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맞은 것처럼 정신이 너무 없는’ 요즘
‘총맞은 것처럼 정신이 너무 없는’ 요즘
  • 관리자
  • 승인 2009.03.0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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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 문화관광대학 교수 최 종 문
(사)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
김연아 보는 재미로 힘든 겨울을 날 수 있었다는 사람들이 참 많다. 독립영화 ‘워낭소리’에서 새 힘을 얻었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재앙은 겹쳐 오게 마련이라더니(화불단행禍不單行) 끝없이 추락하는 경제, 살인마 강 아무개의 천인공노 이야기, 용산 참사, 세계적 웃음꺼리로 찍혀 버린 무법천지 폭력 국회등 다시 떠올리기 싫은 일들이 한꺼번에 터졌던 지난 겨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수환 추기경마저 돌아 가셨으니 김연아 보는 재미마저 없었더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김연아 와 ‘워낭소리’ 에 힘 얻고

뿐만 아니라 가수 백지영의 노래처럼 ‘총맞은 것처럼 정신이 너무 없는’ 사람들도 부쩍 늘고 있다.

‘정신이 너무 없어 웃음만 나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요즘의 외식업주들이 바로 그 대표적 예다.

한 때 불패신화의 주인공으로 여겨질 만큼 잘 나갔던 외식업체들이 연간 22만개의 업소가 휴폐업으로 문을 닫을 만큼 혹독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작년 9월 대통령주재로 열린 ‘생활공감정책회의’에서 외식업계의 수익구조개선지원책을 논의할 때와 작년 10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한식 세계화 선포식’ 때만 하더라도 가슴 벅차 오르는 기쁨과 감격을 주체하기 어려웠던 우리 외식업주들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 기쁨과 감격도 잠시, 미국발 세계경제위기와 동시진행형으로 전개된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은 이제 막 시동을 걸려는 한국음식 세계화를 향한 힘찬 엔진소리를 급제동으로 멈춰 서게 했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외식업계만 그런 게 아니다. 나라 전체가 다 그렇다.

특히 최근의 현안인 청년실업 또는 청년무업無業의 문제가 점차 확대·심화되어 불과 한달 사이에 청년 일자리 12만개가 사라졌다니 기가 찬다.

2030 젊은층의 취업 인구가 960만명에 그치며 1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4050 중장년층 일자리도 급감하고 있다니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김연아가 있으므로 힘든 겨울을 보낼 수 있었던 사람들이나 ‘워낭소리’에서 새 힘을 얻은 사람들이나 총맞은 가슴처럼 정신이 없어 그냥 웃어야 했던 사람들은 그나마 좀 낫다.

아니 행복한 편이다. 그들은 가령 형편이 좋아지거나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정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무감각파 사람들이 진짜문제, 그래도 희망이 있다.

문제는 극도의 무관심을 뿌리로 하고 있는 적당주의, 편의주의 사람들이다.

이쯤에서 작년에 크게 유행했던 '되고송'의 패러디버전 가사 두개를 소개한다.

올해의 ‘생각대로’ 시리즈에 밀려나 유행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재미삼아 요즘 젊은이들의 적당주의 편의주의 의 실체를 짐작해 보는 것도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을 듯 싶어서다.

‘결혼 말 나오면 웃으면 되고/ 주름살 늘면 작게 웃으면 되고/ 꽃미남 후배 점점 늘어나면 연기로 승부하면 되고/ 스타라는게 외로워 질 때면 옛날 친구 얼굴 보면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장동건 편)’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 못 참겠으면 그만두면 되고/ 견디다 보면 또 월급날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회사원편)’

위의 가사에서 보다시피 ‘되고 송’은 냉혹한 성과주의에 잔뜩 주눅들어 있는 현대인에게 뭔가 여유를 맛보게 하는 ‘느림의 미학’, 그리고 막히면 돌아서 가고, 이렇게 하면 되지라는 ‘긍정의 힘’을 은근슬쩍 암시해 주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긍정적 측면 못지 않으니 편의주의, 적당주의, 무사안일주의, 그리고 철저한 자기합리화가 바로 그것이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경험을 말해 본다면 ‘되고송’의 청년상은 당찬 도전의식과 강력한 성취동기로 단련된 젊은이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잔뜩 지치고 무기력하며 그래서 몹시 일그러진 모습, 무기력한 모습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단순한 적당주의자나 편의주의자가 아니다. ‘되고송’ 계열사람들도 아니다.

아무런 감동도 느낌도 없는 무감각 무감동파 사람들이 진짜문제다.

김연아에게, ‘워낭소리’에게, ‘총맞은 가슴’의 백지영에게 무심한 사람들도 문제지만 살인마 강아무개에게까지 무심하고 무덤덤한 사람들이 진짜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래도 나는 한 줄기 희망을 보았다.

지난겨울의 끝자락 김수환 추기경님의 영전에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룬 명동일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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