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칼보다 강하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 관리자
  • 승인 2007.09.13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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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지난 12일 ‘치킨나라’라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사장과 직원 2명이 회사로 찾아왔다. 담당 기자가 이 회사의 허위ㆍ과대광고 사실을 적발해 지면 인쇄에 앞서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보도하자 이에 대한 항의성 방문이었다.

기사의 내용은 본지 1면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이 회사가 닭고기 전문업체 (주)마니커에 합병된 사실이 없는데도 프랜차이즈 박람회 홍보물을 통해 합병된 것으로 선전해 예비창업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그 사장은 여성인 담당기자를 앞에 두고 대뜸 “너 나이가 몇 살이야. 결혼은 했어?”라며 반말로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기사와 무관한 개인 신상에 대해서 왜 묻느냐고 하자 “너처럼 나이도 어리고 결혼도 안 해 세상 경험이 많이 없으면 기자 자질이 부족해. 그런데 뭘 알고 기사를 그 따위로 써”라며 어처구니없는 악담을 늘어놓았다.

참다못해 “말씀을 삼가시라”고 제제를 했지만 “당신네들이 뭐야. 사이비 같은 신문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펜대를 굴려 사업을 망하게 하느냐. 사이비 언론이라는 것을 일간지에 알릴 수도 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명예훼손과 사업에 미친 피해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내가 “도대체 기사가 뭐가 잘못됐는지 지적을 해보라”고 하자 “마니커와 전략적 합병을 한 것이 사실인데 왜 엉터리 기사를 썼느냐”는 것이었다. “담당기자가 충분히 확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나한테 확인을 했느냐”며 기세가 등등했다.

그러면서 갖고 온 서류봉투에서 뭔가를 꺼냈다. 나에게는 보여주지도 않고 “담당기자에게만 보여 주겠다”며 “이것이 마니커와의 합병 관련 계약서”라고 말했다. 내게도 보여달라고 했지만 끝내 보여 주지 않았다. 슬쩍 서류의 제목을 봤더니만 ‘주식회사 참스원의 출자와 운영에 관한 기본 협약서’라고 돼 있었다.

“이건 계약서가 아니고 협약서(MOU)잖아요. 그리고 이건 마니커와 합병과는 아무 상관없는 ‘참스원’이라는 회사에 공동출자하기로 한 내용이잖아요”라고 반박하자 그때서야 합병을 진행 중이라고 실토를 했다. 마니커와의 합병관련 계약서도 아닌 엉뚱한 협약서를 갖고 와서는 경력이 짧은 담당기자에게 얼렁뚱땅 보여주고는 잘못을 시인 받으려는 속셈으로 느껴졌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심한 자괴감마저 들었다. 정부가 아무리 프랜차이즈 산업을 건전하게 육성하려 하고, 제대로 된 업체와 잘못된 업체의 옥석을 가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애를 쓴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신문을 만들다보면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할 때가 적지 않다. 그런 비판적인 기사가 해당 업체나 당사자에게는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비판적인 기사에 대해서는 항의를 받고, 때로는 공갈 협박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나는 굴하지 않는다. 왜, 펜은 칼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기능은 계도와 비판이다. 잘하는 것은 칭찬함으로써 타의 모범이 되게 하고, 잘못하는 것은 따끔하게 질타함으로써 일벌백계(一罰百戒)의 가르침을 주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그래서 불의에 타협하거나 굴하지 않는 언론을 참 언론이라고 한다.

본지와 같은 전문지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업계를 대변하는 전문지라고 해서 칭찬만하는 기사를 보도한다면 이미 죽은 신문이나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문지가 업계에 우호적인 기사만을 보도하는 것이 업계를 돕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주길 바란다. 잘못된 것에 대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할 줄 아는 아량도 가져주길 바란다.

나는 식품외식업계 전문 신문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경영자의 도덕성’과 ‘기업의 윤리’를 가장 중요한 편집 방침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펜대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식품외식업계에서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는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는 것이 나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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