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외식물가대책, 어디 ‘눈 둘 곳’ 이 없다
<월요논단>외식물가대책, 어디 ‘눈 둘 곳’ 이 없다
  • 관리자
  • 승인 2011.07.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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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전주대 문화관광대 교수
어디 ‘눈 둘 곳’이 없다. 앞에는 쭉쭉 시원스레 뻗은 건강미를 자랑하는 젊은 여성의 거리낌 없는 하의실종 패션 쇼, 그 ‘하의실종녀’의 옆에서는 ‘묻지마 화장녀’가 작업을 시작한다. 가방을 열고 갖가지 화장용품을 차례로 꺼내더니 얼굴을 꾸미기 시작한다. 얼굴을 매만지고, 그리고, 찍고, 바르고, 눈썹을 붙이고, 연필로 칠하고.... 그야말로 난리굿이다. 조그만 손거울을 보며 별의 별 인상을 다 쓰면서 화장을 계속한다. 환승역에서 문이 열리자 초로의 부인 두 사람이 바로 앞에 서더니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이내 반응이 왔다. 반듯해 보이는 아가씨가 자리를 양보한다. 그런데 그 한 자리를 놓고 이번에는 부인들 사이에 실랑이다. ‘형님먼저, 아우먼저’가 아니라 ‘머리 아픈 사람 먼저, 무릎 아픈 사람 먼저’다. 근처사람 다 들어야 한다는 듯 무척 큰 소리다. 그 소리에 자리를 굳건히 지킬 장사가 없다. 바로 옆의 잠든 청년이 꿈쩍도 않자 그 청년 바로 옆자리의 젊은 부인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일어난다. 조금 떨어진 경로석에서는 요즘 젊은이들의 버르장머리에 대한 성토가 끝없이 이어진다. 아무리 휘둥그레 둘러 봐도 눈 둘 데가 없다. 지난 7월 15일 지하철 5호선의 객차에서 스케치해본 지하철 풍경이다.

때마침 하필이면 ‘거침없이 하이킥’ 주인공으로 요즘 한참 뜨고 있는 물가를 잡겠다고 나선 정부 부처의 모습이 불현 듯 떠오르며 그 지하철 풍경에 오버랩 되던지. 물가상승의 주범 중 하나로 외식업소를 지목하고 단속을 하겠다는 정부 부처의 모습이 이를테면 계속 눈길을 주기가 민망한 ‘하의실종녀’나 ‘묻지마 화장녀’, 또는 ‘자리양보권유녀’와 ‘경로남’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등 소비자단체와 함께 7대 광역시 5백개 업소를 대상으로 삼겹살·냉면·칼국수·김치찌개·자장면· 설렁탕 등 6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서 최저가격업소와 가격안정업소 등을 공개할 계획’ 이라는 기획재정부의 모습이 보기에 매우 민망하다. 물가안정 모범업소(일명 착한가게)를 선정해서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는 당근책도 있다지만 가격조사공개와 인하압력에 방점이 찍혀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나라살림과 경제정책의 틀을 짜고 집행하는 기획재정재부의 물가대책이 고작 6개 생활외식품목을 파는 생계형 외식업소 단속을 통한 물가잡기인가 라는 의문에서 느끼는 민망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도 기획재정부와 사전에 입을 맞춘 듯 조금도 다르지 않다. ‘ 6개 대중 메뉴와 이·미용업 분야에 대해 매월 주기적으로 가격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검찰이라는 막강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침이 하필이면 서민형 6개 생활외식품목을 파는 생계형 외식업소를 겨냥한 엄포로 오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민망스럽게 보인다. 일선 구청이나 경찰서에서 다룰 일을 대검에서 한번 살펴봐야겠다는 의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배경에 외식대기업간의 담합행위가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의미라는 추가 설명이 나왔지만 외식업계 측의 반응은 한결같이 차디차다. 어의없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겁주기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없지 않다.

정부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 외식시장은 천차만별 수십만 자영업자들로 형성돼 있어 독과점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담합이라는 말에 생소함을 느낄 만큼 익숙하지 않은 외식업계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서민물가를 잡는다며 서민업소에게 겁을 주는 게 친서민 정책이냐는 반문이 나와도 별로 할 말이 없게 됐다.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간 지식경제부와 공정위원회의 말 대신에 ‘삼겹살, 설렁탕, 칼국수, 김치찌개, 자장면, 냉면 등 6개품목’을 오랏줄로 묶어놓고 ‘억울하겠지만, 만만해서 걸린 거 맞다. 니들이 희생해줘야 어쩌겠냐’고 얼러대는 공정위를 그려놓은 식외경 만평 (연봉은 화백, ‘부뚜막’, 11.7.11)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는 걸 정부는 알아야 한다. 그게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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