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의 이해, 글로벌 시대의 지혜
음식문화의 이해, 글로벌 시대의 지혜
  • 관리자
  • 승인 2009.08.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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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외식산업학과 이경희 교수
T. S. Eliot이 ‘문화란 생활의 방식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인류의 문화란 의ㆍ식ㆍ주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조건에다 이를 운용하는 방식이 보태진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세 가지 조건 중 음식은 인간의 생명과 활동에 활력을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광을 하면서도 식사에 대한 불만족을 가장 많이 나타낸다고 한다. 이는 우리 민족이 그 만큼 먹는 문제에 많은 정성을 쏟아왔고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지역의 음식문화는 음식의 종류, 만드는 법, 상차림, 먹는 방법, 식사에 대한 가치관 등이 문화적 산물로서 통일되어 있어 외부세계 문화권과 구별 짓는 척도가 된다. 이러한 문화적 산물들은 기후, 풍토 등의 자연환경을 토대로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들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오랜 세월 계승 발전되어 왔다.

기후에 따라 형성된 한대, 온대, 열대지역에서의 음식문화의 특징은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데, 한대 지역은 기온이 낮아 음식의 보관이 용이하므로 식품의 가공저장 과정이 거의 필요하지 않고 신선한 식품을 수확한 상태 그대로 먹게 되어 음식이 담백하다. 이에 반해 열대지역에서는 향신료를 과다하게 사용하고, 기름을 이용한 조리법이 발달하였으며, 채소 대신 과일을 요리에 많이 이용하고, 쌀을 섭취할 경우 그 지역에서 재배가 용이한 찰기가 적은 Indica 종으로 지은 밥을 선호한다. 향신료는 음식의 맛을 돋우게 하는 역할도 하지만 음식이 상하기 쉬운 환경 속에서 방부작용도 할 수 있다. 온대지역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먹을거리가 산출되고, 한 계절에 생산된 식재료를 생산되지 않는 계절까지 저장해서 먹기 위해 가공저장식품이 발달하였으며, 향신료를 적당량 사용하고 찰기 있는 Japonica 쌀로 만든 밥을 좋아한다.

음식문화 형성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요인은 교육정도, 직업, 세대차, 가족구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으나, 그 중 종교가 음식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다.

동서양의 대표적인 종교는 크게 서양의 유태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들 수 있으며, 동양의 힌두교와 불교를 꼽을 수 있다. 종교에 따라 밥을 먹는 행동 양식인 식사행동체계가 달라질 수 있는데, 두드러지는 점은 전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이슬람교와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의 오른손으로만 음식을 먹는 수식매너가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점이다. 이들에게는 수저나 포크 같은 것들이 자신의 손만큼 청결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니 우리의 잣대와는 사뭇 다르다. 또한 종교생활 속에서의 음식은 종교의식이나 관습의 중요한 상징으로서 적용되어 왔고, 엄격한 식사규율에 따라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유태교에서는 Kosher, 이슬람교에서는 Halal 이라고 하여 허용되는 음식을 정해 놓고 있다. 가공식품인 경우에도 사용된 원재료가 식사규율에 적합한 것인지 검증한 후 적합하다고 인정된 것에 한하여 포장에다 기호로 표시하고 이런 기호의 표시가 있는 제품만 소비하고 있는데, 극히 소량 첨가되는 재료의 사용에도 규율을 엄격히 적용하는 점이 놀랍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식사는 곡류(밀)와 채소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육류는 금하거나 모자라게 먹기를 원하고 있는데, 이는 육류가 오염되기 쉽고 건강을 해치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태교나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를 금하는 것이다. 그러나 힌두교에서 쇠고기를 식용으로 금하게 하는데 이는 소를 너무 신성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태교에서는 육류를 섭취할 때 우유나 유제품이 섞인 상태로 먹지 않는다는 큰 특징도 있다. 이 두 그룹의 식품은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먹어야 하며 음식을 담는 그릇도 따로 장만하여 사용하고 심지어는 식기세척기 안에 이 두 그룹의 음식이 담겨있던 그릇이 섞여서도 안 된다고 한다. 이 기막힌 문화의 차이를 어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글로벌화 된 현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굳이 외국을 나가지 않아도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게 된다. 각 민족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바르게 이해하여 품위 있고 세련된 매너로 식사예절을 지켜나가는 것이 지구촌을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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