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한식세계화
막걸리와 한식세계화
  • 관리자
  • 승인 2009.03.3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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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원 한국주류문화연구소 소장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 공동 대표이사
장면 하나, 미래. 2015년 뉴욕. 코리안 스타일 바. 미국인 남성과 그의 연인으로 보이는 일본인 여성이 테이블에 앉아 있다. 스타일리시한 개량한복 차림의 종업원이 테이블에 다가가 술병을 조심스럽게 들고 남성 고객에게 호스트 테스팅(Host Testing)을 하고 있다. “이 술은 저희 매장 라이스 와인 10종류 중 가장 잘나가는 제품입니다. 한국의 경기도 00지역에서 2014년 생산된 유기농 쌀로 만들어졌습니다. 바디감은 라이트 하고, 목 넘김이 매우 부드러운 술입니다. 장에 좋고 노화방지 물질이 들어 있어 건강에 매우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막걸리라고 부릅니다.” 둘은 건배를 했고, 술맛을 본 두 사람은 대단히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장면 둘, 현재. 2009년 서울. 한식당.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 젊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친구들로 보이는 대여섯 명이 앉아 있다. 주문한 불고기가 나왔다. 일본인 고객 한 사람이 종업원에게 묻고 있다 “여기 소주 말고, 다른 술은 없습니까?” “다른 술이요? 맥주도 있습니다.” 종업원이 바쁜데 무슨 소리냐는 듯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아뇨 일본의 사케 같은 한국의 전통술이요.” 이때 식당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아주머니가 “한국에서는 소주가 최고예요. 이게 한국 술 이예요. 다 이걸 마시죠.”라며 생글거리며 둘 사이를 막아선다. 일본인은 체념한 듯 소주를 받았다.

첫째 이야기는 우리 술의 미래 희망을 그려보았다. 둘째 이야기는 오늘날 있을 수 있는 우리의 일천한 술 문화의 씁쓸한 단면이다.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와인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무역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와인 수입액은 2004년 4578만 달러 규모이던 것이 2007년에는 3배 이상이 늘어나 무려 1억 4348만 달러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한국의 와인 시장은 프랑스를 필두로 미국, 이탈리아, 호주, 칠레 등 세계 와인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의 와인 시장이 그 만큼 진입하기 수월하고 그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최근에는 일본 사케 바람이 불고 있는데 2004년 32만 달러의 미미한 수준이던 것에서 2008년도에는 20배가량이 늘어난 612만 달러가 수입됐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수년 내에 1천억 원 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위스키 시장 역시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수입을 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도대체 왜 생긴 것일까? 그것은 일제 강점기라는 비극적 역사가 나은 산물이라는 것이 첫째 이유다. 역사를 극복하지 못한 채 기형적으로 발달한 주류산업 구조가 둘째 이유다. 그리고 외국의 술에 대항할 만한 역사와 문화적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술을 키우지 못했던 이유가 근본적 이유다. 이제부터라도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을 키워 문화적 빈궁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한다.

한식 세계화 바람이 불고 있다. 막걸리 하나 세계화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도대체 그들과 대결할 것인가? 지극히 개인적인 필자의 생각이다. 지난 칼럼에서 밝힌 것처럼 필자는 ‘참살이탁주’라는 막걸리의 전략 기획자다. 처음 100% 친환경 쌀을 이용해 국내 최고의 탁주를 만든다고 했을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외면했고, 미친놈이란 소리를 아끼기 않았다. 철벽같은 편견과 싸워야했고, 시장과 싸워야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적 자존심이 동력이었다. 여기에 쌀 생산 농민들이 참여했고 대학의 교수진들을 참여했다. 이렇게 해서 오는 4월 본격적인 시장유통을 시작하고, 일본 시장에 올해 안에 100만 달러 규모의 수출을 진행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더불어 무궁무진한 문화적 스토리텔링을 더불어 숙성시키고 또 발효시키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계획이다.

2008년 프랑스는 무려 78억 달러 이상의 와인을 해외에 내다팔았다. 독일은 10억 달러, 일본의 사케 역시 5천만 달러 수출했다. 이것은 자국의 포도주 생산 농가와 보리생산 농가, 쌀 생산 농가가 연결돼 있다. 이것이 진정한 세계화 모델이 아닐까. 술이 있는 곳에 떡이 있고, 고기가 있다. 한식세계화! 인문학적 기반의 문화적 세트메뉴 개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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