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가 없는 대한민국은?
R&D가 없는 대한민국은?
  • 신정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 전주대 LINC3.0사업 부단장
  • 승인 2023.09.22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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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부 예산안이 공개됐다. 2023년보다 2.8% 증가한 656조9000억 원으로 편성돼 알뜰재정, 살뜰민생이라는 기치를 내세웠다. 정부가 추계한 2023년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4%로 내년도 예산안은 예상 물가상승률보다도 낮게 측정된 것이다. 흔히 급여생활자의 급여가 물가상승률만큼 인상된다고 하면 오히려 전년보다 실질 생활 수준은 낮아진다고 한다. 급여생활자가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가상승률+은행이자율 정도의 급여가 인상돼야 생활이 나아진다는 것이다. 내년 국가 예산 증가율이 2.8%는  국가 생활 수준이 올해보다 낮아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보다 심각한 것이 있다. 바로 내년도 국가 R&D 예산이다. 우선 정부는 내년도 과기정통부의 예산안을 18조3000억 원으로 2023년 대비 6000억 원 줄였다. 전체 예산대비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정부의 예산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부처의 예산이 감소됐다는 것은 그 분야에 그만큼 힘을 빼겠다는 뜻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국가의 과학 및 정보통신기술을 총괄하는 부서의 예산을 줄였다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과학을 기피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의 전체 R&D 예산이다. 정부는 R&D 카르텔의 해체, 성과부진 사업의 구조조정, 중소기업에 대한 나눠먹기식 비효율 R&D의 정리 등을 이유로 2023년 31조1000억 원의 예산에서 5조2000억 원, 16.6%를 삭감한 25조9000억 원을 배정했다. 일부 감액 금액 중 예산분류를 바꿔 일반재정으로 책정했다는 해명을 감안하더라도 10.9%를 삭감한 것이다. 

국가가 R&D 사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고 인재를 키워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고 발전의 초석을 놓기 위해서다. 과학기술을 중요시하는 선진국에서는 안정적인 R&D 운영을 위해 큰 폭의 예산변화를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지난 33년 동안 R&D 예산을 줄인 적이 없으며 암묵적으로 정부 전체 예산 대비 늘 5%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으로 현재의 과학기술강국 한국을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큰 문제는 국가과학기술의 기초를 담당하는 국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큰 폭의 예산 감액이다. 출연연의 2024년 사업비는 총액기준으로 2023년 대비 25.2%를 삭감됐으며 기관별로 최소 13.8%에서 최대 28.6%까지 줄었다. 이러한 삭감은 출연연에서 함께 연구하고 있는 과제계약연구원, 인턴연구원, 그리고 젊은 박사급 연구원의 신규 채용을 포기하거나 함께 일하던 연구원마저 내보내야 할 상황이다. 출연연의 연구인력 감소는 대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래가 없는 연구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할 기초 인력이 줄어들 것이고 결국 국가 전체적으로 신진 연구인력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과거에 이미 실패한 사례가 있는 R&D 사업 평가 방식에 상대평가를 다시 도입한다는 것이다. 같은 연구가 아닌 서로 다른 연구로 정량/정석으로 비교가 어려운 연구성과를 평가해 하위 20%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효율을 높이겠다고 하고 있다. 과기부는 과제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사업을 구조조정하기 때문에 연구자에게 부담을 키우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개별과제가 아닌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사업에 포함돼 있던 적게는 수개, 많게는 수십개의 과제가 한꺼번에 구조조정을 당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는 R&D의 효율성, 연구개발에 대한 카르텔을 언급하면서 R&D의 기초를 흔들 수도 있는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많은 국가가 벤치마킹의 표본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근간에는 정부가 주도한 과학기술정책이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축적해 온 지식과 기술의 발전이 있다. 우리나라에 R&D와 연구인력이 없다면 미래도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내년 예산이 확정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대적인 과학기술예산 삭감 정책을 제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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