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동댁 내림음식(2)
묵동댁 내림음식(2)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3.12.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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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묵동댁 내림음식에 대한 글은 이 책에 대한 전체 의미와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했고 특징적인 몇 가지를 안내했다. 오래된 우리나라 요리책은 대부분 한문으로 돼 있으나 우리말로 자세히 요리 방법을 쓴 책은 지금으로부터 340여 년 전 음식디미방(규곤시의방-閨壼是議)이 최초다. 음식미디방에는 1500년대 조선조 중엽, 말엽, 경상도 지역에서 만들어 먹었던 음식의 조리법, 저장발효식품, 식품보관법 등을 기록해 놓았다. 이 책에 기록된 언어도 옛글이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다. 조선조까지 한문이 일상화된 상황이라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은 읽고 이해할 수 없어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그 외 단편적으로 음식을 기록한 고서들도 모두 한문을 사용해 현대인이 읽고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묵동댁 내림음식은 우리말로 쉽게 표현해 읽고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다. 특히 고서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천연색 사진이 곁들여져서 그 모양과 색깔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이해의 폭을 훨씬 높였다. 또한 음식의 요리 방법과 재료의 손질 방법, 사용량을 계량화해 지금의 가정주부나 요리사들도 편안하게 같은 음식을 재현하고 그 모습을 사진과 비교할 수 있게 했다. 

한나라의 음식문화는 물질을 넘어 정신영역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잘 차려진 음식 한 상을 대접받는 경우 대접한 상대에 좋은 인상을 받을 뿐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매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에 잘 숙성된 향기 그윽한 반주까지 곁들이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음식은 마음을 통해 서로의 정신까지 교류하는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묵동댁 내림음식에서 음식의 맛을 내는데 특히 주의할 기본적인 생각을 조목조목 제시하였는데 그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이들 생각은 음식을 조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꼭 같이 적용돼야 하는 지침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에서 강조한 것을 요약해보면 첫째, 제철의 싱싱한 재료이다. 음식 조리에 사용하는 재료의 품질은 더는 강조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요즈음은 시기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식재료가 생산돼 손쉽게 구입해 쓸 수 있으나 제철재료와 다른 것은 확실하다. 제철 채소, 생선이 가장 바람직하다. 둘째, 음식을 먹는 상대에 따라 조리하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아 상태가 좋은 젊은이들과 그렇지 못한 노년층 소비자의 음식은 달라져야 한다. 일반 외식업에서 항상 신경써야 하는 기본요소다. 이런 마음이 손님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된다. 

세 번째는 조리할 때 불의 강도와 시간의 조절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불은 음식을 익히는 작용이 중요하지만 음식에 따른 불의 강도는 만들어진 음식의 맛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보통 가마솥에 지은 밥과 간편한 밥통에서 퍼내는 밥은 같은 쌀을 사용했다 해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상업용 선전에서도 가마솥 밥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집안에서도 어머님은 불의 강도를 항상 염두에 두었으며 짚불과 장작불로 짓는 밥의 맛을 조절하기 위해서 신경 쓰시는 것을 보아야 했다. 적당한 시점에서 불을 빼내고 잔열로 뜸 들이는 것은 주부가 경험으로 익힌 노하우에 속한다. 가스불로 익히는 돼지불고기와 연탄불로 익히는 차이를 지난 세월을 거친 소비자는 익히 알고 있다. 지금도 연탄불을 고집하는 음식점이 있는 이유다. 

또한 한 집안의 음식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양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된장, 고추장, 양념고추장, 멸치젓, 새우젓 등을 들고 있고 특징적으로 사용하는 양념 고춧가루는 고춧가루, 마늘, 맑은 젓국으로 만들고 있다. 양념 고춧가루는 지금도 우리 가정이나 외식업소에서 설정에 맞게 특화된 조합으로 만들어 소비자의 입맛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젓국도 어느 때 어느 지역 것을 사용하느냐가 맛에 큰 영향을 준다.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국김치를 생산하는 업소의 사장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젓국으로 한국산을 쓰고 있고 그것도 본인이 직접 제조장을 방문해 품질을 확인한 업소 것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만큼 조미료는 중요하다. 

세상에 영원인 것은 없다. 음식에도 이 일반론은 적용된다. 시대와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변하고 또 변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하나 우리 전통식품의 기본과 소재의 차별화는 음식의 기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K-푸드가 세계에 알려지고 있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우리 전통 조리기법과 사용하는 식재료에 기인한다고 여기고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아직도 종갓집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독특한 음식들이 있다. 이들 음식을 계속 체계적으로 조사,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우리 것을 지킨다는 의미 있는 일이다. 여러 보물을 간직한 기능인들이 우리 곁을 떠나면 그 비교되지 않는 비법은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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