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식품 발달사
미국과 식품 발달사
  • 관리자
  • 승인 2013.08.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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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기반 중요성과 효율경제의 재앙 -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본부 책임 연구원
많은 사람이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큰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1960~197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선진기술과 문화를 접하고 이를 우리나라에 접목시켜서 나라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발전시켜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학문적 영역, 경제적 영역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국가에 공헌한 바가 크다. 하지만 몇몇의 영역에서는 그분들이 가끔 실수하는 영역이 있음을 본다.

그분들이 흔히 실수하거나 적응하지 못한 부분은 예절문화와 식품분야이다. 산업, 경제, 의류, 주거, 기술, 교통, 음악 등 대부분의 다른 부분들은 대체로 미국에서 배운 그들의 철학과 의식과 비슷하게 받아 들여 발달하고 움직이고 있으나 유독 음식과 식문화만 그들의 요구와 바람대로 바뀌지 않아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 왔다. 그만큼 식문화나 예절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마 그분들의 기억 속에서 우리나라 식품, 예절, 식문화가 미국에 떠나기 전 상태에서 정지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분들이 떠나기 전인 1960~1970년대 우리나라의 음식과 식품문화가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간다. 그래서 그분들은 우리나라 식품과 식문화가 개선과 변화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미국의 식품과 식문화를 접목하고 싶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불행 중 다행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식품과 그 문화는 그들이 바라는 대로 그리 많이 변화하지 않았다. 음식의 안전에 관한 것은 놀랄 정도로 진보하였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과 문화는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의 식품 발달사는 어떤가? 엄밀히 말하면 미국의 역사 자체가 짧기 때문에 미국의 식품 발달 역사를 논하는 것 자체가 그리 타당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미국의 대표 식품으로 알려진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를 보고 미국 식품을 논하여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이들을 중심으로 미국식품의 발달역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편이화(패스트푸드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산업화시대에서 식품산업도 산업경쟁시대에 부응하여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식품, 즉 단위 시간에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얻느냐가 식품의 발달사라고 볼 수 있다. 산업화시대에는 식품을 요리하는 데, 먹는 데, 나아가서는 설거지 하는 데 걸리는 시간 이 모두가 산업화에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여 이를 극복하고자 나온 식품이 코카콜라, 맥도날드, 크래커 등의 미국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면의 미국 식품 발달사를 보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맥도날드, 나비스코, 크라프트, TGIF 등의 대표 상품이 미국 저변의 전통식품에 기반을 두고 응용하여 발달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들이 연구 개발하여 새로 생긴 상품이 아니라 각 지역(소수 민족 포함)의 풍습과 전통식품을 기반으로 발달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세계 음식을 들여다보면 어느 식품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식품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본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위 차세대식품이나 블록버스터는 결코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식품과 그 문화가 매우 보수적이고 쉽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달을 거듭해온 미국 식품이 현재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산업화시대에 발맞추어 발달한 궤적, 즉 단위시간당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얻도록 발달한 궤적이 영양과다라는 재앙을 부르고 있다. 그렇게 많이 얻은 칼로리 때문에 미국 인구의 대부분이 비만에 걸려있고 이제는 미국인들이 비만 때문에 생기는 각종 증후군과 질환으로 고통 받는 재앙이 시작되고 있다.

미국식품의 식품발달 지향점인 효율, 산업화가 식품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이제는 그 재앙에서 벗어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 여행을 갔다 온 사람이면 미국사람들이 엄청난 비만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OECD 국가 중 2차 대전 이후 평균수명이 실질적으로 늘어나지 않은 유일한 국가가 미국이라는 사실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그런데 미국 식품이 더 이상 흠모의 대상이 아니며 경계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는 미국 식품, 기술에 목매달고 있는 경우가 많아 참 걱정이 된다. 앞으로 식품산업의 발달 지향점은 에너지(칼로리)효율이 아니라 건강, 삶의 질, 문화, 통섭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식품과 문화는 매우 기반이 깊으며 그 경쟁력이 높다. 그만큼 우리나라 식품의 발굴과 가치발견 그리고 과학적인 규명과 재조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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