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예비창업자 이야기
어느 예비창업자 이야기
  • 김병조
  • 승인 2007.02.15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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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김병조 데스크
며칠 전 새롭게 외식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어느 예비창업자가 사무실로 필자를 찾아왔다. 꽤 오래 전부터 외식업 진출을 준비해왔고, 이를 위해 수개월 전부터 우리 신문을 구독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로 찾아오는 손님에게 인사치례로 우리 신문을 내놓는데, 마침 그 때 내놓은 신문의 1면에는 ‘음식점, 창업 후 1년 내 폐업률 30%’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었다. 심지어 사설 제목은 ‘음식점 개업하면 망하는 시대’였다.

필자를 찾아온 그 예비창업자는 십 수 년을 섬유계통의 제조업을 해왔고, 한 때는 연간매출 4~5백억 원까지 올리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킨 적도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왜 외식업에 진출하려고 하는지, 또 외식업에 진출하면 어떻게 경영을 할 것인지,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은 무엇인지 등을 소상히 설명해주었다.

그는 이어서 그동안 외식업 진출을 위해 전국의 유명한 식당을 수없이 찾아다녔고, 나름대로 이름난 외식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자문도 구했다고 했다.

그런 준비과정에서 쓴 돈만도 수천만 원에 이른다고 했다. 필자를 찾아온 이유도 그런 차원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식업은 다른 어느 업종보다 사람이 중요하며, 어떤 아이템으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결론적으로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아이템이 괜찮을 것 같은지를 평가해줄 것과 유능한 점장을 한 사람 소개해달라는 것이었다.

대략난감이었다. 우선 필자가 외식업에 진출하려는 사람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해 줄만한 식견을 갖고 있지 않은데다가 ‘음식점 개업하면 망하는 시대’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내놓는 신문의 데스크 입장에서 과연 무슨 말을 해줘야할 지 순간적으로 고민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예비창업자의 이야기를 장시간 듣고 난 뒤에 필자가 느낀 분명한 사실은 ‘이런 사람은 성공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몇 마디 해주었는데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외식산업 자체는 앞으로도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성장산업임에는 분명하다. 가계의 식료품비 중에서 외식비의 비중이 계속 확대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로 그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시적으로 보면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다. 기본적으로 인구대비 음식점 수가 너무 많아 구조적으로 성공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다면 외식업에 진출해도 좋다는 뜻이다.

이런 진단이 정확한지 않은지조차 필자로서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다만 지금도 외식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필자를 찾아온 그 예비창업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은 적어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면 그 사람만큼은 사전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분석하고 준비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일반인들이 주식투자를 해서 크게 손해를 보는 경우를 흔히 보는데 나름대로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자신이 투자하는 종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남들에게서 주워들은 정보만 가지고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나 땅 등 부동산에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투자에 대한 결과는 사전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했느냐에 달려있다.

외식사업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외식사업은 돈이 돈을 벌어주는 단순한 투자가 아니다. 거액을 투자해놓고도 제대로 운영을 못하면 하루아침에 거덜나기 십상이다. 그런 사업을 그저 ‘마땅히 할 것이 없어서’ 또는 ‘먹는장사가 돈 번다’는 막연한 생각과 기대감으로 시작한다면 실패는 이미 정해진 코스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자를 찾아왔던 그 예비창업자는 외식업 경험이 없는 자신으로서는 점장을 비롯해 자신과 함께 할 ‘제대로 된 사람’과 그 사람들이 비전을 갖고 동고동락을 같이 할만한 일터를 만들어 줄 수 있는가, 그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아이템이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지속 가능한 것이냐를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고 있었다.

그것이 맞는지 틀린지 모르지만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서 철저하게 준비한는 열정과 의지가 성공을 향한 보증수표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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