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반찬이여 거듭나라!
밑반찬이여 거듭나라!
  • 관리자
  • 승인 2009.06.1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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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농업경제학과 식품외식산업교수 김철원
몇 해 전에 서해안 지역을 여행하면서 젓갈로 유명한 곳에 들른 적이 있다. 지역특산물로 자리 잡은 탓인지 다양한 젓갈로 구성된 백반을 파는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군침을 삼키며 들어간 곳에서 약 10여 가지의 젓갈과 함께 밥을 먹었는데 처음의 기대와 달리 얼마 먹지도 못하고 아까운 젓갈을 그대로 남겨야 했다. 아무리 밥도둑이라 해도 모든 젓갈이 하나같이 짜서 다 먹으려면 밥을 서너 공기는 족히 먹었어야 했다.

그렇게 젓갈을 뒤로 한 채 다음은 한상차림으로 유명한 지역을 들렀다. 말 그대로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린 한 상에 60여 가지의 반찬이 즐비했다.

연신 감탄사를 감추지 못하는 것도 잠시, 이것들을 어찌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결국 절반도 채 먹지 못하고 상을 물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약 15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음식쓰레기로 인하여 손실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중에서 반찬이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위생안전 및 환경오염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환경보호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이 중요해짐에 따라 우리의 식문화도 '식생활 교육 지원법'의 본격적인 추진과 확산을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 으뜸의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내조의 여왕? 뿔난 엄마?

식생활교육이 가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곳이 바로 가정과 학교이다.

흔히 말하는 밥상머리교육이 집에서 학교로 이어져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 가정에서 일어나는 식문화는 과연 어떠한가? 아마도 사랑받는 아내, 푸근한 엄마의 상징은 바로 집 밥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식단은 밥을 주식으로 하고 국물이 필요하며 김치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주 요리와 밑반찬들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가짓수가 다를 수 있고 내용이 다를 수 있어 집집마다 고유의 음식문화를 간직하게 된다.

이 중에서 밑반찬은 참으로 애매한 역할이다. 없으면 아쉽고 있어도 표가 나지 않는다.

넉넉히 해 놓을라치면 1주일이 지나도록 조금씩 남아 냉장고 한 구석을 차지하고 급기야 버려지거나 누군가 먹어치워야 한다.

밑반찬을 맛있게, 자주 만들어주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다듬고, 골라내고, 무치고, 버무리고, 졸이고, 볶고 참으로 다양한 조리방법에 맛도 서로 달라야한다. 이렇게 잘 만들어주어도 밑반찬에 대한 칭찬은 인색하기 그지없다. 잘해봐야 본전인 셈이다.

조금씩 자주 먹자고 부지런히 만들었던 밑반찬이 그나마도 남아돌면 이제는 처치하기 바쁘다. 이렇다 보니 내조의 여왕이 결국은 뿔이 나고 마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

외식사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종이 한식이며 그 특성상 적지 않은 반찬을 제공하게 된다. 반찬이나 주 요리 모두가 식재료를 사용하여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생산원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서상 주 요리는 더 달라는 경우가 없어도 반찬은 무한제공이 기본이다.

남으면 재사용 금지로 버려야 하고 모자라면 무상으로 더 줘야 하는 것이 반찬이다. 이렇다 보니 반찬에 인색하면 서비스가 안 좋다며 타박하고, 남으면 그대로 버려지니 경영자 입장에서 이래저래 비용이 새어나간다. 해외에서 운영하는 한식점들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반찬이기도 하다.

우리 식문화를 아는 현지인들이 반찬공략에 나서기 때문이다. 무료제공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무서울 정도로 반찬그릇을 비워낸다.

우리의 정서는 반찬이지만 그들에게는 말 그대로 요리이기 때문에 이게 웬 떡인가 싶을 지경이다. 결국 식재료비용의 부담만 업주에게 가중되는 셈이다.

우리의 식문화는 이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이다. 공연히 천덕꾸러기로 만들 것이 아니라 밑반찬을 개별 요리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식단이 밥, 국, 김치 또는 채소류, 주 요리 등의 4가지로 구성되는 1인 반상의 식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가정에서도 그렇고 학교에서 그래야 한다.

학교급식에서 식재료비를 맞추기 위해 엉성한 1식 3~4찬을 고집하여 허술한 반찬들로 채울 것이 아니라 1가지 반찬요리에 집중하여 제대로 먹을 만한 식단을 구성해줘야 한다. 결국 동일한 비용으로 노동력은 감소하고 실속 있는 급식이 가능해 진다.

가정에서도 즐비한 밑반찬을 없애고 1가지의 핵심요리를 중심으로 식단을 꾸미도록 하자. 만드는 사람, 먹는 사람 모두 간편하고 즐거운 식문화를 재창조해 가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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