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민주시민으로 사는 법
참 민주시민으로 사는 법
  • 관리자
  • 승인 2009.06.15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 평생 가슴속에 소중하게 간직하며 필요할 때 끄집어내어 곱씹어 보곤 하는 교훈 몇 가지 가운데 이런 게 있습니다. 평생 좌우명이기도 하지요.

‘주관적 애국심이 객관적 망국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라’

우리나라의 대표적 석학 중 한 분이셨던 고 이상은 선생님이(한국 및 동양철학, 고려대 교수역임) 60년대 초, 우리사회의 지도자와 시민들, 그리고 청년학생들에게 말씀해 주셔서 당시 큰 감동을 불러 일으켰던 말씀입니다. 저는 내가 평소에 존경하던 참 선비님의 말씀이라 불문곡직, 무조건 외우고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말씀을 얼마나 좋아했으면 6년 전에도 이 칼럼을 통하여 소개하고(식품외식경제 2003.12.18일자) 오늘 또다시 인용하겠습니까?

주관적 애국심 이 객관적 망국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면 제가 선생님의 가르치심을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했는지 간단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저는 8남매의 장남으로서 유난히 장남의식이 강하다는 평판을 받으며 살아 왔습니다. 더러 장남의식이 지나친 나머지 원칙을 위배해서라도 가족에게 유리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때마다 주관적 ‘가족 사랑이 객관적 패가敗家행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어 과감히 유혹을 뿌리쳤습니다. 기업의 임직원 또는 CEO 시절에도 ‘주관적 애사심이 객관적 해사害社행위’ 가 될 수 있음을 떠올리며 매사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습니다. 대학의 학장으로 일할 때도 그랬습니다. ‘주관적 애교심이 객관적 해교害校행위’ 일수도 있다는 곰씹으며 일했습니다. 심지어 ‘주관적 애처심愛妻心(아내 사랑하는 마음)이 객관적 공처恐妻행위 (아내를 무서워하는 행위)’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오늘 또다시 이처럼 케케묵은 이야기를 끄집어내게 됐을까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꼴 새가 앞뒤가 말이 아닙니다. 꽉 막힌 것으로 말하면 선생님이 말씀을 하셨던 60년대 초나, 제가 이 칼럼을 통하여 소개했던 6년 전이나, 또 다시 인용하는 오늘이나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어쩌면 그때보다 더 나빠졌을지도 모릅니다.

잘 아시다시피 역사, 특히 현대사가 말해주는 우리나라의 봄 - 초여름은 긴장과 불안과 혼돈의 계절입니다. 봄-초여름이 되면 거의 어김없이 터지는 대형 정치적 사건과 그것을 계기로 더욱 심화되는 국론분열과 가중되는 사회혼란 때문이지요. 올해도 예외가 아닙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당초 세계적 경제위기 때문에 올해만큼은 무탈하게 넘어 가는가 했습니다만, 결국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사건과 마치 한두 시간 내에 형성되는 소나기 비구름처럼 삽시간에 만들어진 ‘노무현 현상’이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현상’에서 촉발된 여야정당 간, 보수-진보간의 대립과 싸움은 현 정부의 능력과 민주성에 대한 시비 논란으로 이어지며 극심한 국론분열과 사회적 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교수사회에서 시작된 시국선언이 문화계, 종교계로 확산되더니 이제는 그것을 반박하는 성명서, 기자회견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립과 분열에 관한 모든 것이 총망라된 박람회 전시장이 아닌가 하는 좀 생뚱맞은 의구심이 들만큼 어지럽습니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진흙탕 싸움의 한 복판에 내로라하는 지성인들과 대중적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논객들, 그리고 익명의 그늘에 몸을 숨기고 목소리만 키우는 일부 비겁한 네티즌들이 자리 잡고 품격부재 염치몰수의 육두문자 막말을 마구 토해내면서 진흙탕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입니다.

모든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유

이처럼 일그러진 세상풍조에 편승해서 만들어진 파생상품이 가령 막말에 의한 성공법칙, 할리우드 액션 쇼에 의한 성공법칙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리콜의 대상이 돼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주관적 애국심이 객관적 망국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라’

우리나라의 모든 지도자들 (시민단체까지 포함해서), 모든 지성인들, 그리고 모든 사이버 논객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이유입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