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근로
업무와 근로
  • 관리자
  • 승인 2009.08.25 0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K 노무법인 책임노무사
前 CJ그룹 회장실 글로벌 인사부장
근로자 천영광은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우선 컴퓨터를 켜고는 커피 한 잔을 들고 흡연실로 향한다. 모닝커피와 끽연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다. 흡연실의 먼저 와 있던 동기 서너 명과 이야기꽃을 피우다 담배 세대를 태우고 나서야 사무실에 와서 자리에 앉는다. 컴퓨터로 어제 오늘의 국내외 뉴스를 일람한 후에 주가의 등락을 살피면서 매도 주문과 매수 주문도 한다. 그럭저럭 10시가 후딱 넘었다.

서류를 뒤적거리다 친구와 점심을 하기위해 11시 30분에 급히 사무실을 나선다. 점심을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하고는 친구와 주말에 골프 약속을 하고 사무실에 들어온 시간은 오후 1시 30분이다. 골프 부킹은 천영광이 책임지기로 했으므로 골프장 사이트를 30분간 들락거린 후 부킹에 성공한다. 2시부터 다시 업무를 시작하는데 한 시간쯤 지나자 여자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20분간 통화를 하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러자 이번에는 동기 하나가 상사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며 메신저 신청을 해 온다. 동기의 푸념을 들어주다 보니 30분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50분. 아침에 주문을 내놓은 주식이 거래가 됐는지 확인하고는 내일의 주가 전망 기사도 찬찬히 읽어 본다. 그러고 나서 업무에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6시가 됐다.

먹자고 하는 일. 천영광은 후배를 데리고 나가 저녁 식사를 하고 소주도 한잔 곁들인다. 자상한 천영광은 후배들은 먼저 퇴근시키고 업무를 마무리 짓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온다. 7시 40분을 조금 넘는 시간이다. 반주로 곁들인 소주 탓인지 업무에 집중이 되질 않아, 잠시 눈을 붙였는데 깨어보니 8시 40분이다. 20분 동안 책상을 정리하고 퇴근하기 전 오후 7시부터 9시까지의 2시간에 대해 연장근로 수당을 신청했다. 천영광은 매일 밤 9시에 퇴근하는 자신이 너무 과로하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을 하면서 서둘러 저녁 약속 장소로 향한다.

거의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하는 천영광은 도대체 ‘근로’는 얼마나 한 것일까? 업무에 전념한 4시부터 6시인 2시간인가, 아니면 전념은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회사 일을 한 10시부터 11시 30분 사이, 2시부터 3시 사이, 4시부터 6시 사이를 다 합친 4시간 30분인가? 정답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사이에 점심시간 1시간과 석식시간 1시간을 제외한 10시간이다. 저녁 7시부터 9시 사이의 2시간은 연장근로에 해당되므로 50%이상의 할증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총 11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근로시간은 실제로 회사 업무를 한 시간과는 구별된다. 근로는 회사 일을 실제로 수행한 시간이 아니라 사용자(회사)의 지배·관리 하에 놓여 있는 시간을 말한다. 때문에 천영광이 실제 업무를 수행한 시간은 4시간 30분에 불과하더라도 근로시간은 10시간이 되는 것이다.

근로시간은 근로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근로기준법이 그 상한선을 정해 놓고 있다. ‘법정근로 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일주일에 48시간을 한도로 정한 이후 44시간(1997년), 40시간(2003년)으로 단축한 바 있다.

회사와 근로자는 법정근로시간의 범위 안에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데 이를 ‘소정근로시간’이라 한다. 소정근로 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는 시간을 ‘연장근로’라 하고, 이에 대해서는 최소한 50% 이상을 할증해 지급해야 한다. 할증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근로는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의 근로인 야간근로와 휴일에 근로하는 휴일근로도 포함한다. 연장근로의 한도는 일주일에 12시간이다. 따라서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등과 같은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에서 근로자에게 근로를 시킬 수 있는 최장 시간은 일주일에 52시간이 된다.

법에서 정한 근로시간 및 연장근로 시간의 한도를 초과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해 50% 이상의 임금을 할증해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무노동 무임금이 원칙이라면 유노동(근로) 유임금도 피할 수 없는 원칙이다. 한편, 천영광의 사례는 직무분석을 통해 직무를 재설계하거나 인사 시스템을 정비해 관리의 효율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