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농심 R&BD 식문화연구팀 팀장
이정희 ㈜농심 R&BD 식문화연구팀 팀장
  • 관리자
  • 승인 2013.08.16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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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다양성이 주는 가치
얼마 전 독일계 글로벌 제약 회사의 한국법인 임직원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먼저 통성명을 하였고 의례적으로 이름을 먼저 그리고 성을 나중에 말했다. 영어식 표현이었다. 그 분은 성 먼저, 이름 나중으로 바꾸어 나의 이름을 다시 불러주었다. 한국식 표현이었다. 학창시절 영어 교육에서 배운 것이 습관처럼 나온 것이다. 소통을 위해 이름을 영어 알파벳으로 표기하는 것은 필요하다 생각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런 과도한 친절은 상대에게 이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분은 우리 문화를 알고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언어는 그 나라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인데,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알면서도 이 분야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문화 다양성은 스토리를 낳는다
학창시절 처음 영어를 배우면서 우리말과는 다른 점이 많아서 어려웠지만 또한 그 점이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차이를 이야기했었다. 다른 나라 언어를 조금씩 접하면서도 마찬가지다. ‘차이’는 그 자체가 이야기 거리다.

음식 상차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세계 각 지역마다 고유한 상차림이 있다. 대별하자면 코스식으로 제공되는 경우와 한꺼번에 여러 음식이 제공되는 경우이다. 여러 음식이 동시에 차려지는 공간 전개식의 상차림이라도 세부적으로 그 형식은 조금씩 다르다. 바나나 잎에 1인분씩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음식을 담아 일회용 식기로 사용하는 남인도, 낮고 둥근 테이블에 차려진 여러 가지 음식을 개인 그릇에 덜어 먹는 태국의 전통적인 접대음식 칸토크(Kan toke), 주식전에 먹는 애피타이저용 모든 음식을 커다란 쟁반과 큰 접시에 담아 한꺼번에 차려지는 아랍의 맛자(Majjah), 여러 종류의 음식을 1인분씩 한꺼번에 담아 제공하는 인도의 탈리, 우리나라의 한상차림 등 다양하다.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든지, 책이나 강의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면 상차림과 음식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보따리가 열린다.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대화 소재이다. 스토리텔링이 화두인 이 시대에 ‘차이’가 바로 스토리의 천연 소재이다.

문화 다양성은 창조경제의 원천이다
1980년 전후 본격적으로 무늬만 서양식이 제공되는 ‘경양식집’이 외식 상품으로 개발되었다. 우리 음식문화와는 다른 서양 음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스프, 샐러드, 스테이크 등 음식이 순서대로 하나씩 제공되는 상차림, 우리와 다른 조리법의 다양한 음식도 경험하게 된다. 이 즈음에 우리 전통 상차림 문화와 달리 코스로 제공되는 한정식집이 외식 상품으로 등장하였고, 그곳은 호텔을 제치고 상견례 장소로도 자주 이용될 정도로 그 당시 외식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었다.

여행 자유화 이후 더욱 활발하게 국가별 세분화, 다양화된 외식 상품이 개발되었고, 최근에는 베트남, 태국을 넘어 다른 동남아 음식을 소재로 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오픈되고 있다. 각국의 음식문화는 외식상품 개발의 무궁무진한 소재이다. 단 각 지역의 음식문화가 다양성을 가지고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가능하다.

초기 서양식은 외식 상품을 넘어 서양 음식문화 콘텐츠로 인쇄 및 방송 매체에서 이용되었고, 서양음식의 조리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었으며, 서양 식기류가 상품 개발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앞으로도 여행 상품을 비롯하여 다양한 음식문화 상품 개발은 계속될 것이다.

1992년 5월 유엔환경계획(UNEP) 주관 하에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그 구성요소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확보하는 것은 인류 미래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생물 다양성 협약’을 채택하였듯이, 문화의 생명도 바로 다양성에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생물 다양성만큼이나 각국의 음식문화 다양성 확보도 중요하다. 역사 이래 세계화가 활발히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지난 세기 남의 떡이 더 커 보여서 우리 음식문화를 함부로 재단하고 저버렸던 과거의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과학적이고 구식이라 외면하고 용도 폐기한 우리 음식문화 자산을 유지·계승하는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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