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알코올
술과 알코올
  • 관리자
  • 승인 2014.09.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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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 (사)한국식품안전협회 회장
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지 않았냐는 추측이다. 원숭이가 나무 파인 곳에 쌓인 과실의 발효된 액을 먹고 기분 좋아하는 것을 보고 술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으니 여러 마시는 것 중에 술만큼 우리의 삶에 애환을 더해준 음료도 없을 것이다. 좋아서, 즐거워서 마시고, 또 슬픔에 겨워 이를 잊기 위한 수단으로, 연인과 정담의 매체로, 친구와는 흉허물 없는 대화를 위해서, 그리고 문학도들은 새로 번뜩이는 영감을 떠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술의 용도는 우리 삶의 모든 곳에 영향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은 정확히 알코올이 들어있는 음료이다. 이 음료는 그 종류가 실로 다양하지만 크게 나누면 과실이나 곡류를 발효해 걸러서 그대로 마시는 단발효 형태와 발효한 액을 증류하여 알코올 함량을 높인 증류주가 있다. 이들 음료가 과연 식품으로 구분될 수 있느냐는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식품의 정의를 보면 첫째가 독성이 없어야 하고, 영양소가 있고, 기호성이 있는 농축수산물이나 그 가공품으로 한정하고 있다. 알코올성음료는 기호성은 있으나 영양원은 될 수 없고 더욱이 독성이 있는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식품으로 구분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전통발효식품에 우리 전통술을 포함시키는데 생각해 볼 사안이다.

우리가 음용하고 있는 알코올성 음료는 모두가 발효과정을 거치는데 대단히 제한적으로 설탕, 포도당 등의 당류만을 먹이로 하여 효모가 만들어내는 발효산물이다. 이 알코올을 마시게 되면 인간의 지적기능과 판단력을 관장하는 부위의 신경을 마비시켜 기분을 좋게 하거나 들뜨게 하기도 하지만 독성물질이기 때문에 도가 지나치면 부작용으로 체내 해독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위해작용을 끼친다. 특히 해독의 본산인 간 기능에 영향을 줘 회복하기 힘든 질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인간이 술을 의도적으로 양조한 곳은 메소포타미아로 알려져 있으며 이때부터 술의 폐해가 알려졌던 것 같다. 함무라비법전에는 기원전 2천년경 술을 규제했다는 내용이 있고 박카스와 함께 즐기는 음료라기보다는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마취성 음료로 함께해 왔으며, 그 폐해가 있음을 알면서도 계속 번창해 현재는 세계적으로 큰 제조업으로까지 발전했다. 술의 폐해는 일찍부터 법적제재를 해야 할 정도였는데 1851년 미국 메인주에서는 최초로 금주법이 통과되었고 1920년에는 미국의 33개주에서 전면 금주법을 도입하였으나 술 값 급등, 술 밀수와 함께 탈세의 대상이 되는 등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원인은 다르지만 곡류를 이용하여 술을 빚기 때문에 흉년에는 술 제조 금지령을 내린 경우가 종종 있어 이에 따른 여러 숨은 이야기들이 전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과 다르게 술에 대한 인식이 크게 관대해 술을 먹고 저지른 실수를 이해하고 수용하여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다. 호쾌한 남자는 술을 먹어야하고 장군은 두주불사라는 말도 일반화돼 있는 처지이다.

근래 들어 술에 의한 사회적 폐해가 크게 문제되면서 술에 대한 관대함이 조금씩 덜해가는 분위기이나 수백년 간 우리 심성에 고착된 관념을 버리기가 어려운 처지인 것 같다. 심지어 법에서도 술을 먹고 한 실수는 감형하는 예가 있었으니 말이다.

알코올이 함유된 술은 여러 가지 작용이 있으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중독성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중독을 의존과 남용이란 말로 대체하자고 하나 보통으로 먹는 양보다 많이 먹거나(남용) 습관적으로 먹으면서 갈망과 금단, 내성 등이 생기는(의존) 등 어느 쪽으로든 우리 건강에 해를 주는 것은 확실하다. 이와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는 알코올을 포함해 니코틴, 카페인, 대마초, 코카인, 아편류, 스테로이드 등이 같은 부류에 든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2년 9.16ℓ(주류산업, 120호)로 OECD 회원국 중 2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근래 크게 소비량이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은 증류주(66%), 맥주(22%), 기타주류(10%) 순으로 보고되고 있다.

알코올성 음료는 적당량 먹을 때 우리 몸이 흡수한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어 건강에 큰 문제가 없으나 도를 넘으면 바로 역작용을 한다. 주류에 함유된 특수물질에 의한 기능성을 거론하기도 하는데 이들 성분에 의한 순기능보다는 알코올에 의한 역기능이 더 큰 경우가 있다. 기능성 물질의 역할을 믿고 과음하는 것은 하나를 얻기 위해 열을 잃는 것과 같다. 여기에도 중용에 나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진리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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