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서비스를 알면 세계가 보인다
<외경시론>서비스를 알면 세계가 보인다
  • 관리자
  • 승인 2009.09.2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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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학교 관광학과 김철원 교수
서비스를 알아보기 전에 수학문제 하나 풀어봅시다. 어쩌다 점심시간을 지나친 철수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인근 설렁탕 전문점을 찾았다. 마침 대부분의 종업원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모여 있었고 손님들도 몇몇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차림표를 보니 공기밥 설렁탕은 5천원, 돌솥밥 설렁탕은 6천원, 도가니탕은 1만원이었다. 도가니탕은 물론 돌솥밥이 제공된다고 했다.

오랜만에 영양보충도 할 겸해서 도가니탕을 주문했다. 종업원은 준비해 놓은 돌솥밥이 다 팔려서 새로 지으려면 20분은 족히 걸린다며 공기밥도 괜찮겠냐고 되물었다. 허기진 철수는 빨리 먹기 위해 공기밥을 달라고 했다. 뒤따라 들어온 손님들은 설렁탕을 시키는 눈치였는데 시키자마자 바로 나오는 것이었다. 아마도 도가니탕은 뚝배기채로 데우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주방에서는 이미 나왔는데 홀에서는 식사를 하느라 뒷전이었다.

허기도 지고 불쾌해 진 철수는 1만원을 다 주고 먹는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음식을 가져온 종업원에게 돌솥밥설렁탕이 1천원 더 비싸다면 도가니탕도 공기밥으로 먹었을 경우 1천원을 빼주는 것이 옳지 않느냐며 따졌다. 그러자 종업원은 도가니탕은 원래 돌솥밥이 나오지만 공기밥을 먹겠다고 했으니 빼줄 수가 없다고 버텼다. 과연 이 경우에 공기밥 도가니탕은 얼마를 받아야 할 것인가?

미국의 경제전문지 Forbes는 몇 해 전에 ‘서비스경제(Service Economy)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서비스산업과는 대조적으로 서비스수준은 오히려 전보다 못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한 적이 있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에서조차도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과연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인가?

앞에서 소개한 코미디와 같은 사례의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몇 가지 해결방안이 있을 것이다. 절대로 1천원을 빼줄 수 없다며 손님과 시비를 가리고자 덤비는 종업원이 있을 수 있다. 몇 마디 논쟁을 벌이다가 주인이 나서서 알았다며 마지못해 1천원을 빼주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손해보는 장사를 한 셈이다. 하지만 현명한 주인도 있다. 주문을 받으면서 돌솥밥이 오래 걸리니까 공기밥으로 드시면 1천원 깎아드리겠다며 웃는 주인이다. 1천원으로 이미지 망치는 장사를 할 것인지, 센스있는 사업가가 될 것인지 판단을 잘하면 정답이 보인다.

우리나라 서비스의 현 주소

국내 외식산업이 어느새 60조원의 매출을 바라보며 덩치를 키우는 동안에도 변함이 없는 것이 바로 서비스수준이다. 심지어 호텔에 가더라도 여전히 서비스를 받는다기보다 급식을 하는듯한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선 프로세스의 문제이다. 반갑게 혹은 정중하게 맞이해 주는 곳은 그래도 양반이다. 물을 가져다주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갖다 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 다음은 손님이 뭔가 요청하지 않으면 더 이상 찾아보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외식서비스의 전형적인 프로세스이다. 정작 중요한 서비스는 음식을 가져다주고 난 후 부터가 시작이다. 주문한 음식에 이상이 있는지, 부족한 것이 있는지,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최소한 2~3번은 찾아봐야 한다. 단순한 친절서비스 뿐만 아니라 부가매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 서비스교육은 주로 마인드 즉, 태도에 치중한 친절교육이 대부분이다. 인사하는 방법에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서비스마케팅을 훈련시킬 교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친절서비스 강사와 마케팅 컨설턴트는 넘쳐나는데 정작 실전에서 필요한 서비스마케팅 기술을 전수할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마음에서 우러나오지도 않는 ‘감사합니다’ ‘어서오세요’ 등의 기계식 인사만이 귓전을 때린다. 서비스종사원들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강요하는 것도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

외식서비스의 수준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구조적 결함이 한 몫을 한다. 국내 외식사업의 대부분이 영세한 자영업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환경에서 갈수록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에 대한 부담을 커져가고 특히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간신히 구해도 얼마 못가서 딴 곳으로 가는 일이 허다하다. 경영주는 사람이 없다하고 종업원들은 오히려 갈 곳이 많다. 아무리 친절하게 서비스를 잘한다 해도 받는 월급은 변함이 없다. 거기에다 점잖은 손님보다는 무례하고 몰상식한 손님들이 더 많다. 이러한 환경에서 누가 친절한 서비스로 부가매출을 올리려 할 것인가? 이만큼 하는 것도 그나마 정이 많은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외식업소를 참고 맡아주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외식산업의 역사만큼이나 우리의 서비스수준은 종사원 성격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

세계화를 하려면 서비스부터

세계음식으로 발돋움한 서양과 동양의 중국과 일본 등의 서비스를 보면 몇 가지 특색이 있다. 서양은 봉사료를 손님이 부담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종사원들이 비즈니스를 하는 자세로 음식을 판다. 일본은 참으로 친절하게 판다. 중국은 당당하게 판다. 서양의 경우는 친절서비스 교육이나 경영주의 관리가 필요 없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봉사료 수입이 결정되므로 이보다 더한 동기부여는 없다. 일본은 먹기 간편한 메뉴를 주로 구성하여 의사소통도 짤막하다. 긴 설명이 필요한 메뉴도 없고 먹는 방식도 간편하다. 거기에다 매장이 떠나가도록 환영과 배웅 인사를 던진다. 지구촌 어디에 가도 자기네 방식으로 연신 인사를 잘 한다. 중국은 무뚝뚝할 정도로 인사가 별로 없다. 하지만 음식으로 승부를 건다. 맛있으면 용서가 된다. 메뉴의 구조가 몇 가지 대표 식재료와 소스, 조리방식 등으로 조합을 이루고 있으므로 설명도 편리하다. 그래서 영어로 소통이 어렵지 않다.

무슨 음식을 내다 팔면 우리나라 농수산물도 따라 잘 팔릴까 하는 전략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는다. 지구촌 사람들이 어떻게 먹길 원하고 어떤 수준의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지 못한다면 세계화 얘기는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국내 외식산업의 서비스수준을 돌아보고 구조적 문제를 풀어가며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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