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쌀문화와 밀문화
[오피니언]쌀문화와 밀문화
  • 권대영 호서대학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 승인 2023.09.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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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의 음식 섭취 방식이 서양하고 크게 다른 것은 서양은 밀을 주식으로 하고 우리나라는 쌀을 주식으로 먹어 왔다는 점이다. 문화적인 차이를 쌀문화와 밀문화라고 한다.

쌀은 물이 필요한 농지에서 자라 논농사를 평지에서 지으면서 노동 집약적인 마을 형태의 농경 생활을 탄생시켰고, 밀은 물이 없이 평지나 구릉, 초원 등에서 경작하기 때문에 새 경작지를 찾아 나서는 형태의 농경문화가 발달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평지보다 구릉이 많다.

아들이 장가가면 아버지 집에서 나가 근처에 따로 살림을 차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아들이 크면 아버지 근처에 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집으로 보내 살게 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효를 중요하게 여겼지만 일본은 주군을 향한 사무라이 정신이 중요했다. 이 문화는 막부시대를 거쳐 근대 국가의 핵심 정신으로 발전했다. 아들이 장성하면 집을 나간 것은 공통이지만 서양은 새로운 땅을 찾아 독립적으로 살았고 일본은 새로운 주군을 찾아 들어가서 조직 속에서 살아왔다. 

쌀은 대부분 탄수화물로 돼 있고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의 함량비 차이로 멥쌀과 찹쌀로 나눈다. 아밀로스는 글루코스가 알파(1-4)로 이뤄져 있고 아밀로펙틴은 아밀로스 결합에 군데군데 가지로 알파(1-6) 결합으로 가지를 많이 형성하고 있다. 당의 결합이 알파(1-6) 결합으로 많은 가지가 있으면 아밀로펙틴이 많다고 하며 밥을 하면 ‘찰지다’고 이야기한다. 즉 멥쌀은 상대적으로 찹쌀보다 아밀로펙틴이 적고 아밀로스가 많다.

반면에 밀은 주성분이 탄수화물이지만 글루텐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있어서 반죽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쌀을 이용해 밥을 지을 때 소금을 넣지 않고 밥을 지으니까 밥을 먹을 때 맛있게 먹기 위해 반찬이라는 도움이 필요하다. 밀가루 자체로도 빵을 만들 수 있으나 글루텐의 구조를 강화시키기 위해 소금을 넣어서 만들면 빵도 잘 만들어지고 더 맛있어서 반찬이란 것이 필요 없다.

우리나라도 쌀을 빵처럼 단일 음식으로 먹는 것이 있었다. 떡이다. 우리나라는 설이나 추석, 단오 등 절기나 결혼과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 떡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 밥에는 소금을 넣지 않지만 떡을 만들 때는 소금을 넣기 때문에 떡 자체만으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떡을 먹으려면 비싼 쌀과 많은 노동이 필요했다. 찹쌀은 찰져서 가루로 만들지 않고 삶아서 메치기만 해도 각종 떡이 만들지만 멥쌀은 삶아서 메친다고 쉽게 떡이 되지 않는다.

요즈음은 기계식 방앗간이 있어서 쉽게 가루로 만들지만 엣날에는 쌀을 학독에서 돌로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야만 비로소 떡을 만들 수 있다.

시룻떡은 찌기만 하면 쉽게 만들지만 가래떡이나 절편 같은 경우는 멥쌀가루를 쪄서 메치고 방망이와 손으로 문질러서 펴고 떡살로 누르는 작업과 나중에는 써는 작업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래떡이나 절편은 오래두면 노화가 일어나 먹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떡을 다시 삶거나 불에 굽거나 볶아 호화시켜서 먹을 수 있는 데 이런 형태를 떡볶기(餠炙, ᄯᅥᆨ복기)라고 했다.

또한 멥쌀가루를 찌어서 손으로 넙죽하게 한 다음 팥앙금 등을 넣어 부꾸미나 송편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모양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찐떡을 방방이로 굴려서 일정하게 넙죽하게 편 다음 앙금이나 소를 넣고 눌러 놋밥그릇 뚜껑(복찟개)으로 예쁘게 잘라서 달모양의 달떡을 만들기도 했다.

시골에서는 비싼 쌀로 떡을 만들기가 아깝기 때문에 보리쌀을 씻을 때, 쌀뜨물을 받아 놓거나 감자를 갈아 앙금을 받아 떡을 만들어 먹는 지혜도 있었다. 이를 쌀로 만든 진짜 떡이 아니기 때문에 가짜라는 뜻의 ‘개떡’이라 했고, 감자를 만들었으면 감자떡이라고 했다.

빵이 주식이었던 밀문화와는 달리 밥을 주식으로 하는 쌀문화에서는 이렇게 비싼 쌀로 떡을 만들어 먹는 것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고 고귀한 전통 풍습이었다. 서양의 밀이 들어와서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연구하는 것도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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