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식중독 사건
우리를 슬프게 하는 식중독 사건
  • 관리자
  • 승인 2006.06.2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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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한국식품안전협회 신광순 회장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이번 만은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보자는 뜻에서 한마디 하겠다.

그 동안 말도 많고 대책도 수없이 있었건만 왜 학교급식에서 또 사건이 생겼을까. 본디 식중독이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불가항력의 일이 아닌가. 특히 우리나라 식중독의 2/3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때맞춰 소식이 온 것뿐인데 왜 이리 호들갑을 떠는가. 이러한 사고가 악순환을 되풀이 하는 원인이 무엇인가.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뒷북을 치는 일들이 또 되풀이 되고 있다. 정부도 국회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고, 당사자인 기업도 나름대로 묘책이 속출하고 있다. 그 덕분에 2년 동안 국회에 계류 중이던 학교급식법이 빛을 볼 듯하다. 역시 사건이 터져야 일이 진행됨을 증명하듯이 말이다.

또한 개선책으로 제기되고 있는 위탁급식 제도의 폐지와 직영급식화에 속도가 붙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현안들은 검토의 대상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개선책은 아니다. 문제는 직영이냐, 위탁이냐가 식중독 발생의 근본 해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세우는 정부와 국회에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다만 너무 즉흥적이며 졸속한 처리가 되지 않게 신중을 기해야 한다.

먼저 우리나라 학교급식 식중독의 현주소를 알아야 한다. 즉 한국은 전체 식중독 사건 중에서 학교급식이 점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은 나라이다. 연도별로 차이는 있으나 미국의 경우 총 식중독 발생 건수의 3~5%, 일본이 1~4%인데 비하여 한국은 무려 20~40%로 10배 정도 많다. 또한 식중독 환자수로 따지면 미국이 전체의 10% 정도, 일본이 3~6%인데, 한국은 연도별 차이가 심하여 30~70% 범위로서 약 반수가 초중고 학생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급식 식중독 사건은 거의 다 노출되며, 기타 시설의 식중독은 숨겨지다 보니 공식 통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보면 된다.

다음은 사건발생시에 실시하는 소위 역학(疫學)조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이번 경우도 처음 발생하였을 때 바로 대처했더라면 불이 퍼지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었다. 원인을 찾는다고 조사하다 보니 시간만 지연시킨 격이 되었다. 원래 역학조사를 하는 뜻은 식중독으로 추정되는 요인 등을 조사 분석하여 신속한 예방대책을 강구하는데 있다. 즉 긴급 상황에 대비한 즉각적인 조치와 사후관리를 위한 2차적인 처리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물론 원인식품이나 원인세균을 찾아내기 위하여 환자 발생 상황, 추정식품과 발병시간, 환자의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 분석해야 함은 당연한 절차이다. 문제는 조사를 해봐야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사후약방문식 처방은 안 된다는 것이다. 우선 불을 끈 다음 화재원인을 조사하는 것이 정도가 아닌가. 모르면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자세가 아쉽다.

앞으로의 개선방향은 보다 근본적인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전술한 법률적, 제도적인 문제도 중요하다. 또한 예산의 지원, 시설의 정비, 인적 물적 관리 시스템의 개선, 원재료 조달방법의 검토 등도 해결할 과제임은 틀림없다. 이들 소위 하드 시스템(hard system)에 추가하여 학교급식 현장에서의 철저한 위생관리인 소프트 시스템(soft system)이 정착되어야 한다. 즉 위생도 엄마의 정성과 사랑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그 좋은 사례가 1996년 일본에서 장관출혈성 대장균 0157 식중독으로 무려 9500명의 환자가 발생한 사상 최대의 학교급식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문부성은 급식시설에 대한 국가 지도기준을 정하여 현장에서 철저히 실천케 하였다. 그 결과 일본은 학교급식에서 식중독 사고가 현저히 감소되었다.

이러한 성공사례를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HACCP 개념에 따른 훌륭한 학교급식 위생관리기준이 있다. 하지만 좋은 제도가 식중독을 막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이 급식 현장에서 얼마나 잘 지켜지느냐 하는 것이다. 실천하지 않으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인재로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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