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식품의 의미
음식과 식품의 의미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4.01.12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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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에서 먹는 것을 이야기할 때 음식과 식품을 혼용해 사용한다. 모두 먹을 수 있는 대상이고 하루도 빠져서는 안 되는 생존에 관계된다. 그럼 음식과 식품은 같은 의미를 갖는가. 그럴 것 같으면서도 품고 있는 뜻은 조금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안다. 우선 말의 뜻을 풀이한 사전을 뒤져보면 식품은 ‘식료품이라 하고 식품의 재료가 되는 물품, 식료(食料), 식용물, 식용품’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음식(飮食)은 ‘마시고 먹음’이라 설명하고 있다. 즉 식품은 먹을 수 있는 식료품, 음식의 재료가 되는 것을 폭넓게 포함하고 있다. 반면 음식은 한문이 제시한 것처럼 마시고 먹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식재료 상태에서 가공 처리해 바로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을 뜻한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식품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식품위생법 제2조 정의에서 “식품이란 모든 음식물(의약품으로 섭취하는 것은 제외한다.)을 말한다”고 하여 광범위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음식은 정의가 없다. 그럼 영어에서는 어찌 사용하는가. 식품이나 음식은 모두 ‘Food’라고 표기하며 구분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일본은 우리와 똑같이 식품(食品), 음식(飮食)을 쓰고 있다. 근세 일본의 지배영향이 우리 언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을 알 수 있다.

순수한 우리말은 ‘먹을거리’라는 말을 쓰고 있으나 광범위하게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술단체인 한국식품과학회가 편찬한 식품과학기술대사전에는 “식품이란 사람에 필요한 영양소를 한 가지 이상 함유하고 기호성이 있으며 유해물질을 함유하지 않은 농축수산물이나 그 가공품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 어느 정도 가공 처리하여 직접 섭취가 가능한 것을 지칭하기도 한다.” 좀 길게 설명했으나 의미가 포괄적이지 않고 필요 요소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정의로 여겨진다.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DA)의 정의를 보면 “식품이란 (1)사람이나 다른 동물에 식품이나 음료로 사용하는 물품(2) 씹는 껌 그리고 (3)이런 대상에 사용되는 구성성분”으로 정의하고 있다. FDA․WHO는 “식품은 인간이 섭취할 수 있도록 완전가공 또는 일부 가공한 것이거나 가공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모든 재료를 말하며 음료류와 껌류도 여기에 포함된다. 아울러 식품을 제조, 가공, 처리하는데 어떤 재료도 식품이 될 수 있으나 화장품, 담배류,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것은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정의하고 있다. 

기관이나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나 공통적으로 식품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을 포함하고 있고 음식은 식탁에서 먹을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생고구마는 식품의 범주에 들 수 있으나 이를 음식이라 하지는 않는다. 단 고구마를 찌거나 구워서 바로 먹을 수 있게 하면 음식으로 분류가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언어에서 어느 나라 말보다도 다양성을 갖고 있다. 특히 형용사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많은 표현 수단을 갖고 있다. 즉 모양이나 감정 등을 표현하는 언어가 넓게 분포돼 있으며 각각의 언어는 독특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음식과 식품을 구분해 그 범위를 정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다. 식당에 갈 때 음식을 먹으러 간다고 이야기하지 식품을 먹기 위해 간다고 하지는 않는다. 한편 가공공장에서는 식품을 생산한다고 얘기하지 음식을 상품화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런 개념을 말의 뜻에 포함시키면 식품은 원료 상태의 식재료, 즉 사과 등 과실과 채소류 등도 식품의 범주에 들어가나 이들을 음식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원료를 가공해 만든 채소류 제품은 음식으로 구분한다. 즉, 배추는 식품으로 분류하지만 김치는 넓은 범위에서는 식품이나 음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근접하게 설명된다. 쌀의 경우도 도정하기 전에는 벼로 얘기하나 도정한 쌀은 식품으로 분류하며 쌀로 밥을 지으면 음식으로 된다. 이런 개념은 일반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명확히 구분 짓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식품위생법의 법적 정의도 한 번 더 검토할 때가 됐다.

“식품은 모든 음식물을 말한다.”라는 포괄적 개념보다는 한국식품과학회가 발행한 식품과학기술대사전에 실린 식품의 정의를 다듬어 정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언어의 정의는 사용자의 개념을 확실히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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