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칼럼] 쌈장 찬가
[식품칼럼] 쌈장 찬가
  • 관리자
  • 승인 2012.12.24 0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우리 민족의 식생활에서 장류를 기본 조미료로 사용한 역사는 기원전으로 추정되며 시간의 흐름과 생활 여건 그리고 식품소재의 변화에 따라 그 형태도 많이 변해 왔다. 특히 근세에 들어 발효기법이 과학화 되고 미생물의 관리와 발효 조건들이 정립되면서 전통적으로 자연 의존적 기법들이 정형화, 과학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장류는 오랫동안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 먹어왔으나 근래 상당히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해썹 도입을 통한 제조공정의 재검토,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정의 관리, 위생적인 메주의 제조, 공급 등은 새롭게 변해가는 장류산업의 앞날을 점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장류 산업도 다른 식품과 같이 요즈음 많은 변화를 겪고 있으며 특히 새로운 제품들이 다양하게 시장에 나오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중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외식에서, 그리고 가정에서도 쌈장의 인기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류 전체로 보면 수출을 제외하고 국내 시장에서 매출액 규모가 크게 늘고 있지 않아 어찌 보면 포화 조짐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쌈장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각종 채소류 쌈을 좋아하는 우리 식단에 꼭 맞는 조미 매체이며 여러 감칠맛 나는 부재료를 배합해 소비자의 구미를 맞춘 여러 종류의 쌈장이 개발된 결과로 여겨진다.

법적으로 쌈장은 혼합장의 일종으로 장류가 50% 이상 함유된 조합장으로 분류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이미 찍음장, 담북장 등이 있는데 메주가루에 고추잎, 무말랭이, 가지 등 각종 채소류를 혼합하고 소량의 간장을 넣고 복합 발효를 거쳐 속성 발효로 손쉽게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들 음식은 1950~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상식으로 알려져 있어 이미 친숙한 반찬이었으나 지금은 특수한 맛집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어려운 식품이 되었다.

전통 혼합장의 일종인 쌈장은 가정에 따라서는 상추나 쑥갓, 배추쌈을 먹을 때 상품화된 제품 대신 주부 나름 데로 된장, 고추장, 참기름, 파, 마늘을 섞어서 독특한 맛깔나는 쌈 전용 장을 만들어 먹고 있으며 이 쌈장에 따라 쌈의 맛이 좌우 되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별로 독특한 맛이 없는 채소에 향과 맛을 부여해 구미를 돋우는가 하면 채소 섭취를 늘여 건강을 챙겨주는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근래 들어 장류인 간장, 된장, 고추장 등과 같이 쌈장 생산도 기업화되어 많은 장류제조 업체에서는 쌈장을 상품화하고 있는데 국내 된장의 연간 생산량이 9만3천톤(2011) 정도인데 비하여 혼합장은 7만톤에 이르며 이중 6만톤 이상이 쌈장인 현실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쌈장의 가격이 된장의 1.5~2배가 되어 된장 매출액의 규모를 넘고 있으며 국민 1일 소비량도 고추장 5.7g, 된장 6.2g이며 쌈장이 2.4g(2009, 국민영양통계) 수준으로 외식 활성화 경향에 따라 매년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쌈장은 주원료가 된장이나 여기에 다양한 부재료, 즉 향신료와 조미 재료를 첨가해 아주 독특한 향미를 부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특히 늘어나고 있는 육류 소비에 맞춰 고기용, 그리고 채소용으로 특화되고 있으며 그 외에 차별화 된 쌈장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된장의 순한 맛과 독특한 향미를 살리면서 같이 먹는 음식의 특성을 돋보이게 하는 성질을 활용해 더 많은 제품들이 출현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쌈장은 맛과 향을 소비자 기호에 따라 변화가 가능한 폭넓은 가변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추장과 같이 외국인에게 친숙하지 않는 매운 맛이 없고 거북한 독특한 발효취를 다른 향신료로 순화시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콩을 발효해 만든 기능성이 잘 알려진 된장의 특성을 모두 살린다면 외국 수출 상품으로도 아주 적당하다고 본다. 현재 수출되는 제품은 교포 상대가 많으나 주류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현지 소비자의 식단을 잘 이해해 그들 식탁에 어울리는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여 침투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서양의 개념으로는 쌈장은 소스의 일종이다. 채소류에 새로운 맛과 향을 부여해 채소류의 기호성을 높이고 차별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데로 세계 소스류는 거대 시장을 이루고 있으며 세계 몇 제조업체가 대부분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이 시장에 우리의 쌈장이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고 여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별 식단의 치밀한 조사와 현지식에 맞는 특화된 제품 개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정향, 타임 등 향신 조미원을 폭넓게 발굴, 이용 할 수 있도록 이 분야 연구도 함께 병행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