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식문화에 대하여
<외경시론>식문화에 대하여
  • 관리자
  • 승인 2012.02.13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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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수 상명대학교 외식영양학과 교수
식생활에도 문화가 있다

국어사전에 식문화란 ‘식생활(食生活)에 관(關)한 문화(文化)’로 정의돼 나온다. 학문적으로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며,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학습된 행동’으로 규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식문화란 ‘유전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학습된 행동’이라는 정의를 사용하지만 사실 음식의 조리
와 섭취에 관련해 유전적으로 주어진 행동이란 없다. 후천적으로 학습되고 획득된 행동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외식산업이나 학문연구에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제1회 아시아 식문화 페스티벌’이 9월 17~18일에 열렸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참가해 다양한 식문화를 선보였고,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학술적으로도 식문화에 대해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문화의 연구에서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나라와 지역별로 비교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식생활의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아침에도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 다른 나라에서는 간단히 수프로 때우는 경우도 많았다.

식품 자체 뿐 아니라 음식을 차리는 법, 식공간의 장식, 음식을 다루는 도구, 섭취하는 예절이 모두 식문화에 해당한다.

필자가 영국에 유학을 할 때, 교회에서 만난 영국 교수 댁에 1년 세를 들어 살면서 우리 부부와 교수 부부가 저녁식사를 번갈아 준비하면서 함께 식사를 즐긴 좋은 경험을 했다. 함께 생활한 교수 부부는 맞벌이 부부로 기본적으로 아침은 빵 한 조각과 차 한 잔으로 간단하게 요기했으나 주말 저녁만은 온 식구가 다 함께 모여 촛불을 켜고 성찬을 해 집에서 먹는 저녁이었지만 옷차림도 정장으로 제대로 갖춰 입었다.

주말의 식사는 온 가족이 모이는 정도가 아니라 일종의 의식(儀式) 수준의 전통 같이 느껴졌다. 주말 식사를 우리 부부가 준비하는 날 국을 내놓으면, 그 분들은 그 국을 먼저 모두 떠먹은 후 다른 음식으로 숟가락을 옮겼다. 우리는 국을 밥과 같이 먹기 때문에 국을 간간하게 만드니, 영국 부부에게는 그 국이 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분들께 우리나라에서 국을 먹는 방법을 알려 드렸고 그분들은 그것을 상당히 신기해하면서 우리의 방법을 따라 주었던 생각이 난다.

우리는 영국 교수 부부와 함께 1년 동안 식사를 같이 나누는 경험을 통해 대학에서 유학하면서 배웠던 전공지식 외에 영국인들 삶의 구석구석을 느끼고 알 수 있는 귀한 체험을 했다. 그 당시에는 학교 공부에 저녁식사 준비까지 가중되다 보니 상당히 부담스러웠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4년간의 영국 생활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식문화도 가꾸어야 한다

생활수준이 나아지면서 요즘은 허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오감(五感)의 만족을 추구하며, 후각, 시각, 촉각 모두를 만족시키려 한다. 그래서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 식문화라는 것에도 기본이 있고, 우리가 그것을 가꿔 나아갈 수 있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난감해 하는 몇 가지가 있다. 예컨대, 음식상 위에 두루마리 휴지를 올려놓는 것, 플라스틱 대접에 펄펄 끓는 국을 담는 일이 그것이다. 아무리 식문화가 다양하다 해도 이런 것들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는 낮은 수준의 행동이다.

두루마리 휴지는 화장실용이니, 외국인들은 그것을 보면 인상 짓는다. 플라스틱 접시들은 뜨거운 물을 부으면 유독 성분이 나오니 좋아할 리 없다. 이런 부분은 외국사람을 생각하기 이전에 한국 손님을 상대할 때에도 피해야 하는 기본예절에 속한다.

식생활의 내용을 들여다보기 이전에, 이런 부분을 보면 식생활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식생활을 넘어 그 나라의 민도와 생활수준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다.

식문화 역시 우리가 가꾸면 우리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적 분위기와 외국 사람이 보는 국격(國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런 부분들에 사회적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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