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식사예절이 왜 필요했을까?
<월요논단>식사예절이 왜 필요했을까?
  • 관리자
  • 승인 2011.09.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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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기 경기대학교 외식조리학과 교수
괜찮은 호텔 양식당에서 한 무리의 신사숙녀들이 들어선다. 우아한 척, 잘 아는 척 목에 힘을 주고 식탁에 않는다. 식사를 주문한다. 식사가 시작된다. 한 사람이 그들을 관찰했다. 점잖게 식사가 진행된다. 시간이 흐른다. 문명화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식당이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공적인 공간이라는 점을 잃어버린 예절에 대한 문맹(文盲)들은 떠들어 댄다. 떠들어대는 정도는 술이 들어가면 갈수록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강해진다. 입에는 음식이 가득 들어있는데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대화는 계속된다. 대화도중 포크와 나이프가 가끔은 허공에서 번쩍이기도 하고 때로는 공중에서 낙하하기도 한다. 말하는 사람의 입에서는 반복적으로 침이 튀긴다. 때로는 씹던 음식이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튀기도 한다. 이 광경을 보고 누가 그들을 문명화된 사람이라고 할까?

아주 옛날 원시시대때는 식사예절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손으로 먹든 꼬챙이에 끼어서 먹든 식사 중 손으로 코를 풀고 그 손으로 고기를 뜯어먹든 식사하면서 침을 뱉든 식사 중에 트림을 하든 하품을 하든 소리를 심하게 내면서 먹든 모두가 같은 행동을 했으므로 창피한 줄도 남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지도 동물과 같은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무리의 인간들이 그렇게 식사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고 혐오스러운 감정을 가졌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의 식사행동은 동물과 같고 당신들이 먹는 모습을 본 우리들은 몹시 혐오스러운 감정을 가졌다고 말했다고 하자.
동물처럼 식사를 한 그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문명화된 행동양식과 미개한 행동양식을 결정함에 있어서 으뜸가는 준거는 우리가 느끼는 불쾌감과 혐오감 그리고 수치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어떤 행동양식 에는 금기가 부여된다. 그런데 그러한 행동양식이 건강에 해롭고 비위생적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혐오스럽고 달갑지 않은 연상관념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로를 고려하고 예의바름을 생각하여 다른 사람에게는 혐오스러운 광경을 보여주지 않고 자신들에게는 야만적인 행동에 대한 수치감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는 상황에 적합한 식사예절을 습득하여 실천한다.

식사예절의 기원을 일반적으로 차이화의 심리와 사교화의 심리 그리고 수치심(羞恥心)의 심리라는 측면에서 전개한다. 먼저 차이화의 관점에서 보면; 식사라는 매일의 행동은 동물에게도 공통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동물과는 다르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서 시대와 상황에 적합한 예절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었다. 즉 동물과는 다른 인간다움으로 가는 식사예절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어 동물과의 차이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예절은 발전하여 인간끼리의 차이를 나타내기 위한 식사예절로 진보하여 신분제 또는 계층을 나타내는 문화의 코드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 결과 궁정에서 출발한 궁정예절은 권력의 중심으로부터 차츰 퍼져 나가 귀족 등의 특권계층 안에서 엄격하게 지켜진다. 그리고 쫒고 쫒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더욱더 문명화(세련)된 식탁예절을 만들어 간다.

그러나 사회적 평등이 강조되고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기존의 귀족계층은 사라져가고 행동양식이 단순화되면서 특권층만의 예절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을 위한 예절로서 보편화되었다. 마지막으로 수치심과 혐오감, 불쾌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람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교화의 심리라고 하면, 다른 한 가지의 부끄러움의 심리는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지 않기 위함에서이다.

즉 나의 무례한(야만적인) 식사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나의 무례하고 야만적인 식사행동이 나를 수치스럽게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켜야할 예법, 즉 식사예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먹고 마실 것이 넘쳐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 가정에서, 호텔에서, 서민식당에서, 뷔페식당에서, 스탠딩 파티에서, 자판기 앞에서도 먹고 마시는 나의 행동이 세련되고 우아하지 않아도 좋다. 포크와 나이프를 어색하게 사용해도 흉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남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행동은 말아야 한다. 수치심을 느끼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동물은 삼키고, 인간은 먹고, 영리한 자만이 즐기며 먹는 법을 안다’는 명언을 가슴에 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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