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메뉴
야구와 메뉴
  • 관리자
  • 승인 2008.11.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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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김철원 교수
얼마 전 막을 내린 한국시리즈를 보더라도 우리 국민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무척이나 뜨겁다. 웬만한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은 야구방망이를 휘둘러보았을 것이다.

특히 9회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심정은 그 누구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손에 땀을 쥐기 마련인데, 여기에서 득점과 연결시키면 그 날의 영웅이요 삼진아웃으로 내려오면 온갖 비난의 화살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필자도 야구동호회에서 4번 타자를 맡았던 경험이 있다. 평소 연습경기에서 무난하게 안타를 만들어내던 실력이 정작 시합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는데 그나마도 4번 타자라고 하는 타이틀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던가 보다.

국민타자 이승엽선수도 4번 보다는 3번이나 5번 타자로 기용되었을 때에 더 나은 타율을 보였다고 하니 심리적 부담이 생각보다는 큰 모양이다. 이렇듯 야구경기의 승패도 타순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데, 그 모양새가 외식업소의 메뉴구성과도 매우 유사한 것을 보게 된다.

야구경기와 메뉴마케팅 그 공통점에서 서로의 성공요인을 찾아보자.

타순과 메뉴 짜기

야구는 9명이 한 팀을 이루어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며 하는 경기인데, 타격 순서에도 고유한 역할이 있다. 1번 타자의 중요한 역할은 우선 출루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다음은 도루와 같이 능란한 주루 플레이를 통해 상대 진영을 흔들어 놓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외식업소의 속칭 미끼메뉴와 닮았다. 부담 없는 가격이나 모양새로 손님들로 하여금 꼭 시키도록 하거나 그 메뉴로 인해 방문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예를 들면 2천원 짜리 자장면이 있다.

이미 알고 있거나 아니면 지나가나 우연히 발견하고 찾아 들도록 유인하는 데에 효과 만점이다.

2번 타자는 출루한 주자를 다음 단계로 보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 만일 1번 타자가 아웃되었다면 2번 타자가 반드시 출루할 수 있어야 한다.

미끼 메뉴와 버금갈 정도의 인지도가 있어야 하거나 아니면 미끼 메뉴와 쌍벽을 이룰 수 있는 아이템이다. 자장면이 있었다면 짬뽕이 여기에 해당된다. 천원짜리 김밥 한 줄로 손님을 유인했다면 1500원 정도의 조금 실속 있는 김밥이 필요하다.

클린업 트리오라고 부르는 3번, 4번, 5번 타자는 모두가 한방이 있는 친구들이다. 특히 4번 타자는 홈런과 같은 폭발력이 요구된다. 선두타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한방이 터지거나, 만일 불발로 그쳤을 경우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출루할 수 있어야 한다.

탕수육, 팔보채와 같은 요리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맛이 기가 막힐 정도로 유명하다면 능히 4번을 줄 수 있지만, 여느 집과 별 다를 바가 없다면 결국 삼진을 당하기 일쑤인 무늬만 클린업 트리오가 될 것이다.

결국 업소의 성패를 좌우할 대표 메뉴가 이에 해당하며 홈런타자인지 아닌지는 줄을 서서 찾아오는지 살펴보면 알 것이다.

이 외에도 6번, 7번, 8번 그리고 9번 타자들이 있는데 흔히 하위 타순이라고 부른다. 공격 보다는 수비능력이 출중한 선수들이나 투수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그렇다고 전혀 공격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두타자나 클린업 트리오가 부진할 때 하위타선에 불이 붙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업소에서 주력하는 메뉴 이외에도 틈새를 겨냥하는 메뉴가 필요하다.

중국음식점에 콩국수, 육개장 등의 전문성 없는 메뉴가 버젓이 등장하여 스테디셀러가 되기도 한다. 아니면 냉면과 만두국 등과 같이 서로 다른 계절에 타순이 바뀌는 현상도 나타난다.

감독과 오너의 전략

이렇듯 메뉴에도 역할과 순서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경기의 승패와 같이 사업의 성패를 위해서도 타순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감독이 최근 부진한 이승엽선수를 4번타자에 계속 기용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보도를 보면서 선수도 중요하지만 경기의 승패는 감독의 손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더해진다.

상대 팀과의 전력이나 경기상황 등을 고려하여 때로는 희생번트도 감행해야 하고, 강공을 펼치기도 해야 하며 대타를 기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감독의 전술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질 때 보는 이들도 신이 나지만 결국 승리는 감독의 머리에서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외식업소의 운영자라면 자신이 파는 메뉴의 역할에 대하여 명확히 파악해야 하며, 혹시 누락된 역할메뉴는 없는지 살펴보고, 상황이나 경쟁업소 또는 손님들의 반응 등을 감안하여 어떠한 작전을 구사할 것인지 판단하고 그에 따라 메뉴의 구성 역시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다.

어디에 가나 판에 박은 듯이 평범한 메뉴의 구성으로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때로는 뛰어난 선구안으로 상대를 지치게 하는 메뉴도 필요하고, 때로는 '히트 앤 런' 과 같이 치고 달리는 역동적인 메뉴운영으로 박진감 넘치는 운영도 필요하다.

그리하여 시원한 만루홈런의 기쁨도 맛보고 계속해서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노련한 감독으로 매년을 한국시리즈를 맞이하는 기분으로 경영에 임하는 것도 활력을 얻는 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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