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푸드체인의 지배자
<월요논단>푸드체인의 지배자
  • 관리자
  • 승인 2009.07.31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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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기 경기대학교 외식조리학과 교수
문화는 다양한 사회와 민족 집단 구성원에게 어떤 음식이 적합한지를 규정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에 대해 우리가 갖는 한계성은 문화적 영향을 받게 돼 있다.

그러나 문화적 영향만으로 음식에 대한 한계성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점이 있기 때문에 식자(識者)들은 세 가지의 이념적인 원리의 작용을 설명한다.

즉, 모든 사회에서 음식에 관한 지식이나 음식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쾌락주의, 보신주의, 그리고 영성주의라고 불리는 세 이념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여기서 쾌락주의는 감각적 쾌락을, 보신주의는 건강과 영양 가치를 강조하는 이념이다. 이와는 달리 영성주의는 도덕이나 형이상학적 가치를 지향하는 이념이다.

이처럼 우리가 음식에 부여하는 의미는 대체로 세 종류의 음식 이념에 준해서 파악 될 수 있다.

이 세 이념은 우리 마음속에 서로 공존하지만, 그 관계는 시시각각 변화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세 이념 중 어떤 것이든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고, 우리의 음식 선택을 결정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일찍이 인간의 심리구조는 본능적 충동(id), 합리적 자아(ego), 그리고 도덕적 초자아(superego)라는 세 요소가 공존한다는 이론을 발표하였다.

프로이트가 발표한 이 이론을 음식과 관련된 소비행동에 적용하면 우리들은 때로는 감각적 쾌락을, 때로는 건강과 영양을, 때로는 종교적, 도덕적 가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그리고 때로는 세 개의 가치가 우리 마음속에서 서로 공존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인간의 다면성 때문에 농업혁명, 식품의 산업화, 화학혁명, 그리고 운송혁명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생산자 패러다임이 지금까지 약 200년 동안 식품 생산체계를 지배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생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동물보호, 철저한 환경 파괴, 오염, 기업의 통제와 권력 증대, 소비자의 불신 등의 문제 등으로부터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생산자 패러다임이 안고 있는 인간과 환경에 대한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두 개의 대안적인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되는데, 생명과학 통합 패러다임과 생태학적 통합 패러다임이 그것이다.

생명과학 통합 패러다임은 식품생산에 생명공학기술을 산업적 규모로 적용하며, 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화학보다는 생물학에 의존한다는 패러다임이다.

그리고 생태학적 통합 패러다임 역시 생명과학 통합 패러다임과 같이 생물학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자연에 대해 보다 통합적이며, 덜 공학적이고, 상호의존성과 공생관계, 그리고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보다 전체적인 시각을 지닌다는 패러다임이다.

결국, 이 세 개의 식품생산체계의 패러다임은 서로 경쟁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식품에 대한 우리들의 결정은 다면성을 띠고 있어서 세 개의 패러다임은 먼 미래에도 [우리는 오늘도 전쟁 중]으로 승자와 패자를 확연히 구분 짓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소비자가 주인이 된 오늘날에는 고객(소비자)이 푸드 체인의 제일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 생산 . 제조 . 유통으로 이어지는 [푸드 체인]을 주도해 간다고 이론적으로는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막강한 힘을 가진 유통업자들이 소비자들을 등에 업고 그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식품제조업자들과 생산자들을 통제하면서 푸드 체인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즉,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생산하라고 제조업자에게 압력을 가하고, 생산자들에게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만 생산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결국, 고객(소비자)들은 그들이 푸드 체인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큰 소리치고 있으나 실제로 푸드 체인을 지배하고 있는 쪽은 유통업자들이다.

그들은 오늘도 [고객님?]을 소리 높여 외치면서 [고객님?]을 잘 길들여 그들이 팔기를 원하는 것을 상품화 하여 고객(소비자)들에게 잘 먹이고 있다.

그래서 나는 고객(소비자)을 똑똑한 척하는 바보라고 부르고 싶다.

필자를 포함한 잘난척하는 바보들이 인간과 자연의 건강, 그리고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를 식품을 선택하는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또한 인간과 자연의 건강이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이 현실화 될 때 생산자도, 제조업자도, 그리고 유통업자들도 소비자가 원하는 식품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터인데.

그래야 [푸드 체인]을 이론과 실제적으로 소비자가 지배할 수 있고, 인간의 건강과 자연의 건강이 지켜질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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