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HACCP 의무화 과연 필요한가
김치 HACCP 의무화 과연 필요한가
  • 관리자
  • 승인 2007.11.0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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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이 배추김치 제조ㆍ가공업소에 대해 HACCP 적용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연간매출액과 종업원 수 등을 따져 내년 12월 1일부터 연차적으로 시행해 오는 2014년 12월 1일까지 모든 업소가 의무적으로 HACCP을 적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치에 대한 HACCP 의무화는 2005년에 발생한 ‘기생충 알 김치’ 파동 이후 추진돼왔다. 당시 중국산 김치에 이어 국내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돼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기생충 알이 검출된 제품에 대해 회수 및 압류 조치가 내려졌지만 시정명령 등의 행정처분은 일체 없었다. 배추김치의 주원료인 배추에서는 기생충 알이 검출될 수가 있으며, 인체에는 아무런 해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뒤늦게 나왔지만 해당 업체들은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은 후였다.

중소업체들은 아예 문을 닫았고, 청와대에 김치를 납품하던 중견 회사마저 하루아침에 기존 매출의 80%가 날라 가버리는 상황을 맞았었다.

국내 소비시장의 위축은 물론 일본 등 해외로의 수출이 중단돼 김치산업 자체가 큰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억울하게 피해를 본 김치업계가 2년 여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매출을 원상태 수준으로 회복시키려는 순간 식약청의 이번 김치 HACCP 의무화 조치는 또 한번 김치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영세업체 사업포기, 산업위축 우려

김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식품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김치는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 다양성이 특징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김치산업에 뛰어들면서 획일적인 상품이 시장을 지배해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아직 지역별 특색 있는 김치들이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김치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치 제조 업소들이 비록 가내 수공업 형태의 영세한 수준이지만 이들 업소들이 전통적인 맛을 유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영세한 김치 제조 업소들은 대부분 문을 닫지 않으면 안 될 처지가 될 공산이 크다.

현재 배추김치 제조ㆍ가공업소는 전국적으로 613개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지금까지 HACCP을 자율적으로 적용해온 업소는 29개소에 불과하다. 나머지 업소는 HACCP을 의무화 하더라도 비용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하면 사실상 HACCP 적용이 불가능한 업소들이나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값싼 중국산에 밀려 수익성도 낮은데 더욱 강화되는 규제를 감내하며 사업을 계속할 업소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측면 외에도 김치라는 식품의 특성상 과연 의무적인 HACCP 적용이 필요한가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김치는 발효식품이다. 발효식품은 인체에 위해한 성분이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김치를 먹고 인체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보고가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식약청은 HACCP 적용을 의무화하면 안전관리가 강화되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해 수출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김치의 경쟁력은 맛과 품질, 그리고 가격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지 안전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김치산업 활성화 위해 규제보단 육성책을

따라서 식약청의 이번 배추김치 HACCP 적용 의무화를 위한 HACCP(식품요소중점관리기준) 개정안은 대폭 수정돼야 할 것이다. 대량 생산체제를 갖춘 일부 대기업에 국한 하거나, 아니면 수출업체에 한정하는 방향으로 의무화 조건을 완화하길 바란다.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식품인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식품으로 명성을 얻고 있지만 산업적으로는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릴
정도로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치산업을 육성할 정책을 개발해 업계의 사기를 진작시키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김치의 경우도 안전관리 차원에서 HACCP 적용 의무화도 필요하고, 또 언젠가는 그렇게 해야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더 필요한 때이다.

HACCP 의무화 같은 조치보다도 김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식약청은 인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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