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식당에는 이모님이 계신다?
한국의 식당에는 이모님이 계신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11.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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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외국인들 사이에 한국의 식당에는 이모님이 계시고 미용실에는 선생님이 계신다는 말이 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서비스 매장에서 고객이 종업원을 부르는 호칭에 대해 자기네 나라와 다름을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일 것이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식당 종업원에게 사용하는 호칭은 각양각색이다. 부르는 사람에 따라 여기요, 저기요, 아저씨, 사장님, 언니, 이모 등 매우 다양한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종업원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젊은 사람인지 나이든 사람인지에 따라서도 다르게 부르고 있다.

학생들에게 호칭사용에 대한 간단한 조사를 해봤다. 대상 종업원을 남자와 여자, 30대 이하, 40대 이상으로 구분해 사용하는 호칭을 적게 했다. 성별, 연령에 따라 큰 차이 없이 저기요가 가장 많았으나, 40대 이상의 여자에게는 이모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30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어서 이 결과를 식당 종업원에 대한 호칭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필자는 그동안 여기요를 즐겨 사용해 왔다. 여기 봐주세요, 이쪽으로 와주세요 등의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여기요와 저기요는 장소를 나타내는 대명사를 호칭으로 사용한 것으로, 젊은이들이 여기요보다 저기요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부르는 사람 자신이 중심이 되는 여기를 마다하고 이쪽과 그쪽의 중간쯤 되는 저기를 호칭으로 사용하는 심리는 무엇인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붙일 때 조심스럽게 꺼내는 ‘저어’라는 소심함은 아닐 것으로 본다. 우리 젊은이들의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자 종업원에게 주로 많이 사용하는 호칭은 이모였다. 이모는 엄마의 언니나 여동생을 부르는 말이다.

이모는 어릴 때부터 엄마 못지않게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으로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자주 접촉한 친척일 것이다. 가정의 친족관계에서 사용하는 이모라는 호칭을 어쩌다가 가정 밖의 상업적 공간에서 사용하게 됐을까?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이모라는 호칭은 어리광이나 친밀감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엄마와 다름없이 나를 위해 정성을 다해줄 사람으로 기대하고 안도하며 이모라고 부르는 게 아닌지. 

식당의 고객과 종업원의 관계는 거래관계이다. 식당의 거래는 음식과 대가의 지불로 구성된다. 하지만 종업원은 고객에게 음식과 더불어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음식을 먹고 계산만 하고 나가면 되는 것일까? 이제 고객도 자신이 종업원의 서비스를 기대하듯 종업원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종업원은 고객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 하나에도 자존감이 높아질 것이다. 높은 자존감은 업무를 보다 즐겁게 하고 결과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저기요와 이모를 사용하는 젊은이들에게서 한 차원 높은 서비스문화를 읽을 수 있어 기쁘다. 저들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시대에는 적어도 식당 종업원에 대한 고객의 갑질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기요와 이모가 식당의 종업원을 부르는 호칭으로 적합한지의 국어학적 논의는 여기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식당이라는 사회적 공간에서 고객이 사용하는 호칭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달라지는 흐름을 파악하고 그 배경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어 보인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양반과 상민의 구분이 있을 때 사용하던 “게 아무도 없느냐, 이리 오너라”로부터 주막의 주모, 일제 이후에 거침없이 불러대던 어이를 지나, 아줌마로 부르던 시대를 거쳤다. 이제 여기요에서 저기요로 넘어가며 이모가 등장한다. 지금 한국의 식당에는 이모님들이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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