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 힐링(healing), 치유의 열풍과 직장생활
<외경시론> 힐링(healing), 치유의 열풍과 직장생활
  • 관리자
  • 승인 2012.09.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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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수 상명대학교 외식영양학과 교수
힐링(healing)이 유행이다. TV에도 힐링캠프가 유행하고,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까지 너도나도 힐링과 관련된 책을 읽고 활동에 참여한다. 힐링, 우리말로 치유는 분명 질병이 있거나, 심리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받은 사람들에게나 쓰는 용어이다. 이러한 용어가 이제 일상적인 TV 프로그램이나 청소년 여름방학 캠프, 평생교육원 강의과정으로 버젓이 인기를 끌고 있다.

휴식 자체가 일보다 더 중요하다

10년 전만해도 사회적 관심은 기껏 ‘웰빙’ 정도에 있었다. 청정한 먹거리와 운동, 그리고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제 웰빙으로 우리의 삶에 대처하기에는 우리들의 상처와 증상이 너무 심각하게 악화되어 버린 것이다. 직장은 세계화와 생산성 같은 단어들로 살벌한 생존경쟁의 장으로 점점 변해가고, 거주하는 지역은 더 이상 ‘동네’가 아니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아파트나 연립주택 같은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각자는 외톨이가 되어 지낸다. 1인 가구는 급속히 증가하며, 고립된 개인의 아픔을 심화시킨다. 인간 사이의 소통을 활성화시킬 거라던 인터넷 같은 네트워크 장치들은 오히려 인간을 고립시키고 있다. PC방, 개인의 방으로 개인을 밀어 넣고, 점점 외톨이가 되도록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모두가 무엇인가 치유받아야 할 사람들이 되었다. 대통령도 그럴 것이다. 열심히 일한 것을 알아주기는커녕, 퇴임 후를 압박하는 정치구도 속에서 불안할 것이다. 국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먹고 사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 힘든 노릇인지, 실제적인 상처와 불안을 끌어안고 치유 받고 싶어 한다. 재벌은 재벌대로 경제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괴로워하고, 학생은 학생대로 취업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겨워한다. 입시전쟁에서 숨을 헐떡이는 중고등학생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미 그들 중 민감한 영혼들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어가고 있지 않은가.

치유 하면, 우선은 병원이나 교회 혹은 절을 떠올려 왔다. 하지만 병원이나 교회가 감당하기에는 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졌고, 병원이나 교회가 제대로 대처해주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일하고 살아가는 직장에서 불가피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치유를 위한 활동과 프로그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치유를 위하여 우리는 몇 가지 기본적인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은 휴가를 잘 향유하도록 권하고 유도해주어야 한다. 일과 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휴식을 통해 회복될 수 있다. 일을 위해서 회복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휴식 자체가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직장이나 종업원이 자각해야 한다. 휴식을 하더라도 깨끗한 자연(自然) 속으로 돌아가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에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회복의 능력이 숨어있다. 깨끗한 공기에, 맑은 물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먹거리에, 살갗을 스치는 바람 소리에, 산책로를 뒤덮은 그늘 속에, 화사하게 핀 꽃 속에…. 자연에는 그런 힘이 있다.

인사관리에서도 치유가 필요
어찌 보면 현재 한국에서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휴식을 위해서 정부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 국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도시인들이 자연을 훨씬 쉽게 찾고 거기서 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주어야 한다. 다음은 각 직장에서 치유를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내실있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설픈 심리 상담만으로 우리의 고통이 치유되기에는 너무나 구조와 환경에 문제가 있다. 직장, 가족관계, 환경오염, 정치부패, 자녀 교육의 모든 문제를 얄팍한 심리 상담만으로 다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이를 통해 치유를 경험할 사람들은 반드시 있다. 직장은 그래서 예전의 고충처리나 제안제도를 넘어 스트레스 해결과 심리적 치유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분야의 전문가와 프로그램을 성격에 따라 보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인사관리에서도 치유의 열풍이 반영되면 좋다. 과업 일변도의 리더십들을 관계 지향적인 성격으로 보완하도록 하고, 내적 동기부여와 사기를 제고하는 소소한 조치들을 가미해야 한다. 그것이 소소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직장을 지키는 기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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