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동네식품점을 살려야 하는 이유
<월요논단>동네식품점을 살려야 하는 이유
  • 관리자
  • 승인 2010.08.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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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심리사회학부 김종덕 교수
사회경제적으로 점점 더 경쟁과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식품유통분야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규모의 경제에서 이점을 갖는 대형 할인매장이 전국적으로 많이 들어섰고, 식품판매액에서 이들 매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한편 그동안 식품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재래시장이나 동네식품점들이 점점 더 문을 닫고 있다.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동네식품점보다 대형할인매장을 찾는 이유는 대형 할인매장이 여러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차하기도 용이하고 한곳에서 먹을거리 이외에 각종 필수품 등 동시에 여러 품목을 살 수 있다. 나중에 쓸 수 있는 포인트도 제공한다. 대형할인매장에는 쇼핑이외에도 식사도 할 수 있고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온갖 상품이 진열되는 대형할인매장 자체가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형할인매장에서 소비자들은 동네식품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것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게다가 대형할인매장은 종종 할인행사를 해 소비자들을 즐겁게 한다. 대형할인매장은 동네식품점보다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진열되어 있어 골라 사는 재미도 있다. 또 물건에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다시 바꾸는 것도 용이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대형 할인 매장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우선 도시 중심부에 자리한 대형할인매장의 경우 교통체증을 유발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이용하여 쇼핑을 하러 오기 때문에 교통체증을 가져오고 이것은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다음으로 대형할인매장은 지역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미국 월마트에 대한 사회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월마트에서 창출하는 고용자 1명당 지역에서 3명이 직업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대형할인매장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나 상품을 충동 구매하도록 한다. 포장단위를 크게 해서 싸게 팔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우선 사고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넷째, 가격과 경쟁 면에서 유리한 대형할인매장은 동네식품점을 문 닫게 한다. 다섯째, 대형할인매장은 그 이윤의 대부분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 지역경제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소비자들이 식품 및 기타 상품대금으로 지불한 돈이 지역에서 순환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밖으로 유출된다.

동네식품점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이상에서 지적한 대형할인매장이 야기하는 문제점 이외에 동네식품점은 대형할인매장이 수행하지 못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동네식품점은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기여한다. 아이들은 동네식품점을 드나들면서 물건 사는 법도 배우지만, 어른들을 대하는 법도 배운다. 둘째, 동네식품점은 자동차가 없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동네의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장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분들에게 동네식품점이 없다면 먹을거리 접근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셋째, 동네식품점은 지역사회의 복지에 기여한다. 동네식품점은 그곳을 애용하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근황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장애인이나 노인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동네식품점은 지역의 치안에 기여한다. 일본에서 동네식품점이 문을 닫자 그 공간이 우범지대가 되어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대형할인매장이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임에 틀림없다. 시간에 쪼들리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의 소비자들에게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대로 동네식품점이 수행하는 중요한 기능을 생각한다면 소비자들이 주로 대형할인매장을 이용하는 지금의 쇼핑행위는 자제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지역경제, 지역일자리, 지역발전을 고려해 가급적 대형할인매장보다 동네식품점을 이용해야 한다. 지자체도 동네식품점의 활성화가 지역경제, 지역사회의 발전에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것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실물경제의 위기로 소규모 가족경영 자영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요즈음 지역의 소비자들, 지자체, 지역사회가 동네식품점의 기능과 활성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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