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학과 통폐합․변경․신설 신중한 접근 필요
대학의 학과 통폐합․변경․신설 신중한 접근 필요
  • 신정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 전주대 LINC3.0사업 부단장
  • 승인 2023.07.2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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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출산율이 2022년 0.78명, 2023년에는 0.73명(예상)으로 낮아지면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경제적 지표가 무너지고 있다. 그중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이뤄지는 교육 부분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사회의 일원을 키워내고 지역의 경제 활동에도 크게 기여해 왔던 대학의 붕괴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 2022년 기준 고3 수험생 수는 40만6000명, 대입 정원은 53만 명으로 대학입학 정원에 비해 수험생이 12만5000명 부족했으며 향후에도 평균 1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입학 정원보다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흔히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이미 많은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이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매년 정원을 감축하고 있다. 

많은 대학은 사실상 20여 년 가까이 대학 등록금의 동결, 입학자원의 지속적 감소로 인한 충원율 감소, 더군다나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오히려 증가하면서 수도권 위주의 집중화 현상 등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년 전부터는 대부분의 대학이 재정 적자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보이는 현상이 학과의 폐지, 변경 및 신설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변화가 대학 교육의 붕괴, 대학의 정체성 모호, 대학의 역할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대학에서 특히 지방에 위치한 대학에서 없어지고 있는 학과는 학업이 아닌 취업과 연관돼 취업률이 낮은 학과, 즉 인문학 계열의 학과부터 통폐합되고 있고 아예 폐과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문의 근간이 되는 인문학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다져져야 할 사회 지성의 기둥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다음 학과명의 변경이다. 학과명 변경의 흐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하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학과명이 한글명으로 돼 있어 그 학과의 정체성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이름을 사용했다면 어느 때부터인지 학과명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 근본적 학문명이 아닌 기술에 따라 또는 유행에 따라 변경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학과명만 들어서는 어떤 것을 배우는 학과인지 알기 어려운 학과명, 학부명이 나타나고 있다. 신설되는 학과 역시 취업 또는 직업이 바로 연상되는 학과, 즉 과거 2년제 전문대에 설치됐던 학과들이 4년제로 옮겨가고 있으며 학문이 아닌 기술과 일을 가르치는 학과가 신설되고 있다. 학과의 통폐합, 학과명 변경, 학과 신설 주기가 짧아지면서 어느 학과의 경우에는 최근 10여 년간 3~4번 이상 통폐합, 변경되고 교육과정이 매년 바뀌는 학과마저 생기는 상황이다.

학생 수 부족에 따른 대학 존폐의 갈림길에서 대학의 변화 노력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노력을 학과의 통폐합, 학과명의 변경, 학과의 신설로 대응하는 현상은 근본적 문제 해결을 통한 대학의 변화라기보다는 지금 당장 살아남기 위한 땜질식 처방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말이 있다. 논리적 모순이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서두르되 모든 상황을 잘 따져보고 적절하게 대처하면서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학이라는 곳은 사람들에게 학문과 개인적 교육을 통해 전문적이고 개인적 수준의 성장을 이끌고 더 나은 미래를 찾을 수 있으며 학문적 습득 이외에도 대인관계와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곳이다. 대학의 변화는 반드시 이러한 전제하에서 이뤄져야 하고 학문(학과)의 변경과 신설도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향에서 고민하고 이뤄져야 한다. 

대학의 변화는 당장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변화시키는 흐름을 이끌 수 있도록 계획을 갖고 신중히 접근해야 하며 정부도 천천히 서두르는 정책을 통해 대학의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지원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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