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4년제 대학의 식품공학 전공 학생들에게 있어 가장 큰 관심거리이자 고민거리는 역시 취업이다.

교과부에서 각 대학교의 취업률을 공시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여 대학에서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작 학생 본인들의 노력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정말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기업체에 취직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취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학기간이지만 주말에도 각 학교의 도서관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학생들의 취업준비를 위한 면학열기가 매우 뜨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생들은 갈수록 취업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식품공학과 졸업생의 취업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식품공학을 전공한 학생의 수는 크게 늘어났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정말 취업이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품산업체는 자동화, 슬림화의 영향으로 점점 구인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신입사원 보다는 바로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것도 취업률 저하의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학생들은 좀 더 나은 ‘스펙’을 갖추기 위해 자격증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식품산업과 관련된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은 ‘식품기사’ 단 한 개다. 전체 170여개의 기사 중 식품산업과 관련된 것이 단 한 개라고 얘기하면 다른 분야의 전공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전체 산업에서 식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기사자격증의 종류가 너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식품기사 응시자수는 취업난으로 인한 수요 증가로 200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매년 6천명 이상의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합격률은 10%대로 각종 기사 자격증 시험 중 최저 합격률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면 많은 학생들이 응시하고 있고 합격률은 낮은 이 자격증이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을까? 미리 답을 하자면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필자가 개별적으로 확인한 식품 대기업 몇 곳을 보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식품기사자격증이 합격에 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업계에서는 식품기사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심지어 식품기사가 뭐하는 것이냐고 묻기도 하였다.

그럼 정부기관은 어떨까? 식약청의 경우 7~9급 공무원을 채용할 때 가점을 주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식품기사자격증은 위생사자격증처럼 상대적으로 합격률이 높아 취득하기 용이한 다른 자격증들과 같은 점수가 부여되고 있어 형평성을 잃고 있다.

그리고 7급 공무원의 경우 대학원 졸업자가 주로 지원하고 있어 학부 졸업자의 취업기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식품기사 자격증이 산업체에서 호응을 받지 못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자격증이 실력있는 인재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업체들은 식품생산, 공정 등 제반 항목에 대한 기능숙련도와 기술응용력을 갖춘 재원을 평가하여야 하는데 이를 평가하는 시스템인 식품기사시험이 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설사 식품기사를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차별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식품학자들은 식품의 특성상 다른 공학계열과는 달리 공정에 있어 많은 오차가 발생되어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대의 식품공정기술은 상당부분 개선되어 오차의 발생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달라진 식품공장의 작업 프로세스에 걸맞은 평가시스템이 부족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식품산업의 표준화?정량화는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식품공학자들의 숙원사업으로 식품기사시험의 정상화를 통해 좀 더 조속히 달성해야 할 것이다.
학문과정에 있어 자격증과 평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교육의 미래가 수능평가에 달려 있듯이 식품공학 전공학문 또한 식품기사 시험이 알차게 준비되어 선도한다면 우량 전공을 만들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식품기사시험의 본질적 개선에 대한 논의는 다음 호에서 거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