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가사노동은 누구의 몫일까?
<월요논단>가사노동은 누구의 몫일까?
  • 관리자
  • 승인 2011.04.1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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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기 경기대학교 외식조리학과 교수

빨래하고, 밥하고, 청소하고, 그리고 아이들 돌보는 등의 가사노동은 주로 여성에 의해 수행되어 왔다.

하루 종일 일해도 끝이 없고, 땀 흘려 열심히 일했음에도 표시나지 않은 이런 일들은 여성의 몫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머니라는 헌신적인 전업주부에 의해 무임(無賃)으로 수행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사회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이 증가하고, 성역할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고, 가사노동을 대체하는 시장제품 및 서비스가 증가하고, 여가활동에 대한 높은 욕구, 가정 내 가사노동 분담구조의 변화 등으로 가사노동, 특히 가정 내의 식생활은 양과 질적 차원에서 많은 변화가 있어왔다.

게다가 가사노동에 대한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고, 핵가족구조 속에서 부모 및 친지의 가사노동 지원이 감소하고, 가사도우미 활용의 어려움(임금상승) 등으로 가사노동수행에 대한 새로운 논리가 가시화되고 있다.

통상 가사노동은 가정 내에서 주로 여성에 의해 수행되어 온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노동이라는 점에서 경제활동 또는 생산 활동으로서 인식되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가사노동은 가족구성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가정생산물을 생산하는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최종 가정생산물은 시장에서 구입한 재화(財貨)에 가사노동이 결합되어 생산되며, 이 최종 가정생산물을 소비하면서 효용이 창출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최종 가정생산물은 시장가격이 없으므로 시간비용에 해당하는 잠재가격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즉, 전통적 모델에서 제외된 가사노동영역과 투입요소로서의 시간의 개념이 가계생산이론에 도입되면서 이 잠재가격은 곧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하는 개념으로 널리 활용되게 된다.

시간은 중요한 희소자원이다. 시간은 한정되어있으므로 얼마의 시간을 어느 활동에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시간배분결정을 설명함에 있어 기회비용의 개념이 도입되기도 하는데, 시간 가치나 기회비용은 개인이 처한 상황과 사회 경제적 요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가사노동시간을 통해 생산되는 가정생산물의 개념을 중심으로 가계생산이론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계생산이론에서 제기된 시간의 기회비용 개념은 부부간의 가사노동분담을 설명하는 중요한 분석틀로 바로 잡게 되었다.

부부간의 가사노동분담은 비교우위의 전문화, 경제적 효율성의 개념을 통해 설명되고 있다. 즉, 시장 노동에 전문성이 높은 사람의 경우 가사노동에 대한 기회비용이 높기 때문에 시장 노동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합리적인 선택으로 본다.

가사노동분담에 관한 부부간의 의사결정에서 둘 중 한 사람이 시장노동에 전문화되어 있어 시장노동의 경제적 효율성이 높고, 다른 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정생산에 효율성이 높다고 하면 시장노동에 효율성이 높은 사람은 시장노동시간에, 다른 한 사람은 가사노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가족 전체의 효용이 극대화되는 노동 분담구조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전통적인 가사노동분담, 즉 남편은 직장에 나가고 부인은 가사노동에 전념하는 구조는 남편은 부인보다 시장노동에 전문화되어 있어 효율성이 높으며, 부인은 남편보다 가사노동에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인 가사노동분담 논리는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여성의 시장노동의 전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의료인력 중 여성의 비율은 한의사 15.7%, 의사 21.6%, 치과의사 24.5%, 약사는 64.3%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82.4%로 81.6%인 남학생을 추월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2010년을 기준으로 지방의회 의원 중 여성의원의 비율은 20.3%이며, 2009년을 기준으로 공무원 채용시험 중 여성합격자의 비율은 외무고시가 48.8%, 행정고시가 46.7%, 사법시험이 35.6% 에 달했다고 한다.

시장노동에 전문성이 높은 사람의 경우 가사노동에 대한 기회비용이 높기 때문에 시장 노동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합리적인 선택으로 본다면, 집에서 밥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키우는 등의 가사노동은 누가해야하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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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5 13:12:21
기사속 사진은 나교수님 사진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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