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식에서 배우는 세계화 전략
중국음식에서 배우는 세계화 전략
  • 관리자
  • 승인 2008.12.04 0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철원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사람들이 태어나서 제일 처음 경험하는 외식활동이 중국음식, 특히 자장면이 아닐까 싶다.

가만히 되짚어 보니 어린 시절 집에 배달되어 온 자장면이 나의 첫 외식음식이었다. 요즘엔 후라이드 치킨이 될지 피자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자장면이 우선순위 일 듯하다.

우리나라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이미 중국음식은 세계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정부의 정책과제를 진행함에 있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지만 선뜻 기존의 세계화음식에 대한 벤치마킹은 의외로 저조한 것은 왜 일까?

잘 되는 사업을 따라하고 개선하는 것이 마케팅의 첩경인데 왜 우리음식의 전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우물 안 개구리를 자초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중국음식에서 핵심적인 성공요인을 짚어보고 이를 한식의 세계화 전략에 반영할 일이다.

조화
몇 해 전에 중국 대도시에 수십억의 자본으로 대형 한식전문점을 차렸다가 불과 6개월 만에 문을 닫은 사업가의 회한을 담은 인터뷰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 바로 메뉴의 규모였다.

약 50여 가지의 메뉴를 개발하여 손님을 맞이했더니 불과 며칠이 되지 않아 돌아오는 소리가 바로 메뉴가 너무 적다는 것이란다. 인근 중국음식점에만 해도 보통 백여 가지가 넘는 것이 예사인데 한국음식점은 먹을거리가 적어 매력이 없다는 내용이다.

미국 시골동네의 테이크아웃 형태의 중국음식점에도 백여 가지가 훌쩍 넘는다. 그 많은 메뉴를 만들어 내는데도 식재료창고는 그다지 크지가 않다. 이유가 뭘까?

중국음식의 세계화 코드는 바로 조화이다. 조화라는 말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메뉴의 조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중국음식의 메뉴는 식재료와 조리방식의 유형이라는 변수에 따라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채소, 닭고기, 쇠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 해산물 등과 같은 주재료에 따라 구분을 하고, 여기에 어떠한 소스를 넣는가와 어떤 방식으로 조리하는가에 따라 새로운 메뉴가 탄생된다.

닭고기 하나만 보더라도 대파를 함께 넣어 굴소스와 볶아낸 요리가 있을 수 있고, 닭고기에 청경채를 넣어 굴소스로 볶아낸 것도 또 다른 요리가 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수백 가지의 요리가 만들어 질 수 있는 반면, 주방에는 항상 동일한 식재료와 소스 등이 준비되어 있으면 되고, 언제라도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두 번째는, 음식이 지역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같은 탕수육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먹는 탕수육과 미국에서 먹는 탕수육의 맛이 조금은 다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은 같은 맛을 내지만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곳은 세계 각지에서 현지에 맞는 맛으로 변형하여 내고 있다.

이는 중국인들이 현지인들의 입맛을 연구하여 새롭게 만들어 낸다기보다는 다양한 요리 중에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메뉴를 중심으로 만들다보니 서서히 현지 식문화와 조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열정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중국식 사회주의는 ‘흑묘백묘론‘이라는 이념에서 출발한다. 고양이 색깔이 어떻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과감한 실험을 통해 경제발전이라는 ’쥐‘를 잡을 수 있는 제도와 방법을 찾는 권리를 인민들에게 부여하고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허용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이론적으로 표현한 것이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라는 철학적 명제인제 결국 중국은 경제정책은 흑묘백묘론으로 추진하고 정치는 기존의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정경분리의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뉴욕의 차이나타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도 신기한 내면의 모습이 있는데, 중국인들의 현지화과정이다. 한 집에 서너 세대가 모여 살면서 정착할 때까지 한 세대씩 분가해 나가는 과정인데 이민의 역사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과정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현금이라고 하는 ‘쥐’를 잡기 위해 어떠한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그 일에 집중한다. 알고 지내던 중국인 친구는 이런 말도 했다. “나에게 밀가루 한 포대만 있다면 사막에서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 그는 실제로도 그러했다.

몇 년이 지나 전해들은 바로는 여러 가지 장사를 하며 지금은 자신의 점포를 얻어 경쟁력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만나 본 모든 중국인들은 하나같이 자신감이 넘쳤다. 과연 돈 한 푼 없으면서 그 넘쳐나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과거 덩샤오핑의 개혁정책을 통해 노동의 댓가 혹은 인센티브를 긍정적으로 경험한 탓이 아닐까 싶다. 농업 생산성도 높아지면서 인민들의 소득도 함께 올라가는 경험을 통해 ‘하면 된다’ 즉,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터득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렇듯 음식의 구조가 사업 경쟁력을 갖고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고도의 열정이 한데 어우러져 오늘날의 중국음식이 세계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두 가지 핵심요인과 비교해 볼 때 우리의 한식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