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의 일률적인 예산삭감 재검토 필요
R&D의 일률적인 예산삭감 재검토 필요
  • 신정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식품․생명융합기술ICC 책임교수
  • 승인 2023.11.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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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과학기술부가 처음 정부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때만 해도 R&D 예산에 크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R&D에 직접적 관련이 큰 연구자, 연구원들도 크게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오랜 기간동안 우리나라의 R&D 예산은 전체 예산의 5% 내외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예상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연구원(연구생)을 어떻게 채용 또는 수급할 것인지, 새로운 연구의 방향은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더 급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6월 국무회의를 거쳐 R&D에 카르텔, 효율성 없는 연구, 1억 원 미만의 생계형 연구 등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들이 언급되면서 제로 베이스에서 R&D 예산을 검토하겠다는 발표가 있었고 이후 예산을 재설정하면서 무려 16.6%, 5조.2000억 원이 삭감된 R&D 예산안이 제출․공개되면서 연구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정확히 그 여파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후 하나둘씩 주변의 연구자들에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과제의 상황이 전달되면서 사람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미 연구과제를 경쟁에 의해 수주하였을 때 연구 기간과 연구 금액을 확정받고 연차 계약이긴 하지만 전체 연구비 총액에 대한 협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진행되고 있는 과제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고, 신규 과제가 많이 줄어들 거라는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줄어든 예산, 특히 정부 출연연구원과 함께 진행되고 있던 과제들이 출연연구기관의 예산이 줄어들면서 기관의 여러 사업이 축소, 조기 종료, 폐지되는 상황이 되면서 공동연구를 하던 외부 연구기관들에 바로 통보가 되기 시작했다. 어느 과제는 원래 예산대비 70~90%가 삭감된 연구비를 제시하면서 연구를 지속할 것을 이야기 했다.

일반적으로 연구비의 30~50%가 인건비라고 본다면 인건비도 안되는 연구비를 받아서 연구를 하라는 제안이다. 일부의 연구자들은 그럼 연구를 중단해도 되는지를 문의하였는데 그렇게 되면 향후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사실상 삭감된 예산으로 과제를 진행하도록 권유하였으며 연구비가 감소됐으니 연구 성과를 조정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였을 때는 그마저도 안 된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과제는 사업 전체가 폐지되면서 그 사업에 포함된 연구들도 함께 조기 종료가 될 것이라고 통보해 과제를 위해 이미 진학을 한 대학원생의 등록금, 생활비를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학생들은 대학원 진학을 망설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 R&D 카르텔은 과연 얼마나 존재하는 것일까?

카르텔을 사전적 정의를 보면 이익을 공유하는 집단끼리 알면서도 숨기거나, 은폐하거나, 집단에서 정한 룰을 외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유경쟁을 배재해 독점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상호협력 집단을 뜻한다.

그런데 R&D 연구는 기업에서 이뤄지는 독점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연구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연구자들은 가능한 한 다른 연구자들과 겹치지 않는 자신만의 연구 분야를 구축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똑같은 연구를 하게 되면 연구의 중복성 문제로 인해 연구 윤리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구 주제가 같더라도 그 방법을 달리해 새로운 효율적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또한 R&D의 효율성의 문제다. 원래 R&D는 효율성이 처음부터 없는 분야다. 연구에 있어서 실패는 당연하게 뒤따라오는 것이며, 무수한 실패가 쌓여야 성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연구과제의 성공률이 70-90%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는데 연구과제는 연구과제의 목표를 설정할 때 단계별 목표치를 정하게 된다. 10년의 연구가 필요한 분야에 처음부터 10년 과제를 계약하는 경우는 드물다. 3년, 3년, 4년과 같이 단계를 나눠 연구과제를 진행하게 되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면 다음 단계의 연구에서 목표를 수정하고 다시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R&D의 성공이라는 것이 최종으로 소비자들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한 개발이더라도 그중에 일부만이 시장에 활용되기도 한다. 100개의 연구 중 10개, 1개의 연구 결과가 적용되면 그 파급력이 큰 것이다. 그런 것이 R&D의 효율성인 것이다. 

R&D 예산의 삭감은 기업의 구조조정과는 다르다. 제도의 개선과 구조의 개혁은 어디에든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기업의 구조조정도 긴 기간의 검토를 거쳐 정확한 분석을 통해서 하지 일괄적으로 몇 %라는 기준으로 하지는 않는다. R&D의 일률적 예산 삭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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