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기획] ③외식업계 최저임금 위기 뛰어넘기
[최저임금기획] ③외식업계 최저임금 위기 뛰어넘기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5.09.04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로시간 줄이기·대기시간은 휴게시간으로… 근로계약서 필수

산업계에서 원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도 오르는 게 상례다. 외식업계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음식 값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국내 외식업계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소비자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외식은 필수재가 아닌 선택재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대체 상품을 찾는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소비자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단순히 올해 5580원에서 450원이 올랐을 뿐이라 생각한다. 음식 값을 올릴 이유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결국 외식업계는 내년 최저임금에 대비한 비용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또한 고정비와 다름없는 식재료비 등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인건비를 최대한 절감하는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이 오른 것은 수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근무시간 조정 등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1인3역을 할 수 있는 외식종사자의 정예화에 나서야 한다. 어느 때보다 종사자에 대한 교육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 싣는 순서

①외식업계 위기 ‘빈익빈의 악순환’
②외식업계 인건비·생산성 따져보니
③외식업계 최저임금 위기 뛰어넘기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시급을 15달러(약 1만7천 원)로 올리는 방안을 관철시켰고 각 주 정부에서도 속속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외식업계는 인건비 증가에 따른 경영압박이 눈앞에 닥치자 여러 대처방안을 내놓고 있다. 현지 외식업계는 먼저 판매 중인 메뉴의 가격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뉴욕타임스는 시애틀의 유명 씨푸드 레스토랑 ‘아이바스’(Ivar's)가 음식 가격을 21%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아이바스는 이에 대해 가격을 올리는 대신 미국 외식업계의 관행인 팁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뉴욕 맨해튼의 고급 식당 더트캔디도 음식 값에 20%의 수수료를 포함시키는 대신 팁을 없애기로 했다.

이들 외식업체는 종업원들이 팁을 받지 못하는 대신 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실제 소득은 줄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고객과 종업원을 상대로 한 ‘딜’(deal)인 셈이다. 이같은 외식업체의 자구노력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고객들은 음식 값 인상에 불만을 품게 되고 종업원들은 실질적인 임금 인상 효과가 없다고 반발할 수 있다.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대폭 줄였다.

지난달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마트가 경영비 절약 차원에서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지점에 따라 최대 200시간까지 축소 조정했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정부의 최저임금 15달러보다 크게 적은 9달러의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이같은 조치를 내놓아 곱지 않은 눈길을 받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 4월 10억 달러의 예산을 마련, 시간당 최저임금을 9달러로 조정하고 별도의 직원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아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자 업무시간 축소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같은 사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근로자 소득도 많아질 것이란 정부의 기대와 반대로 오히려 소득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다 팁을 없앤 외식업체의 경우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도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월마트의 종업원들도 ‘꺾기’에 따른 소득 감소로 소비자의 만족도까지 떨어트릴 수 있다.

종업원 8명, 월 최소 160만 원 추가부담

우리 외식업계는 미국의 사례가 부러운 입장이다. 당초 종업원이 팁을 받는 관행이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없애는 대신 음식 값을 인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합리적으로 인건비 증가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은 음식값 인상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외식소비가 줄어드는 마당에 섣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가는 ‘오던 손님도 내쫓는 꼴’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인건비 부담 증가에 따라 각 외식업체의 수익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더라도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결국 외식업체는 인건비가 오른 만큼의 비용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하루 10시간 근무(아침 10시~밤 10시 근무, 2시간 휴게), 주 6일 근무 형태로 일하는 한식당의 예를 들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기본급과 연장근무 수당을 포함한 월 급여가 올해는 190만 원 정도지만 내년에는 205만 원 정도로 많아진다. 여기에 간접인건비(4대보험,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각각 월 220만 원에서 240만 원으로 1인당 월 20만 원 정도의 인건비 지출이 많아진다.

만약 종업원이 8명일 경우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월 160만 원 이상이 더 지출되는 셈이다. 종업원 8명 정도의 중형 한식당에서 월 160만 원의 인건비를 더 지출할 경우 상당한 경영압박을 받게 된다. 여기다 매년 오르는 임대비와 식재료비 등을 더할 경우 외식업계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서울 송파구의 한식당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불과 450원이 오르는 것 아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며 “많은 소비자들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건비 인상을 이유로 음식 값을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출퇴근 시간 조정만으로 비용 절감

전문가들은 외식업계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하는 방안으로 근로시간 조정을 제시한다. 앞서 예로 든 미국 월마트의 종업원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방안이다. 가까운 사례는 알바노조 등이 ‘꺾기’라며 반발했던 한국맥도날드를 들 수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 사원들의 근무시간을 임의로 조정해 당초 계약보다 적은 급여를 지급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가장 크게 비난받은 일은 사측이 사전 공지 없이 그때그때 아르바이트 사원에게 ‘일이 없으니 출근할 필요 없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급여를 줄였다는 점이다.

이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프랜차이즈 기업의 고육지책에서 비롯된 사례로 볼 수 있다. 한식당 등 외식업계도 당장 내년부터 이러한 시간 쪼개기를 통한 인건비 절감에 나서야 할 입장이다.

정현주 공인 노무사는 “인건비 상승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근로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출퇴근 시간 조정, 휴게시간 늘리기, 월간 휴무일수 조정 등으로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근무시간 조정은 일종의 잡 셰어링인 셈이다. 최저임금을 줄이지 않으면서 소정근로시간, 연장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바꾸면 ‘유급기준근로시간’이 줄어 ‘월 급여기준 최저임금’도 줄일 수 있다.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10시 30분으로 늦추거나 퇴근 시간을 30분 앞당기면 한 달에 10시간 정도의 근로시간이 줄어든다.

출퇴근 시간 조정으로 비는 시간은 각 종업원의 순환배치로 메꿀 수 있기 때문에 고객 서비스나 매장관리에도 큰 어려움이 없게 된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면 1인당 월 7만2360원<6030원×(일주일 3시간×4주)>원 정도의 인건비를 절감하게 된다. 이를 종업원 8명으로 계산하면 월  57만8880원이 된다.

‘두루누리사회보험’ 보험료 50% 지원

종업원 10명 미만의 사업장에서는 올해 기준 월 급여 140만 원 미만인 종업원의 4대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두루누리사회보험’은 해당 사업장에 대해 사용자와 종업원의 4대 보험료 50%를 대신 내준다. 종업원뿐만 아니라 외식업 경영주에게도 혜택을 제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두루누리사회보험은 월 급여 상한선을 두고 있어 모든 종업원에 대한 지원을 받기 어렵다. 올해 급여 상한선이 140만 원이고 매년 5만 원 정도 오른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는 145만 원 미만까지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최저시급을 적용하면 하루 8시간, 월 29일 근무할 경우 월 급여는 139만8960원으로 책정할 수 있다. 이같은 조건을 갖춘 종업원은 두루누리사회보험의 보험료 50%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점심, 저녁시간 외의 한가한 시간을 대기시간으로 책정했던 관행을 버리고 이를 휴게시간으로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근로기준법은 대기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 대기시간은 소정근로시간, 연장근로시간과 함께 유급으로 계산토록 한다. 반면 휴게시간은 무급으로 정하고 있다.

대기시간과 휴게시간의 공통점은 모두 실실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차이점은 휴게시간의 경우 종업원 마음대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대기시간은 사용자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을 대기시간이 아닌 휴게시간으로 정할 경우 1인당 하루 1만2060원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종업원이 여러 명일 경우 3~4명씩 조를 편성해 대기조와 휴게조를 나눠도 그만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종업원 8명의 한식당과 같은 경우 4명씩 휴게조를 편성, 하루 2시간씩 휴게시간을 준다면 월 29일 근무 기준 139만8960원을 절감하게 된다.

돌아서면 비수되는 ‘정’(情)

최근 외식업계의 구인난 등을 감안할 때 종업원 근무시간 조정에 따른 잡셰어링 효과와 휴게시간 부여 등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또 단기아르바이트 비중이 높은 커피전문점 등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분 그대로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근로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하며 종업원의 동의를 구한 뒤 그대로 급여를 책정하는 게 필요하다. 중소형 사업장이 많은 외식업계는 아직 계약조건보다 정(情)을 바탕으로 한 구두계약의 관행이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구두계약할 때의 정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피고용인 측은 ‘갑을 관계’를 내세워 사용자 측을 비난하기 유리한 입장이다. 근로기준법의 법체계 또한 피고용인의 방어권을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에 사용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기아르바이트를 고용할 때도 근로계약서를 통해 임금규정과 근로조건, 근무시간, 근태에 대한 조치사항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근로계약서에 대기시간과 휴게시간 규정을 두고 종업원이 이에 동의했을 경우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경영주가 임의로 대기시간과 휴게시간을 정하고 이에 따라 급여를 지급한다면 종업원이 퇴직한 뒤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노무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근로계약서 양식을 마련한 뒤 종업원 채용시 정확하게 활용해야 한다.

중장기 관점으로 외식 전문가 양성

인건비 증가는 여러 절감 방안을 찾아 충격을 줄일 수 있으나 최저임금 인상은 앞으로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반면 외식업경기는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국내 경제여건 상 쉽게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비용은 매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식업계는 비용절감의 단기 해법보다 투자 대비 효과를 높이는 중장기 대책을 찾아야 한다. 중장기 대책 중 하나는 종업원의 생산성 향상이다. 숙련되지 않은 종업원 3명이 해야 할 일도 유능한 종업원 1명이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외식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지금 당장 이러한 유능한 종업원을 찾기는 어렵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재 채용 중인 종업원의 장기근무를 보장하면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외식전문가로 양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외식전문가는 해당 외식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외식산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