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칼럼>식문화와 과학 - 일부 식문화에 대한 비과학성을 경계한다 -
<식품칼럼>식문화와 과학 - 일부 식문화에 대한 비과학성을 경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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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3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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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
내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고추이야기’라는 책이 드디어 출판되었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임진왜란(1592년) 때 일본으로 들어왔다’는 잘못된 설에 의하여 우리나라 식문화가 얼마나 왜곡되고 잘못 가고 있는가에 대하여 고발한 책이다.

물리나 화학 같은 자연과학을 공부할 때 가장 기본적인 법칙으로 열역학법칙을 배웠다. 그 중 열역학 제2법칙이 기억난다. 즉 ‘모든 자연 반응은 엔트로
피(entropy)가 증가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법칙이다. 여기서 엔트로피는 흔히 우리말로 무질서도(無秩序度)로 열역학 제2법칙은 ‘모든 자연현상은 외부의 힘이 들어오지 않는 한 무질서도가 증가되는 방향으로 자연적으로 일어난다’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물속에 잉크를 떨어뜨리면 사방으로 퍼지게 되는 자연 원리이다. 이런 물리화학반응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반응인 발효나 부패 반응도 물론 열역학 제2법칙을 따른다. 이를 동양에서는 바로 자연의 순리라고 이야기된다.

고추가 음식재료로서 일본에서 들어왔다면 누구나 ‘일본에 고추로 만든 음식이 있어야 하는 데 일본에는 고추로 만든 음식이 없는 데 무엇 때문에 갖고 들어왔을까?’하는 의문에 그들은 우리나라 백성들을 독살하려 갖고 들어 왔다고 지어낸다(고추독살설). 왜군은 조총으로 무장하였는데 무슨 고추가 무기로 필요할까? 그리고 ‘먹으면 죽는다는 고추를 어떻게 우리는 김치나 고추장을 바로 담궈 먹었을까?’ 질문을 던지니 우리 민족은 매우 머리가 뛰어나서 음식에 사용하였다고 한다(민족우수설).

그러면 과연 먹으면 죽는 것을 보고 그 것을 식품으로 만드는 지혜를 갖기 까지는 몇 년이 걸렸을까? 1700년대 초반 문헌(임진왜란 100년 후)에 순창고추장이 전국에 유명하고 그 제조법도 나오는 기록을 보여주니까, 처음에는 고추장이라고 인정하다가 ‘과연 고추가 들어와서 우리나라에 전국에서 심게 되고 이를 고추장으로 까지 발전시키는 데 몇 년이 걸릴 것인가?’(현재 농경학적, 식품과학적으로 보면 400년이 이상이 걸린다)라고 질문하니, 나중에는 순창고추장은 빨간 고추장이 아니라 검은 순창후추장이라고 이야기한다(흑고추장론). 즉 원래는 후추로 고추장을 만들었다가 고추가 맛이 너무 좋아서 고추로 대신 고추장을 만들고 검은 후추장은 감쪽같이 사라졌단다(임무교대론). 과연 우리나라 전통음식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을까? 그리고 약으로나 쓰이는 그 비싼 후추를 시골 아낙네들이 어디서 나서 독으로 그 많은 후추장을 담갔을까?

그들은 임진왜란 이전에 문헌에 엄연히 고추(椒), 고추장(椒醬), 김치(菹), 배추라는 기록을 들이대도, 그것은 고추도, 고추장도, 김치도, 배추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모든 기록에 나타나는 고추, 고추장, 김치, 배추가 동시에 고추, 고추장, 김치, 배추도 아니여만 할까? 과연 그 확률은 몇 %나 될까? 과학적으로 보면 동시에 아닐 확률은 수백조분의 일이다. 이것도 바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다. 즉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다.

이러한 허황된 모든 이론이 잘못된 고추의 임진왜란 일본전래설에 기인한다. 즉 고추가 임진왜란 이전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이러한 근거도 없는 쓸데없는 무리한 주장을 도입할 필요가 있을까? 고추가 들어와서 고추장과 같이 김치가 발견되려면 적어도 즉 400년 이상 걸린다고 이야기하니까 느닷없이 현재의 김치가 100년의 역사밖에 안된다고 정말 허황된 설을 갖고 나온 것이다(김치100년설). 정말 그들의 우리 식문화 왜곡의 끝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두려울 뿐이다. 심지어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되니까 고추장이나 김치는 외부의 힘에 의하여 갑자기 만들어졌다는 설까지 나오기까지 하였다(빅뱅설). 이러한 허황된 설을 동원하지 않고는 설명될 수 없는 식문화 이론은 과학적 뿐만아니라 논법적으로도 틀린 이론이다.

우리나라 식문화발달은 매우 과학이며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발견되고 진화되어 왔다. 우리는 고추의 일본전래설 같은 문헌상으로도 근거없고, 비과학성을 경계한다. 잘못된 주장 하나 때문에 우리 식문화가 얼마나 왜곡되었었는지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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