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학교 텃밭에 주목하자
<월요논단>학교 텃밭에 주목하자
  • 관리자
  • 승인 2011.03.3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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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사회학과 김종덕 교수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의무급식은 정치권의 논쟁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학생들의 건강 증진, 지역농산물의 판매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학교 급식과 더불어 학교에서 지속가능한 식생활 교육을 하려면, 학교 텃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학교 텃밭이 중시되고 있다. 얼마 전에 미국 텍사스 주 소재 폴퀸 대학에서는 미식축구장을 학교 유기농 농장으로 바꾸어 학교 구내식당과 지역주민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급 학교에서 학교 텃밭을 교육에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학교 텃밭이 있는 학교는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학생들은 학교 텃밭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 텃밭에서 땅의 중요성을 알고, 다양한 종류의 작물과 만날 수 있다. 영농에서 제철의 중요성을 배운다. 먹을거리를 키우는 법을 익히고, 자신이 키운 과일과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과일의 맛의 차이를 배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노동, 땅과의 관계, 생태와의 관계에 대한 감각 능력이 증대된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나무 심을 곳은 사람이 정해서는 안 되고 심어질 나무에 의해 정해져야 한다는 인식에 도달할 수 있다.

학교 텃밭은 패스트푸드 문화에 빠져 있는 학생들을 치유한다. 오늘날 학생들은 음식은 싸고 빠르고 간편해야하고, 음식을 자연보다 산업이나 과학의 산물로 본다. 음식은 연료이며, 음식은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자연과 함께하는 친교의 형태가 아닌 것으로 본다. 학교 텃밭에서 영농체험은 먹을거리가 자연에 의해 좌우되며, 많은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알도록 하여 학생들이 패스트푸드문화에서 벗어나게 한다.

학교 텃밭 체험은 학생들의 음식에 대한 관계를 변화시킨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을 먹으면서, 또 시간에 쫓겨 빨리 빨리 식사를 하면서 학생들은 푸드 스토리를 가질 수 없다. 반면에 학교 텃밭 체험은 자기가 키우는 작물부터 그것으로 조리해서 만든 음식에 이르기까지 푸드 스토리를 갖게 한다.

그 결과 음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생긴다. 또 학교 텃밭 체험은 영농의 상당부분을 직접 해봄으로써 그동안 몰랐던 농민의 문화와 능력을 존경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학교 텃밭에서 영농 체험을 하게 되면, 그동안 경시했던 음식에 대한 태도가 바뀐다. 음식에 관심을 갖고, 음식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텃밭에서 재배하던 것을 먹어보면, 이전에 기피하던 것도 잘 먹게 된다. 건강한 음식에 일찍 접해 좋은 식습관을 갖게 된다. 또 지역경제, 지역농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미국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학교 텃밭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학교 텃밭은 사람을 키우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학교 텃밭이 인성발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미국에서의 실험결과를 소개한다. 미국 교도소에서 실험집단의 재소자들에게는 농사를 짓도록 했고, 통제집단의 재소자들에게는 목공일을 시켰다. 이들의 일 경력이 나중에 출소 후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 것을 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놀랍게도 목공일을 한 재소자들은 출소 후 재범률이 평균재범률에 이를 정도로 높았는데, 농사일을 한 재소자들은 출소 후 재범률이 0에 가까웠다. 어떻게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을까? 연구자들은 농사일을 통해 생명과 관계를 맺는 것을 익혔고, 그것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피해를 주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 텃밭은 학생들에게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다가 학교 텃밭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큰 예산이 들지도 않는다. 또 텃밭이 클 필요도 없다. 좀 작아도 학교 텃밭의 기능을 할 수 있다. 지자체가 주도하던, 학교나 학부모님들이 주도하건 간에 학생들에게 서둘러 학교 텃밭을 만들어주자. 단언컨대 이보다 더 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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