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발전, 부유층과 서민들의 공생발전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공생발전의 아젠다가 회자되고 있다. 특별히 현 정부가 역점을 두어 새롭게 슬로건화 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복지철학을 두고 정치권이 국민들을 투표장으로 데리고 가기도 한다.

한마디로 시장의 자율기능으로 서로가 공생하고 모두가 공존하기 어려워지는 격차사회가 눈앞에 닥치고 있음을 반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 발표된 시도별 고용현황은 유난히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의 고용수준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민들이나 청년들은 고용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조성하고 사회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는데 이처럼 서울, 대구나 부산 등 대도시의 고용현실이 부진하다면 지역 내 격차의 심각성이나 공생발전의 어려움은 여타 시도에 비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내 집 마련도 좋고, 도시환경 정비도 좋고, 교통개선도 좋지만 도시 경제의 가장 시급한 도시정책은 다름아닌 일자리 창출이다. 그것도 도시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서민들의 일자리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세계적인 도시라해서 모두 거창한 학력이나 대단한 인물들만이 일하는 곳은 아니다. 세계의 돈이 모이고 문화가 교류하는 도시 뉴욕은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오고 MBA학위를 가져야만 직장을 가지는 곳이 아니다. 리틀 이탈리아, 소호, 리틀 도쿄 등의 거리에는 세계의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소위 다이아몬드 거리라고 불리우는 47번가 일대는 귀금속에 관련된 업체가 4천개가 넘으며 절삭, 연마 등의 귀금속 공예 제작과 판매에 종사하는 사람만 3만명이 넘는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년 치 직원 급여와 세금, 임대료, 원자재 거래 등의 경제적 유발효과는 우리 돈으로 25조원이 넘는 규모다. 이 지역은 대개 가업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장인들이 탄생하고 있다. 대개 1층은 식당이나 매장, 2층은 주방이나 작업장 등의 구조로 되어있어 상공결합형 건물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도쿄의 쇼핑거리 긴자도 이면도로로 접어들면 무언가를 만들면서 파는 상공결합형 건물들이 즐비하다. 특히 전통있는 외식업소가 가장 많고, 그 외에 가죽제품들을 많이 다루는 긴자의 시계탑 뒷거리는 창밖에서 보이는 야트막한 2층 작업실에서 핸드백이며 구두를 손수 짓는 장인들의 진지한 삶의 모습은 화려한 긴자 거리를 더욱 활기차게 해준다. 그런 집들은 주로 선대의 이름을 붙인 상호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거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모습이 우리의 서울 명동이나 종로, 대구의 동성로나 반월당, 부산의 광복동, 남포동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인지 안타깝다.
그저 직장이라고 하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야 하거나 산업단지를 개발해야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개인의 재능을 가다듬고 정성을 쏟으며 기능과 기술을 익히는 일도 도시에 어울리는 정말 좋은 일자리이자 도시의 성장 동력이다.

갈수록 사람의 정성을 담은 서비스나 제품들이 인정을 받고 하나하나 고객의 취향과 주문에 맞춰 제작하는 서비스나 제품들이 가치를 더하는 세상으로 변해갈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들은 도시에 아주 잘 맞는 사업들이고 적합한 일자리다.

가급적 이런 사업들은 가족들이 하나가 되어 대를 이어가면서 발전시키는 것이 앞선 선진국들의 사례다. 우리도 도시 안에 이러한 가족형 사업, 장인형 사업, 도제형 사업들을 규모있고 수준 높게 펼칠 수 있도록 도시환경이나 사업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지금 복지혜택의 확대를 놓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진정 소리없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할 도시형 복지기반은 바로 젊은이나 서민들을 위한 현실성있는 일자리창출 노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고용의 기회를 만드는 일이야 말로 가장 위대한 자선임을 함께 온몸으로 느끼는 사회가 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