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단상
슬로푸드 단상
  • 관리자
  • 승인 2013.10.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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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사)한국식품안전협회 회장
우리나라에서 지나온 40~50년을 뒤돌아보면서 모두의 생각과 행동의 특징을 꼽으라면 한마디로 빨리빨리가 아니었나 여겨진다. 뒤지지 않겠다는 국민성도 있지만 굶주리고 못살았던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는 모두의 가슴에 와 닿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잘살아 보려니 게으를 수는 없고 부지런하게 그리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일상생활화되어 버렸다. 이런 생각이 바탕이 되고 우수한 국민성과 결합되면서 단기간에 세계에 유례가 없는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고 풍요로운 지금을 살고 있다고 본다.

음식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과정
식품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960~1970년대 배고픔의 고통에서 벗어나 이제 많이 먹어 문제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이 굶주림이라고 하는데 이 어려움을 벗어나 이제 요기(療飢)의 개념은 뒤로 하고 먹는 즐거움을 구하려 기호식품을 찾고 건강을 걱정하는 소비풍조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에게는 먹는 것에서 까지도 빨리 빨리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다. 아마도 한국은 세계에서 식사시간이 가장 짧은 국가로 상위에 들 것이며 아직도 먹는 즐거움을 느끼기 전에 한 끼를 때운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 출근하는 사람의 식사형태나 등교하는 학생이 먹는 모습에서 먹는 즐거움을 느낄 여유는 전연 없어 보인다.

우리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먹는 것과 성적 욕구라고 하는데 먹는 것의 기본개념은 영양 섭취로 생명을 유지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과정이라 여긴다. 그런데도 현대에 살고 있는 많은 소비자는 먹는 것의 양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먹는 즐거움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 느껴진다. 먹는 것에서 정신적 만족감을 찾고자하는 욕구가 슬로푸드를 찾고 이를 통하여 먹는 즐거움을 좀 더 깊이 있게 느껴 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본다.
슬로푸드 운동이 일고 있는 것은 생활의 여유와 인간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욕구에서 발전되었고 패스트푸드에 물린 소비자들의 반작용이 표출된 결과로 보인다. 이런 감정의 전환점에서 지금부터는 슬로푸드에 대해 우리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개념을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슬로푸드는 어느 범주에 들며 어떤 식품이 슬로푸드이며 먹는 방법은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등을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야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사실 슬로푸드는 빨리 먹는,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개념으로 시간 개념에 쫓기지 않는 복고의 여유를 갖고자 하는 회귀의 현상이라고 볼 때, 시간의 개념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슬로푸드의 대표주자, 발효식품
식품에 따라서는 즉석에서 조리하여 먹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상당한 시간을 두고 처리하고 뜸들이고 익히며 숙성하여 원식재료가 갖고 있는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새로운 맛과 향을 창조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식품이 슬로푸드의 개념에 들 것이다. 슬로푸드의 요건으로는, 만들거나 먹는 과정에서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여유로움이 있어야 할 것이며 굶주림의 해결이 목적이 아닌 즐김의 감정이 충족되어야 하고, 빠름보다는 느림의 아름다움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식품의 멋과 맛, 향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상태도 필요하며 음식을 통한 심리적 만족감도 충족되어야 진정으로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개념을 종합해 볼 때 아마도 슬로푸드의 대표주자는 우리나라 식품의 근간을 이루는 발효식품이 될 것이며 세계적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식품도 결국 발효식품으로 초점이 모아질 것이다. 발효식품은 일정한 시간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발효, 숙성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로 인하여 오묘한 맛과 향을 새롭게 만들어지고 이들 성분과 맛, 향이 추억으로, 감성을 통하여 우리 영혼을 깨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 주자인 발효식품으로 슬로푸드의 새로운 장을 열고 세계에 슬로푸드의 종주국으로 위상을 정립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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