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와 전유성
특허와 전유성
  • 관리자
  • 승인 2012.09.1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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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식품산업은 단순한 2차산업이 아니다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본부 책임 연구원
많은 사람이 한국식품연구원은 농식품부 산하에 있는 기관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이사회의 13개 출연연구기관 중 하나다.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사실 지난정권까지는 모든 과학기술업무를 과학기술부에서 총괄하여 운영해 왔으나, 이명박 정권에서 과학기술부를 없애고 출연연구기관 중 기초기술연구회 소관은 교과부, 산업기술연구회 소관은 지경부로 일률적으로 배분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여기서 한국식품연구원이 왜 지경부에 있어야 하는지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식품연구원이 지경부 산하에 있다보니까 생긴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산업기술이사회는 이사장이 있고 그 밑에 13개의 출연연구기관이 있는데, 대부분 연구소가 연구결과를 기업이 기술이전을 받아 생산 즉 2차 산업과 직결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소위 B2B(Business to Business) 전략이다. 그런데 13개 연구 기관 중 거의 유일하게 식품연구원만 B2B에다 B2C(Business to Consumer) 연구를 하고 있는 기관이다. 즉 우리 연구결과의 최종소비자가 다른 기관은 대부분 기업이지만 우리 연구결과의 최종 소비자는 기업보다는 우리나라 전체 백성이라는 것이다. 1970~80년대에서는 대부분 식품연구원의 제품개발 연구결과 소비자가 다른 연구원과 마찬가지로 기업이었으나, 국민이 식품에 대한 안전과 건강, 행복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지금은 우리 연구결과에 대해 국민이 관심이 많다.

사실 식품 안전에 관한 연구는 산업의 생산성과 관련되는 연구는 아니다. 국민의 관심과 정보에 대한 직결된 연구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 또한 식품의 건강과 기능에 관한 연구결과는 21세기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국민, 더 나아가서 세계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로 곧 어떤 식품이 최종 소비자의 선택, 브랜드, 가치 향상에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으로 기술관리(management of technology)를 전공하신 분이 오신 다음에, 연구원의 모든 평가기준을 특허와 기술이전에 초점을 맞추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이는 B2B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연구원에는 어느 정도 맞을 수 있으나 식품연구원 같은 B2C가 강한 분야를 연구하는 기관은 전적으로 맞지 않다. 그럼에도 모든 기관이 일괄적용을 강요하는 바람에 커다란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편이다. 본인이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평가지표의 부당함을 고발하고자 함이 절대 아니고 오히려 식품산업이나 연구에서 가치의 발견이나 가치 창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자 함이다.

지금은 기술관리보다 가치관리(management of value)가 더 중요한 시대이다. 비단 식품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이번 삼성과 애플의 미국 소송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자나 IT에서도 가치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B2B에서는 특허가 중요하다. 그러나 B2C에서는 특허가 중요하지 않다. 식품의 안전에 관한 특허를 낸다고 해도 그 기술을 사갈 기업도 없겠지만 만일 사가지고 간다 해도 결국 선택받지도 못하고 소비자 물가만 올려 국민 삶의 질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민은 건강에 좋은 가치 있는 식품을 안전하게 값싸게 먹을 권한이 있다. 특히 식품산업은 산업 특성상 특허의 전유성(appropriability, 독점적 지휘권)이 절대로 높지 않다. 또한 식품과 같이 건강과 삶과 직결되는 산업은 전유성이 높아서도 안 된다.

식품연구원이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높은 기술료를 번다 해도 그 돈을 어디에다 쓸 것인가? 이는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출연연구의 특성상 맞지도 않은 일이다. 오래전부터 외국 바이어들은 식품산업 특성상 전유성이 낮은 식품기술특허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제품의 브랜드 제고와 선택의 폭을 넓일 수 있는 지식(논문)이나 가치(스토리)에 관심이 더 많다.

높은 기술료는 나라백성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본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류, K-pop 등 문화적인 흐름 속에 세계 사람들이 비빔밥을 먹으면서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건강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치 있는 연구 아니겠는가? 한식세계화 연구는 세계인들이 우리나라 한식을 선택하고 즐겨 먹는 데 도움이 되는 가치를 창출해주는 것이다. 비빔밥에 기술료를 내고 먹게 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앞선다면 절대로 한식세계화가 될 수 없다. 돈보다 우선되어야 할 가치이다. 식품산업은 단순한 2차산업이 아니다.

이러한 오류는 식품연구원이 옛날같이 과기부에 모든 기관이 통합되어 있거나 농식품에 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오류이다. 앞으로는 모든 출연연구기관에 평가기준을 일괄적으로 부여하는 이러한 정책적 오류를 반복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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