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칼럼]오래된 미래, 건강한 음식문화의 실천 매뉴얼 시절식(時節食)
[식품칼럼]오래된 미래, 건강한 음식문화의 실천 매뉴얼 시절식(時節食)
  • 관리자
  • 승인 2013.03.18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희 ㈜농심 R&BD 식문화연구팀 팀장
2월 들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봄바람 사연이 심심치 않게 소개된다. 새로운 립스틱을 구입하는 여심도, 방울방울 떨어지는 고로쇠 수액을 찾아 산을 수놓는 이야기도 있다. 제철 식재료에 대한 개념이 무색한 요즈음인데도 이때만 잠깐 보이는 풋마늘, 봄동, 움파, 냉이와 원추리가 담겨진 장바구니에도 봄바람은 분 것이다. 자연의 계절 변화를 우리 ‘몸과 마음’이 느끼고 경험하고 있다.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큰 힘이 자연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미래에 의사는 환자에게 약을 주기보다는 환자의 체질과 음식과 질병의 원인과 예방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The doctor of the future will give no medicine, but will interest his patients in the care of the human frame, in diet, and in the cause and prevention of disease.)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1847 ~1931)이 건강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100여년전에 제안한 그 ‘미래’를 이미 수천년부터 ‘식약동원(食藥同原)’의 동양건강이론이 담고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생각한다. 그 원칙 한 가지를 살펴보자.

현존하는 최고 동양의서인 ‘황제내경’ 등에 질병을 치료할 때 사람의 특성, 계절, 지역, 이 3가지 요소의 차이를 강조한 삼인제의(三因制宜) 사상이 있는데, 식이원칙에도 함께 적용될 수 있다.

이중 ‘음식은 시기에 맞추어 섭취해야 한다’는 원칙을 인시제의(因時制宜)라 한다. 즉 생리기능을 담당하는 인체활동이 자연계의 시간변화나 기후에 따라 큰 영향을 받으므로 그 변화와 조화를 맞추는 생활이 건강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 자체에 대한 생각과 태도에 음식에 대한 ‘기미(氣味)’뿐 아니라 우리 몸의 상태를 매일 살피고, 계절마다 살피게 하였다. 밥상머리에서 음식의 기미와 내 몸 상태와 교감하고 ‘촉’을 세워 살피게 한 우리 음식문화를 담고 있다고 재해석할 수 있다.

인시제의와 관련된 더 깊은 이론을 이곳 지면상에 언급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현대 서양학문 이론으로만 설명해야 인정하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양건강이론의 맥락으로 설명하면 ‘비과학적’이고 ‘구식’이라 외면하고 ‘엉터리’라 비난하며 소통조차하지 않으려는 전문가들도 양산되었다. 우리 음식문화에 대한 ‘문맹’으로, 현대 서양과학의 프레임으로 그 가치가 가려지고, 오래된 기억의 흔적 속에서 품절되어 유통되지 않는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말았기 때문이다.

겨울동안 싹 틔운 움파의 쌉싸름한 맛, 고로쇠 수액의 달짝지근한 맛, 노지에서 겨울을 보내 사방으로 잎이 퍼진 봄동에서 발산의 봄기운과 달큰한 기미를 느끼는지? 냉이, 씀바귀, 취나물, 두릅에서 겨우내 뿌리에 모은 ‘진액’의 정수가 지상으로 뚫고 나온 봄나물의 상승하는 기운을,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돋게 하는 기미를 온전히 느끼는가?

일상적으로 또한 관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오래된 개념이나 풍습은 ‘경험적으로 유효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봄이면 고로쇠 수액을 찾고, 봄나물을 먹으며 춘곤증을 달래는 우리 식생활은 동양의 인시제의(因時制宜)와 맥이 통한다. 지금도 봄철 식생활에서 기미(氣味) 개념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먹거리 역사에서 생명유지를 기본으로 건강, 장수에 대한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몸으로 ‘체험’하지 못하다면 어떤 멋진 ‘이론’도 용도폐기 됐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동양건강이론은 그것을 필요로 했던 사람들에 의해 발명되고 재발견되어 아직도 그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 ‘내공’의 정체는 무엇일까? 연구실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동물과 시험관이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체험한 과거 인간 먹거리 역사의 ‘원형’을 아직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과학의 이론 틀 속에서 묻혀버린 현대와는 다른 방법이다.

인시제의 원칙을 바탕으로 발달한 시절식(時節食)이 사계절 24절기의 계절 변화에 적응하여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실천 매뉴얼’로 재활용되기 위해 우선 우리 음식문화에 대한 ‘문맹’에서 탈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건강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시절식으로, 이 시대에 맞게 다듬어지고 재해석되어 외식산업과 식품산업 현장에서 고객에게 즐거움과 건강을 제공하는 음식문화 상품으로 재탄생되기를 희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