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배려하는 음식문화
타인을 배려하는 음식문화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8.03.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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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내 음식물 반입금지 조례를 보고’

[전문가 칼럼]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1990년 대 말 외환위기 이후 경제상황이 급속히 악화됐을 때 외식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소득이 감소할 때 가장 먼저 외식 소비를 줄이는 경향 때문이었다.

이 무렵 ‘된장녀’가 등장했다. 식사는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하고 밥값보다 비싼 유명 브랜드의 커피 컵을 들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젊은 여성을 부르는 말이었다.

이미 컵에 담아서 판매하는 상품은 커피나 주스류를 넘어섰다. 튀김류, 볶음밥, 덮밥, 떡볶이, 파스타 등 다양한 종류로 확대됐다. 한 발 더 나아가 도시락은 단품으로 구성된 이들 상품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편의성과 시간절약, 저렴함은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가치로 테이크아웃 상품의 급속한 대중화를 뒷받침했다.

외식사업 경영자들은 테이크아웃 상품을 공급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음식점의 특정한 입지와 한정된 공간은 고객창출과 수용능력에 제한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테이크아웃 상품은 방문고객 이외의 새로운 고객을 창출해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테이크아웃을 넘어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그랩앤고(grab and go)’ 상품이 개발되면서 외식소비자는 음식을 먹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고 있다.

O2O 서비스를 비롯한 푸드테크를 통해 주문과 결제, 배달이 더욱 수월해지는 것도 이를 돕는다. 음식을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방법과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서울시 의회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하거나 승객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시내버스 운전자가 판단하는 경우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포장 컵 또는 그 밖의 불결·악취 물품 등을 들고 타는 승객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여론이 분분하다.

달리는 버스에서 음식을 먹다보면 음료가 쏟아져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고, 음식 냄새가 차 안에 퍼져나가기도 한다. 먹는 사람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타인의 음식 냄새를 맡고 있는 사람에게는 고역일 수 있다. 음식을 씹으면서 내는 쩝쩝 소리도 듣기 거북하다. 음식 포장 등 쓰레기를 차안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 내 옆 자리에는 30대 중반의 여성이 앉았다. 몇 정거장 지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찐 고구마를 꺼내 먹고 있었다. 삶은 달걀과 사과 한 쪽을 연이어 먹었다. 먹는 동안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고 냄새나 씹는 소리는 거의 없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언제 어디서 음식을 먹든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타인이 누려야 할 쾌적한 환경이나 느낌을 방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공공장소의 에티켓에 대해 어릴 적부터 교육을 받는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학습한다. 공공장소에서는 타인을 배려하는 교양이 필요하다. 좋은 음식을 감사히 즐겁게 먹는 음식문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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