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⑨] 대체육 시장, 소수 먹을거리서 트렌드로 자리잡다
[2020 신년특집⑨] 대체육 시장, 소수 먹을거리서 트렌드로 자리잡다
  • 이경민 기자
  • 승인 2020.01.17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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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채식 시장, 2025년 약 1조9071억 원 규모로 성장 전망
식물성 고기, 가축전염병 우려 없어 시장 가격 안정이 경쟁력

대체육이 전 세계의 식품 시장을 바꾸고 있다. 2019년 ‘비건의 해’로 불리며 주목받았던 대체육은 이제 본격적인 개발과 경쟁을 앞두고 있다. 자신의 건강을 챙기면서도 지구온난화, 식량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사진=각 업체 제공

 

비건, 그린오션으로 주목받는 미래시장

채식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가축 복지·건강·식량문제·지구온난화·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주의가 증가하면서 채식은 소수의 선택이 아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 조사 기관인 스타티스타는 세계 채식 시장이 2017년 10억5000만 달러(한화 약 1조2285억 원)에서 2025년 16억3000만 달러(한화 약 1조9071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국제채식인연맹(IVU)은 전 세계 채식 인구를 1억8000만 명(2017년 기준)으로 추산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체육에 대한 개발이 활발하다. KFC는 2018년 6월 영국의 런던 등에 있는 17개 매장에서 4주간 대체 닭고기 패티로 만든 ‘임포스터 버거’를 판매한 바 있다. 버거킹은 2018년 3월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한 매장에서 와퍼를 주문한 손님들 몰래 대체 소고기 패티로 만든 ‘임파서블 와퍼’를 제공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높은 만족도 높은 결과를 얻은 이후 미국 내 일부 매장에서 공식적으로 임파서블 와퍼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 채식 인구 규모도 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 관계자는 “2018년 기준 국내 전체 인구의 약 2%에 해당하는 150만 명이 채식주의를 선호한다”며 “가끔 육류를 즐기는 채식 애호가(페스코테리언)까지 합치면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채식주의자의 비중이 확산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축전염병에 따른 가격 불안정이 원인 중 하나다. 기존 육류 시장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같은 가축전염병 발생 시 시장 가격이 흔들리는 반면 식물성 고기는 가축전염병에 대한 우려가 필요 없어 시장 가격대가 안정적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다양한 자원을 훨씬 적게 사용할 수 있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대체육 패티의 경우 소고기를 사용할 때보다 땅 95%, 물 74%, 온실가스 87%를 덜 사용할 수 있어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할랄 식품의 급성장도 국내 대체 식품 개발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와 알코올을 섭취할 수 없으며 다른 고기도 이슬람식 도축 방법인 다비하(Dhabuhah)에 따라 도축된 고기만 먹을 수 있다. 국내 사극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류 열풍으로 인해 국내를 방문하는 무슬림 관광객 수는 매년 증가하지만 대표 한식은 모두 육류를 기반으로 한 음식들이어서 특수 시장 진출을 위해 대체 식품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체육이 각광받고 있지만 맛의 차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대체육 제품들을 먹어보면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육즙을 살리기 어려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대체육은 고기 본연의 맛을 살려야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비건, 대체육 중심의 제품 출시 활발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채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66.8%가 ‘요즘은 채식도 하나의 개인 취향으로 존중받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소비자들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비건 제품을 바쁘게 출시하며 경쟁에 나섰다.

롯데푸드는 자체 브랜드 제품인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지난해 4월 출시했다. 엔네이처 제로미트는 현재 너겟과 돈가스 형태의 제품을 온라인 쇼핑몰과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밀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대체 육류 제품으로 고기 특유의 근섬유와 육즙을 재현해내고자 했다.

동원F&B는 미국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 비욘드 미트와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지난해 초부터 정식 유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비욘드 버거(패티)를 출시한 이후 11월까지 누적 판매량 5만 개를 넘어섰다. 동원 F&B는 올해 대체육 사업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11월 채소라면 ‘채황’을 출시했다. 채황은 영국 비건 협회인 비건 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에서 비건 인증을 받아 비건 제품으로 정식 등록됐다. 버섯, 무, 양파, 마늘, 양배추, 청경채, 당근, 파, 고추, 생강 등 10가지 채소에서 우러낸 채소 국물맛이 특징으로 스프에 표고버섯과 된장을 사용해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도 깊은 감칠맛을 낸다.

대체육 관련 가장 주목받는 국내 스타트업은 ㈜지구인컴퍼니다. 지구인컴퍼니는 버려지는 농산물을 활용해 식물성 고기 등을 포함한 다양한 가공식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1년 6개월간 자체 기술개발로 선보인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를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언리미트 1t 생산 시 곡물(현미, 귀리 등) 700kg 사용, 100t 생산 시 70t을 소비하게 돼 현대인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농업인들의 재고 부담까지 덜어준다. ㈜지구인컴퍼니는 농식품부에서 선정하는 A-벤처스로 뽑히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대인의 소비성향에 가장 밀접해 있는 편의점 업계에서도 채식을 주목하고 있다.

가장 먼저 비건 제품 생산에 나선 업체는 CU다. 지난해 11월에 출시한 100% 순식물성 원재료를 활용해 만든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는 달걀·우유·버터도 들어가지 않으며 소스에도 동물성 성분을 없앴다. 콜레스테롤 함량도 0%에 단백질 함량이 높아 영양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격도 기존 편의점 간편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세븐일레븐도 비건을 위한 간편식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 컴퍼니의 언리미트를 론칭한 ‘언리미트 만두’를 갈비맛, 김치맛 등 2종으로 구성해 출시했다.

또한 100% 식물성 콩단백질로 만든 고기를 사용한 ‘콩불고기버거’와 ‘버섯콩불고기김밥’ 등도 선보였다.

최윤정 세븐일레븐 푸드팀 MD는 “고객센터를 통해 해당 상품에 대한 문의가 많았고 비건 카페를 통해 당사 제품이 홍보되는 등 수요가 꾸준히 존재한다”고 전했다.

또한 “비건 제품은 ‘건강하지만 맛이 없다’는 의견이 많고 대중화되지 않아 전문 식당이 아닌 이상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어디서나 방문할 수 있는 편의점에서 비건 식품이 나온 것이 채식주의자들의 발걸음을 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점점 채식에 대한 관심와 니즈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식주의 단계는 여러 개다. △소나 돼지는 안 먹고 닭이나 오리 같은 조류는 섭취하는 폴로(Pollo) △일반적인 육류만 기피하고 생선과 어패류, 우유와 달걀은 먹는 페스코(Pesco) △고기와 생선은 먹지 않지만 우유·달걀·꿀처럼 동물에서 추출된 음식은 먹는 락토오보(Lacto-Ovo) △고기, 생선, 달걀은 먹지 않고 유제품만 먹는 락토(Lacto) △모든 동물성은 거부하고 순수 채식만 하는 단계인 비건(Vegan)으로 나뉜다.


 

대체식품 기업은 비욘드 미트에서 만든 소시지. 사진=비욘드 미트 홈페이지

 

해외 비건시장, 지속적인 기술개발 및 보편화 추세

미국에서는 2019년을 ‘채식주의자의 해(The Year of the Vegan)’라고 말하는 등 시장 성장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25세에서 34세 사이의 미국인 중 25%가 채식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해외의 대표적인 대체식품 기업은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가 있다. 2009년에 설립한 비욘드 미트는 빌 게이츠를 비롯한 벤처캐피털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2016년에는 햄버거 패티 대체품을, 2017년에는 돼지고기 소시지 대체품을 전 세계시장에 출시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2011년 시장에 등장한 후발 주자로 2016년 회사의 대표 상품인 임파서블 버거 패티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만 5000여 개의 유명 레스토랑과 수제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가전박람회(CES)에서 진행한 요리 시식회에서 임파서블 포크를 주재료로 한 돈까스, 미트볼, 딤섬, 볶음면, 춘권 등 다양한 음식을 선보였다.

유럽에서는 주로 슈니첼, 미트볼, 파라펠, 버거, 소시지 형태의 식품이 주요 대체육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완두콩, 해바라기, 감자 단백질 등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며 주로 플렉시테리언(flextarian, 어쩌다가 채식하는)을 주 타깃으로 한 제품들의 판매율이 높다.

유럽의 린다맥카트니즈(Linda McCartney’s)는 밀의 글루텐을 이용한 세이탄을 선보이며 영국 내 대다수의 육류대용식품에 납품하고 있다. 세이탄으로 만든 버거, 소고기, 파이 등을 선보이고 있으며 버섯균류에서 나오는 식물성 균을 사용해 닭가슴살, 스테이크, 소시지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채식 치킨 버킷을 포함한 4가지 냉동제품을 출시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 푸드테크 기업인 옴니포크(OmniPokr)가 주목받고 있다. 옴니포크는 지난해 11월 전자상거래 플랫폼 톈마오에서 인조고기를 출시해 하루 만에 2000여 개 판매를 기록했다. 옴니포크의 인공육은 채소와 곡물을 가공한 먹거리다. 특히 ‘신주러우(新猪肉)’는 비유전자 변형 대두와 완두, 버섯, 쌀 등으로 가공해 풍부한 단백질과 섬유질이 강점이다. 향후 베이징과 상하이에 소재한 180개 외식업체 및 호텔에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중국인허궈지(中國銀河國際)증권은 “인공육은 식감과 공급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며 “인공육은 건강에 좋은 먹거리로, 동물 보호주의 추세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실제 육류보다 낮은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전했다.

 


문동진 비건 베이커리 더브레드블루 대표.

미니인터뷰│ 문동진 비건 베이커리 더브레드블루 대표

빵으로 비건의 대중화 시대 열겠다

비건 빵의 대중화가 모토인 비건 베이커리 기업이 있다. 우유, 버터, 달걀 대신 통밀, 호밀, 견과류 등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 아이스크림, 마카롱 같은 디저트류까지 출시하며 비건 베이커리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는 더브레드블루다. 사람과 지구에 도움이 되는 베이커리 사업을 꾸리는 문동진 대표를 만나봤다.

△더브레드블루는 어떤 기업입니까?

“2017년 론칭해 매출액 17억 원 규모로까지 성장한 비건 베이커리 기업입니다. ‘Like a Miracle Out of the Blue’를 슬로건 삼아 건강상이나 체질상의 문제로 빵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적 같은 존재가 되려고 합니다. 재료는 모두 프랑스 밀가루, 국산 우리밀, 비정제 유기농 사탕수수 국산 농산물 등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들을 만들고 있습니까

“식빵, 머핀은 물론 케이크, 러스크, 마들렌 등 다양한 메뉴를 시중에 선보입니다. 가장 매출이 좋은 것은 통밀 식빵류입니다. 직접 배양한 천연발효종으로 오랜 시간 천천히 발효시키기 때문에 평소에 속이 더부룩한 증상으로 빵을 꺼리는 분들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최근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의 사연을 접해서 밀을 넣지 않은 케이크를 개발했는데 아이의 부모가 저희 케이크 제품 덕분에 처음으로 파티를 했다는 연락을 받고 크리스마스 한정 시즌으로 정식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유산균을 이용해 발효 자체부터 좀 더 천연에 가까운 재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현재 국내 비건 시장의 상황은

“이제 막 관심이 생긴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젊은층은 비건을 인지하지만 아직 소비자 대다수는 비건을 단순히 좋은 것, 건강한 것으로만 받아들입니다. 비건에 대한 인식이 얕은 이유는 회식 문화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요즘은 회식 문화가 줄어들고 혼밥하는 직장인도 늘어나고 있어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 회사에도 가능성이 많이 열렸습니다. 가축 단계에서 생기는 환경 문제는 사실이기 때문에 비건 제품은 시장에 계속 나올 것입니다. 비건 시장이 잘 뿌리내리도록 비건 식품 업체의 정체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회사의 목표는?

“2월 말이면 HACCP 심사가 끝납니다. 이번 심사에 통과하면 소비자들에게 정식으로 인정받은 식품을 공급할 수 있어 기대가 큽니다. 비건 베이커리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일반 소비자들도 저희 빵으로 한 끼를 채울 수 있는 맛있고 대중적인 빵을 만들 생각입니다. 사업이 커지면 더 다양한 비건 식품을 취급할 수 있는 비건 종합 식품 기업으로 키우고자 합니다. 소비자들이 비건 하면 떠오르는 식품 기업이 되도록 앞으로 전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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