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규격 제도는 식약청이 사전예방적 식품안전관리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선진적 제도다. 위해우려물질에 대해 기준·규격이 정해지기 전까지 권장규격을 정해놓고 관리함으로써 관리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것이니 얼마나 좋은 취지인가.
그런데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해도다. 특히 언론과 국회의원이 문제다. 지난해 추석연휴를 하루 앞두고 안명옥 의원은 올리브유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됐다고 발표해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이때 근거가 된 자료가 바로 식약청의 권장기준에 의한 모니터링 결과였다. 얼마 전에는 한 언론이 역시 벤조피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고, 이번엔 전재희 의원이 사카자키균에 대해 딴죽을 걸고 나섰다. 모두 권장규격으로 관리되고 있는 물질들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식약청이 위해물질이 함유된 제품을 알면서도 바로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식약청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억울함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해명하기에 급급하다. 이번 사카자키균 건도 그렇다. 식약청은 권장규격 제도를 통해 사카자키균의 관리를 잘 했다고 발표한 것인데 오히려 식약청의 뒤통수를 친 꼴이 됐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권장규격 제도에 대해 언론과 국회의원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한 말이다.
특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식약청도 곤혹을 치루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해당 식품업체들이라는 데서 그 심각성이 더해진다. 업체들이야 식약청이 시키는 대로 잘 따라갔을 뿐인데 결과는 여론의 뭇매와 매출 손실이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식약청은 걱정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권장규격 제도에 대해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언론과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이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그래야 식약청이 살고 억울한 식품업체의 피해도 막을 수 있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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