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vs 아무거나
누구나 vs 아무거나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2.04.07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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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혼자서 라면 하나 끓여 먹을 줄도 모르던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가 어느 날 TV 방송에 나왔는데 뜬금없이 성공한 외식업체 사장님으로 나온 것이다. 친구가 운영한다는 가게에 찾아갔다.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넘쳐났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비싼 편에 속하는 메뉴들이었고 젊은 연령층의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일행들도 그다지 배부르게 먹은 것도 아니어서 막상 계산하고 나니 소위 가성비가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벌써 밖에는 기다리는 손님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라 과소평가를 한 것일까, 도대체 이 가게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하고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알고 있던 그 친구는 단지 음식을 만드는 기술이 없었을 뿐이지 최고의 맛집을 구성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조합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모양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든 직원을 그 친구가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국내 외식업의 거의 전체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소규모 자영업자의 비중은 외식산업의 영세성을 지속하는 데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외식사업이다. 그런데 누구나 시작할 수는 있어도 아무나 성공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숱한 자영업자들이 손을 들고 가게를 접는 상황에서도 어떤 이는 꾸준히 성장을 이어간다.

특히 외식사업은 아무나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은 사업 중 하나다. 무엇보다 꾸준히 사업을 지속해나갈 지구력이 필요한데 사업의 수익성만을 바라보고 한다면 보통 인내심으로는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외식사업의 본질을 잘 알고 좋아하며 그것을 계속해서 연구·개발하려는 마음이 샘솟는 사람이 결국에는 성공하는 ‘아무나’가 되는 것이고 사업을 결심하기 전에 반드시 점검하고 확인해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식할 때 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메뉴가 ‘아무거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뭐 먹을까 하고 물으면 십중팔구 ‘아무거나’라는 답이 제일 먼저 돌아온다. 그런데 ‘아무거나’를 말한 사람이 정작 아무거나 시켜주면 제일 불만이 많다고 한다. ‘아무거나’의 의미는 ‘뭐든지 좋다’는 것이 아니라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지만 제일 맛있고 좋은 것’에 가깝다. ‘기대 불일치’ 이론에서 말하듯이 기대 수준에 따라 성과에 대한 만족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처럼 ‘아무거나’를 외치는 사람의 기대치는 거의 최고치에 달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먹어도 만족보다는 불만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건 당연하다. 대부분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전통적인 마케팅 이론에서는 소비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소비자가 바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이론에 불과하기 쉽다. 오히려 경쟁력있는 마케팅 전략을 생각한다면 소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필요와 욕구를 미리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소비자는 특정 제품을 구매할 때 ‘명분’을 가장 필요로 한다. 명품 가방을 사면서도 ‘나는 원래 가방이 필요했던 거야’라는 명분이 소비자에게는 절실하다. 외식사업에서도 이 음식이 맛있다는 메시지보다는 왜 이것을 먹어야만 하는가, 왜 이 식당에 가야만 하는가 등의 ‘명분’을 명확하게 연출하고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소비자가 말하는 ‘아무거나’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내 가게에는 명확한 ‘명분’이 있는가.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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