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가짜 학위 사태 이후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오는 학력위조 파문이 한국인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한 외식업계 단체장도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학벌보다는 기술과 연륜이 높게 평가 받던 외식업계에서도 ‘단체의 장을 맡기 위해서는 역시 학벌이라는 허울이 필요했던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력위조로 지목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수였다”며 이런저런 핑계를 댈 뿐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모습에 더욱 속이 상한다.
외식업계의 학력위조 사건의 발단은 한 개인의 도덕적 책임에서 시작됐지만 사건의 여파는 업계 전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외식업계의 신뢰 하락이다.
최근 외식업계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학교급식 사고, 중국산 갈비통조림 파문 등 외식업계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소비자들의 ‘먹거리 고민’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 ‘신뢰’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가? 세계적인 석학 프랜치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저신뢰 사회의 특성을 비판하면서 “신뢰는 경제와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놀라운 가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후진국과 선진국은 신뢰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퇴보하는 중일 것이다. 그는 또한 “신뢰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이 급격하게 커져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국민들은 현재 신뢰의 부재 속에서 살고 있다. 외식산업은 국민의 건강과 밀접성이 큰 산업이니 만큼 기업과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기업과 외식업종사자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이라면 신뢰는 생명이다.
외식업계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는데 좀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외식업계 내에서라도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이 발을 둘 수 없게 풍토를 다져야 할 것이다.
이시종 기자 l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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