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5명인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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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9.09.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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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공인노무사
얼마 전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 모임에 참석했다. 몇몇은 가끔 얼굴을 보는 친구들이지만 졸업 후에 처음 만나는 친구들도 없지 않다. 술잔과 함께 서로 명함을 주고받는다. 명함에는 그 사람의 현재 직업이 훈장처럼 박혀 있어서, 지금은 얼마나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지 친구에게 어색한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을 할 수 있게 해줘 편리하다. 한 친구의 명함을 받아드니, 외식 프랜차이즈 점의 대표이다. 내 명함 속에 박혀 있는 공인노무사란 글자를 보고는 그 친구가 대뜸 한다는 말이 걸작이다. “외식(업) 하면서 유지하려면 사람은 4명만 써야 돼. 그 이상 쓰면 오히려 손해야!”

참으로 압축적인 말이다. 영세 사업주의 부담을 덜기 위해 4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중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부의 규정만 적용하지만 근로자를 상시적으로 5명이상 사용하게 되면,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을 전면적으로 적용 받게 된다.

우선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인 ‘상시근로자’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상시근로자 수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휴업수당 지급이나 근로시간 같은 법 적용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1개월 동안에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 중의 일수로 나누어 산정한다. 이렇게 산정한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이라 하더라도 일(日)별로 계산하였을 때 5인 이상인 날이 1개월 중에 2분의 1 이상이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상시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이 되면 사업주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은 퇴직금 지급 의무이다. 법에서 정한 퇴직금은 매 계속근로연수 1년에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이다. 일반적으로 계속근로연수는 입사일부터 퇴직일까지의 기간을 의미하지만, 이럴 경우에는 입사일이 아닌 상시근로자수가 5인 이상이 된 시점부터 퇴직일 사이의 기간이 계속근로연수가 된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시간에 대한 규정도 많은 부담을 준다. 5인 이상의 사업장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에 40시간· 1일에는 8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연장근로는 1주일에 12시간을 넘을 수가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더 많은 근로자를 채용하여야 하고 이는 인건비 부담으로 직결된다. 나아가 연장근로와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의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최소한 통상임금의 50%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5인이 되기 전에 근로시간에 대한 규제의 부담이 없던 시절처럼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시킨다면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이 되는 시점에 임금체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임금 총액이 고스란히 통상임금이 되고 이를 시급으로 환산해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자칫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근로자수가 5인이 되는 시점에는 반드시 임금체계를 법 환경에 맞게 정비하여야 한다.

퇴직금, 근로시간 준수 외에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을 하는 기간 동안에 평균임금의 70%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휴업수당과 1년에 8할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부여해야 하는 15일의 연차유급휴가도 피해갈 수가 없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전면 적용 이후 사업주가 부담해야할 가장 큰 의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 23조 1항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법 27조는 정당한 이유로 해고를 할 때에도 해고의 시기와 그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해고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의 구제 명령에 따라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켜야 함은 물론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만약 구제명령을 지키지 않는다면 2년 동안 4회에 걸쳐 2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게 된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기준은 최저기준 임에도 불구하고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내 친구가 지키기에 너무 힘든 기준이다. 그렇다고 근로기준법이 무서워 사업 확장을 꺼리는 것을 옳다고 할 수 없다. 근로자에게 더 좋은 근로조건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사업주는 더욱 노력해야 하고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해주지 못할 형편이라면 법 기준에 맞게 대우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빌려야 한다.

goodth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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