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우수성과 SCI 논문
한식의 우수성과 SCI 논문
  • 관리자
  • 승인 2009.11.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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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식품공학과 이광근
이번 정부에서 식품과 관련된 가장 큰 화두는 ‘한식세계화’일 것이다. 영부인까지 직접 나서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한식의 원료 및 식품의 우수성을 다룬 수상논문 중 국외에서 발행되는 국제과학인용색인(SCI: Science Citation Index) 논문은 과반수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 국내에서 발행되는 국문 또는 영문학술지였다. 일부 학자들은 국내 한식에 대한 논문인데 굳이 외국 저널에 낼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한식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 이것이라고 판단된다.

사실 한식의 재료를 가지고 SCI논문집에 출판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필자가 연구한 복분자주에 관한 그 논문도 우여곡절 끝에 출판됐다.
또한 이 사실이 국내주요일간지에 보도됨으로써 국내 여러 기업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여기서 관심을 끈 대목은 연구의 내용적인 면 보다는 국내 복분자주 관련 연구가 최초로 해외에서 발행되는 SCI 논문에 발간됐다는 사실이 약간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신문독자들은 오랜 역사를 가진 국내 토종 복분자주가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홍보해 오면서 어떻게 국제적 논문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와인에 관한 SCI논문은 수천편이 넘는데 말이다.

그 연구는 이미 4년 전 농림기술연구과제로 채택돼 연구비 지원을 받았고 그 이후 고창의 한 복분자주 업체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당시 필자도 복분자주를 국제화시킨다고 하면서 국제논문에 한 번도 소개가 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 우선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해 본교 생명과학과의 교수를 찾아가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복분자주의 항산화능은 필자의 실험실에서, 항암능은 생명과학과 교수 실험실에서 각각 실험했다. 결과는 매우 고무적으로 나왔다. 비교 대상인 적포도주 4종과 비교할 때 결코 낮지 않는 항산화능과 항암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후 첫 번째 국제저널에 투고했다.

하지만 투고한지 1주일만에 ‘편집장의 결정’이란 제목의 편지에서 너무 지엽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어 자기네 학술지에 출판할 수가 없다고 했다. 약간의 보완을 거쳐 2번째 학술지의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정식심사가 진행돼 2개월만에 심사결과가 나왔는데 이 또한 ‘채택불가’로 판정됐다. 심사자 2인이 공히 국지적 소재로는 학술지에 채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는 매우 화가 났다. 그제야 국내 연구자들이 왜 토종 식품소재를 이용한 국제논문 출판이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렇게 복분자주의 연구내용이 저항을 불러일으킨 것은 국지적 소재라는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와인과 비교 실험돼있어 서구 선진국 학자들의 자존심을 건들인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판단했다. 사실 서구의 와인은 수천 년의 역사와 더불어 다양한 연구결과가 수천 아니 수만 편 출판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굴복하면 미래의 연구자들이 더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아 단단히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투고한 저널은 ‘식품농업과학저널’이라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학술지였다. 투고 후 1달이 지난 시점에서 편집자로부터 보충실험을 하라는 편지를 받았다. 보충실험이라? 이건 거의 ‘부결’이나 마찬가지 판정으로 학계에서는 통상 보고 있다. 하지만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필자는 보충실험을 3개월에 걸쳐 시행하고 논문을 재송부했다. 그 후 약 3개월이 지나 2인의 심사자로부터 2페이지가 넘는 수정의견을 받았고 그 답변서만 4페이지가 넘는 필자의 의견과 수정본을 보내 작년 여름 채택확정 통보를 받았다. 그 통보를 받기 까지 약 2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마지막으로 올해 3월 논문이 출판됐다.

약간은 감격스러웠고 약간은 좀 서러웠다. 많은 선배 연구자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그들의 연구를 국제화시켰구나 하는 경외심도 들었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구호가 실현하기에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감했다. 이제 한식의 한 부분인 복분자주 연구에 관한한 국제화의 조그만 물꼬를 틀었다고 생각된다. 그 조그마한 물길에 더 많은 재료와 완제품을 이용한 연구의 큰물을 대는 것은 미래 과학자들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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