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어머니 맛을 표현하고 찾기 어려운 이유
<월요논단>어머니 맛을 표현하고 찾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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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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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기 경기대학교 외식조리학과 교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을 오감(五感)이라 한다.

이 오감을 육체와 관련되는 정도에 따라 ‘근접감각’과 ‘원격감각’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고 관습화된 분류법이라고 한다. 시각과 청각은 원격감각에 속하고 나머지 미각, 후각, 촉각 등이 근접감각에 속한다는 것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미각이나 후각과 같은 근접감각에 의해 과거가 재생될 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기억은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 등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정보는 먼저 감각기억으로 들어와 단기기억의 처리과정을 거쳐 장기기억에 저장된다.
단기기억 속의 정보는 몇 초 후에 장기기억으로 이동하는데, 장기기억은 정보를 장기간 보관하는 창고역할을 한다.

장기기억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이고 또 하나는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이라고 한다. 일화기억은 개인의 경험, 즉 자전적 사건에 관한 기억으로 사건이 일어난 시간(time)·장소(place)·상황(occasion) 등의 맥락을 포함한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을 기억 속에서 복구할 수 있는 것은 이 일화기억 때문이다.

일화기억에 의해 우리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포함하는 여러 사건들을 기억할 수 있다. 반면 의미기억은 대상 간의 관계 또는 단어 의미들 간의 관계에 대한 지식으로 과거에 경험한 특정한 사건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기억을 통해 우리는 현상이나 대상들을 인식해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

미각이나 후각에 의한 기억은 시각이나 청각에 의한 기억과 구별되는 몇 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째, 미각이나 후각에 의한 기억은 의미기억 보다는 일화기억에 관련이 있다. 미각이나 후각에 의한 기억은 그것을 느꼈을 때의 상황과 관련된 모든 것을 떠오르게 한다. 의도적으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그러한 기억을 무의지적 기억이라고 칭한다. 반면 의지적 기억 혹은 의미기억에서는 경험자체보다 경험의 도식을 회상하게 된다.
이러한 도식은 대체로 주어진 문화의 말이나 개념에 따라 형성된다.

둘째, 미각이나 후각에 의한 기억은 언어보다는 상징에 의지한다. 어떤 맛이나 냄새를 떠올리게 되면, 그 맛을 느꼈던 당시의 상황과 관련된 이미지가 떠오르게 된다. 우리는 맛이나 냄새를 거의 혹은 전혀 말로 표현하지 못하므로 맛이나 냄새에서 의미적 수준, 개념적 인식은 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다.

셋째, 미각과 후각은 시각과 달리 언어에 의한 범주화가 어려워 의도적으로 과거의 특정한 맛이나 냄새만을 기억해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각과 후각에 의한 기억은 그것을 경험했을 때의 상황과 관련된 모든 것을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미각이나 후각에 의한 기억은 공감각적 특성을 가진다. 즉, 미각 경험에는 모든 감각이 동원되며, 미각과 후각에 의한 기억이 일화기억과 관련이 되고 언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어머니라는 이름의 전속 요리사가 만들어주셨던 음식들이 그리워진다. 온 식구가 소박한 밥상에 둘러앉아 맛나게 먹었던 그 밥상이 그리워진다.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일수록, 그리울수록, 맛난 음식을 대할 때도, 어려울 때도, 아플 때도, 즐거울 때도 어머니와 함께 했던 음식들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이집 저집 다니면서 어머니와 함께했던 음식의 맛을 찾아보지만 그 맛을 찾을 수가 없다. 왜 그 맛을 찾지 못할까?

누군가가 말했듯이 맛은 추억이기 때문일까.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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