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의무급식의 방향
<월요논단>의무급식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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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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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 및 중학생들의 급식 방식을 정하는 서울시민의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투표함을 열지도 못한 채 끝났다. 그리하여 현재의 방식대로 급식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부모의 소득에 따른 구분 없이 초등학생 및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급식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보기에 무상급식은 잘못된 용어다. 급식의 수혜자인 학생이 급식비를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무상이라는 표현이 맞지만, 무상급식의 재원은 국가나 지자체, 교육청 등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정신을 살리려면, 그 이름도 의무급식으로 해야 한다.

국가가 학생들에게 의무급식을 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지금 국가가 실시하고 있는 의무교육에 급식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국제연합에서 기본적 인권으로 정한 식량권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는 특히 학생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식량권을 존중, 보호, 충족시킬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무급식의 한 방향은 급식이 교육과 연결되어야 한다. 국가의 의무 교육은 근대국가의 산물인데 의무교육에는 급식교육이 포함된다. 급식은 교육의 중요한 장이고,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통해 음식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급식이 우리나라 농업의 중요성, 우리나라 음식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도록 하는데 활용되어야 한다. 급식과 더불어 행해지는 음식교육에서는 현대 먹을거리의 문제점을 비롯해서, 먹을거리와 환경간의 관계에 대한 지식, 학생들이 패스트푸드에 의존을 적게 하도록, 간단한 조리법 등도 가르쳐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지속가능한 식사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

의무급식의 또 다른 방향은 급식의 음식이 식량권에서 정한 음식에 부합되는 것이어야 한다. 국제연합이 제시하는 식량권을 참고할 때 의무급식에서는 영양 면에서 적당한 양과 질, 안전한 식품, 문화적으로 수용이 가능한 식품, 농민의 생계에 도움이 되고,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며, 환경에 해로운 결과를 야기하지 않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달리 말해 의무급식에서는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식재료, 로컬푸드로 된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또 일부 불가피한 품목을 제외하고는 각종 첨가물을 포함하고 있는 가공식품을 피해야 한다.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의무급식의 식단은 저가의 글로벌푸드가 대부분이었던 이전 급식의 식단과는 차원이 다른 식단이 되어야 한다. 개별학교에서 식재를 공공조달로 하건, 학교에서 직접 구입하던지 간에 식량권에서 정하고 있는 먹을거리 기준은 지켜져야 한다. 공공조달의 규범이나 기준 때문에 어렵다면, 그 규범이나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의무급식이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려면 기존의 급식과는 달리 급식이 운영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각 학교나 지역별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급식위원회를 구성하여 급식계획을 세우고 급식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급식이 일부 급식업체의 이윤을 남기는 비즈니스 영역이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 인근지역 농민들의 소득증대, 나아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국가의 의무 급식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의 지적대로 의무급식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의무급식의 재원으로는 국가가 그동안 학교 급식에 지원하던 금액에 추가하여 농업구조 조정에 사용할 돈을 급식에 투입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급식에 농업구조조정 예산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의무급식에 조달하는 식재료 대부분을 우리나라 농산물로 의무화한다면 우리나라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우리나라 농업과 농민을 살릴 수 있다. 의무급식이 국가 재정을 축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건전한 생활을 하게 할뿐만 아니라 침체에 빠진 농촌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의무급식이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에 가져올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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