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김치소고(小考)
<월요논단>김치소고(小考)
  • 관리자
  • 승인 2011.12.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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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미 북촌음식문화포럼 대표
어느 특정 지역의 문화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경험한 사건들의 축적에 의해 이루어진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식생활문화 역시 자연환경과 문화의 복합적 상관관계의 산물이고, 특정지역 특정시점의 식생활 문화는 그 집단의 역사적 경험과 자연에 대한 총체적 산물이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 기본 요소는 의·식·주와 더불어 건강이다. 예로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병장수의 건강한 삶을 염원했던 인간들은 수많은 시식(試食)을 통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인간에게 유해하거나 무해한 식품을 분별하였고 이에 대한 지식을 축적, 발전시켜 공유함으로써 그 시대 그 지역의 독특한 식생활 양상을 형성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래 식품 가운데 저장채소 식품으로서의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문화적 변동 요인에 의해 상고시대부터 현재까지 끊임없는 변화와 발달을 거듭해온 발효 식품 문화 중의 하나가 김치 문화다.

우리가 언제부터 김치류를 먹었는지는 문헌적 자료가 없어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중국의 사서류(史書類)를 통해 유추해 볼 때 이미 삼국형성기 이전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菹)’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BC.506년까지를 무대로 약 305편의 시를 수록한 중국 ‘시경(詩經)’에 “과(瓜)의 껍질을 벗겨 저(菹)를 만들어 조상님께 바치면 자손들이 장수하고 복을 받는다”는 글귀이고, 작저법(作菹法)에 대해 구체적으로 수록한 것은 AD.500년 전후에 가사협이 편찬한 ‘제민요술’이다. 이를 근거로 중국이 채소절임의 시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제민요술’의 김치무리에 대해 김상보 교수는 백제의 요소ㆍ진평에 대한 중국 경략(經略)에 따른 백제문화의 침투를 염두에 둔다면 ‘제민요술’ 속의 조리법은 그 당시 백제인들이 만들어 먹던 조리방법에 범주일 것으로 규명하고 있고, 수수허리에 의하여 일본에 전해져 수수허리의 이름이 붙여져서 ‘수수보리지’로 명명된 일본의 김치류는 일본 나라시대와 헤이안 시대의 초기 문헌인 ‘정창원문고’에 나타나고 있어 후위 시대의 중국과 고대 일본의 김치류는 백제인들이 만들어 먹던 김치 조리방법 범주에 들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백제권이었던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아직까지 김치를 ‘지(漬)’라 하고 있는 것도 이를 대변하는 근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국의 ‘저(菹)’는 제민요술 저술 당시 백제의 ‘지(漬)’가 소금 절임 단어였던 ‘저(菹)’로 바뀌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치는 결국 백제로부터 시작된 동북아의 채소 저장을 위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김치문화는 고려시대까지 식염을 침채원으로 삼았던 저염식 담금법에서 조선조 말기 젓국 또는 젓갈을 이용하거나 또는 식염과 이들을 병용하는 방법, 간장을 침채원으로 하는 장김치 등이 출현하며 소금김치, 젓국김치, 장김치 등 3종의 침채문화가 선보이고 젓국김치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 어육동침법의 닭깍두기, 굴깍두기, 전복 김치, 꿩김치 등이 출현했으며, 채소류의 품질향상과 별미김치의 선호로 젓갈을 넣지 않는 봄ㆍ여름의 열무김치, 물김치, 풋김치 등에 밀가루 죽, 찹쌀가루 죽을 이용한 곡물 죽 동침법이 개발되었다. 또한 서울을 중심으로 추운 지방인 북쪽은 고추, 마늘 등의 양념 양을 적게 쓰고 국물이 있는 저염 김치가, 더운 지방인 남쪽은 소금, 고추, 마늘 등의 양념을 많이 넣어 국물 없이 비빈 비빔김치가 성행해 김치의 지역성이 엿보이고 봄ㆍ여름에는 주로 풋김치와 물김치를, 가을ㆍ겨울에는 지레김치와 김장김치를 담그는 계절성이 있다.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의 하나로 단순한 발효식품이라기보다 어류, 젓갈, 양념, 향신료 등이 가미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복합 발효식품인 동시에 항암, 항비만 식품이다.

치열한 식품의 국제경쟁 속에서 우리의 김치산업을 국제화시키는 일은 우리의 당면과제일 뿐 아니라 음식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일인 동시에 우리의 전통음식을 세계 속에 뿌리내리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외식업계에서는 김장김치 중심의 비빔 김치류의 배추 통김치만을 계절감각 없이 제공하기 보다는 김치의 계절에 따른 다양성과 지역에 따라 젓갈 종류 등을 달리하여 지역적 특색이 있는 김치의 맛을 발굴해 좀 더 다양한 김치류를 제공하는 작업이 김치세계화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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