 하다. 

웬만한 깡다구나 간 큰 남자가 아니고서는 아내 앞에서 눈을 부라리며 이것저것 따지거나, 밥 차리기가 좀 뭣하시다면 컵라면도 괜찮다고 칭얼거리기도 좀 거시기하다는 요즘 세태라지만 얼굴 붉힐 일 있으면 붉히고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비록 메아리로 되돌아올지언정 푸념처럼 내던져보는 고약한 심사의 이 아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